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남앤김 법률사무소의 김도훈 변호사입니다.
학교폭력 신고를 받은 보호자분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도 억울한 부분이 있는데, 그 점만 잘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단순히 누가 더 억울한지를 판단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심의위원회는 크게 두 가지를 나누어 살펴봅니다.
첫째, 신고된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합니다.
둘째, 학교폭력이 인정된다면 어느 정도의 조치를 내려야 하는지 판단합니다.
이 두 단계는 서로 다릅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문제와 조치 수위를 낮추는 문제를 구분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1.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사실관계와 증거입니다
심의위원회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신고된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입니다.
이때 주로 검토되는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CCTV 영상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SNS 게시물
사진과 녹음파일
목격학생의 진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진술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그 자료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반대로 CCTV나 메시지 내역 없이 당사자들의 진술만 서로 엇갈리는 사건이라면, 심의위원회는 각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서울고등법원도 객관적인 증거 없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진술만 상반되는 경우에는 특정 학생의 진술만으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그런 적이 없습니다”라고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시의 시간, 장소, 주변에 있던 학생, 구체적인 대화와 행동을 가능한 한 사실에 맞게 설명해야 합니다.
2. 진술의 일관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 조사 단계에서 한 말과 심의위원회에서 하는 말이 크게 달라지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특정 행동을 인정했다가 심의위원회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을 하거나,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된 이후에 말을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진술을 번복하면 심의위원회는 사실을 숨기거나 책임을 회피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억지로 단정하기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편이 낫습니다.
학생이 처음 작성하는 확인서나 진술서는 이후 심의위원회와 행정소송에서도 활용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신중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3. 학교폭력이 인정되면 조치 수위를 판단합니다
학교폭력이 인정되면 심의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하여 조치 수위를 결정합니다.
행위의 심각성
행위의 지속성
행위의 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이의 화해 정도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
같은 폭행이라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행위인지, 우발적으로 한 차례 발생한 일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리 계획한 행동인지, 장난이나 다툼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행동인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4. 무조건 부인하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잘못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면 더 무거운 처분을 받을까 봐 모든 사실을 부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CCTV나 카카오톡 등 객관적인 자료로 행동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계속 부인하면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행동 자체는 인정하되 그 경위와 의미를 다투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계획적인 폭행이 아니라 장난이나 다툼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행위 자체와 고의성·지속성 문제를 구분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하지 않은 행동이나 과장된 신고 내용까지 반성문 형식으로 모두 인정해서도 안 됩니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명확히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반성문 한 장만으로 반성 정도가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심의위원회는 반성문 제출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함께 살펴봅니다.
자신의 행동 중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해하고 있는지
피해학생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인식하고 있는지
진술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지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호자가 실제로 지도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지
따라서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짧은 문장만 반복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관계에는 다툼이 있더라도, 본인이 인정하는 부적절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6. 사과나 합의가 이루어져도 처분이 반드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학생에게 사과하거나 합의하면 학교폭력 처분이 모두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과와 화해는 조치 수위를 정할 때 고려되는 요소일 뿐, 이미 인정된 학교폭력 자체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가해학생 측에서 일방적으로 사과문을 전달했다고 해서 화해가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아닙니다. 피해학생 측이 이를 받아들였는지, 실제로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피해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과정에서 압박이나 회유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사과 의사를 전달할 때는 학교를 통하는 등 신중한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7. 부모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심의위원회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합니다.
사건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
자녀에게 어떤 지도를 했는지
피해학생에 대한 사과 의사가 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평소 자녀의 학교생활은 어떠했는지
이때 피해학생이나 학교를 강하게 비난하거나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보호자는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태도와 함께, 자녀에게 필요한 교육과 지도를 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의위원회에서 피해야 할 말
다음과 같은 표현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했으니 우리 아이는 잘못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행동했다는 사정은 사건 경위에서 중요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본인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아이는 원래 거짓말을 잘합니다.”
막연한 비난보다는 상대방 진술 중 구체적으로 모순되는 부분을 증거와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학교와 선생님이 편파적으로 조사했습니다.”
조사 과정에 실제 문제가 있었다면 날짜, 발언, 누락된 자료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합의했으니 처분을 하면 안 됩니다.”
합의와 화해는 조치 수위에 반영될 수 있지만, 처분 자체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준비할 사항
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다면 최소한 다음 사항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신고된 행위가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학생의 최초 진술과 이후 진술이 일치하는지 살펴봅니다.
CCTV, 메시지, 사진, 목격자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합니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눕니다.
심각성·지속성·고의성에 관한 입장을 정리합니다.
반성, 사과, 상담, 보호자 지도 등 감경 사유를 구체적으로 준비합니다.
심의위원회에서 예상되는 질문에 학생이 자신의 말로 답할 수 있도록 연습합니다.
마무리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감정적인 호소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증거와 진술의 신빙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조치 수위는 행위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 등을 종합하여 결정합니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다투어야 하는 사건인지, 일부 사실은 인정하면서 조치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하는 사건인지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무조건 부인하거나 무조건 사과하는 방식보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전학이나 출석정지 등 중한 조치가 예상되거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사건이라면, 심의위원회 개최 전에 진술서와 의견서, 제출 자료의 방향을 함께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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