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 계약을 마친 뒤 뒤늦게 하자를 발견하고, 매도인을 상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를 검토하는 매수인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매도인분들 중에는 “현시설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고 특약을 넣었으니 문제없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으로 누수나 균열, 근저당 같은 사정을 알리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수인이 하자를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그 침묵 자체가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하십니다.
최근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상대방의 착오를 알면서 침묵한 경우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하자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 경계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부동산 매도인이 하자를 숨긴 경우 어떤 기준으로 부작위에 의한 기망, 즉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하자를 알고도 침묵한 것도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 고지하지 않으면 그 침묵 자체가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망은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기망을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라고 폭넓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부작위, 즉 침묵도 포함됩니다.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성립하려면 ①법률상 또는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는 자가 ②상대방이 일정한 사실에 관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③그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야 합니다. 부동산 매매에서는 목적물의 중대한 하자를 알고 있는 매도인이 바로 이 지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를 알고도 침묵한 매도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2. “물어보지 않아 말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면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듣는 항변은 “매수인이 먼저 물어보지 않았으니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지의무의 존재 여부를 매수인의 질문 유무가 아니라,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고지의무의 성립 기준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하며,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상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4531 판결).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은 임대차 목적물이 경매에 넘어간 사정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은 임대인에 대해, 임차인이 등기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지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보아 사기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도3263 판결). 부동산 하자도 마찬가지로, 등기부나 육안 확인으로 발견 가능했다는 사정만으로 매도인의 고지의무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묻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그 하자를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이상 고지의무를 면제해주지 않습니다.
3. 모든 하자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률관계에 영향이 없거나 매수인의 권리 실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사항까지 고지의무가 미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대법원은 고지의무의 범위를 무제한으로 넓히지 않습니다. 매도인이 어떤 사정을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그 사정이 계약의 목적 달성이나 매수인의 권리 실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매도인은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매수인의 권리 실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하여까지 매수인에게 고지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5124 판결).
실제로 매수인이 축사를 매수하면서 포장된 진입로가 당연히 매매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진입로가 타인 소유의 별개 토지였던 사안에서, 대법원은 매도인이 이를 알리지 않았더라도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반드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사기죄 성립을 부정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벽지의 얼룩, 오래된 도배·장판처럼 통상 감수하는 범위의 경미한 하자와, 구조 안전에 영향을 주는 균열·누수·불법 증축, 소송 계속·유치권처럼 소유권·사용권 실현 자체를 위협하는 하자는 다르게 평가됩니다. 후자에 해당할수록 고지의무와 기망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경미하거나 계약 목적에 영향이 없는 사정까지 고지의무가 미치지는 않으며, 하자가 매수인의 권리 실현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4. 하자의 성격과 매매대금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편취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크게 높아집니다.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사기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34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매매는 거래대금 자체가 크기 때문에, 편취액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나 상가 거래처럼 매매대금이 수억 원대에 이르는 경우가 흔한 만큼, 하자를 숨긴 매도인이 이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가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편취액을 매매대금 전액으로 볼 것인지, 하자로 인한 가치 하락분만으로 볼 것인지는 사안마다 다툼이 있는 부분입니다. 하자를 알았다면 아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매매대금 전액이 편취액으로 산정될 수 있고, 계약 자체는 체결했을 것이나 가격만 낮췄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차액이 편취액으로 산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하자의 발생·인지 시점과 증거를 정리해야 대응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부동산 하자 은폐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매도인의 하자 은폐를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매계약서와 특약사항(현시설 상태 특약, 하자담보책임 면제 특약 등)을 확인하고, 매도인이 확인·설명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하자가 언제 발생했는지, 매도인이 언제부터 그 하자를 알았을 가능성이 있는지 관리사무소 기록·수리 이력·이웃 진술 등으로 확인합니다.
하자 감정평가서나 수리 견적서를 통해 하자의 정도와 보수비용을 객관적 자료로 확보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 형사 고소와 함께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병행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부동산 하자 문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를 뒤늦게 발견한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매도인이 그 하자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과 고지받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하자 고지 여부를 다투는 매도인 입장에서도 “물어보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다”는 설명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실제로 하자를 알았는지, 계약 목적에 영향을 미치는 하자였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하자를 둘러싼 사기 고소·방어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침묵이라도 사실관계와 법리 구성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끝난 문제가 아닙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매계약서에 “현시설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는 특약이 있어도 사기죄가 성립하나요?
A.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현시설 상태 특약은 매도인이 몰랐던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을 제한하는 취지일 뿐,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도 숨긴 경우까지 면책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Q. 매수인이 등기부나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사항도 고지의무 대상이 되나요?
A. 됩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이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매도인의 고지의무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확인이 쉬운 사항일수록 고지의무 인정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어느 정도의 하자여야 고지의무 대상이 되나요?
A. 벽지 얼룩처럼 통상 감수하는 경미한 하자는 대상이 되기 어렵고, 구조 안전·누수처럼 계약 목적 달성이나 매수인의 권리 실현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하자일수록 고지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공인중개사도 함께 책임을 지나요?
A. 중개사가 하자를 알면서도 확인·설명을 소홀히 했다면 별도로 공인중개사법상 책임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사기죄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는 매도인과의 공모 정황이 있어야 별도로 검토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상 하자담보책임 청구를 함께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형사 고소 과정에서 확보되는 수사 자료가 민사상 손해배상·하자보수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유리합니다.
Q. 입주하고 한참 지난 뒤 발견한 하자도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시간이 지났다고 무조건 어렵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하자 발생·인지 시점과 매도인이 계약 당시 그 하자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함께 입증해야 하므로 신속하게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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