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블랙박스 외도 녹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일까
차량 블랙박스 외도 녹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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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형사일반/기타범죄

차량 블랙박스 외도 녹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일까 

김강희 변호사


차량 블랙박스 외도 녹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일까


사건 개요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이 차량 블랙박스입니다. 상시 녹화·녹음 기능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배우자가 그 차를 몰고 나갔다가 통화를 하거나, 상대방을 태우고 대화를 나눈 정황이 그대로 저장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파일을 손에 넣은 다음입니다. "이 정도면 확실한 증거 아니냐"고 생각하고 이혼소송에 그대로 제출하려는 순간, 오히려 녹음한 본인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혹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시는 분들의 사정은 대개 비슷합니다.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던 상태에서, 배우자가 차 안에서 상간자와 나눈 대화가 블랙박스 음성에 담겨 있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운전석에 함께 있으면서 배우자를 추궁한 대화가 녹음된 경우도 있습니다. 겉보기엔 둘 다 '블랙박스에 녹음된 외도 대화'로 똑같아 보이지만, 법이 보는 잣대는 완전히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대화에 내가 당사자로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같은 블랙박스 녹음이라도 적법과 위법이 갈립니다. 그리고 위법으로 분류된 녹음은 이혼·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증거로 쓰지 못할 뿐 아니라, 녹음한 사람 스스로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안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녹음 당시 내가 그 대화의 당사자였는지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정하는데, 대법원은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자신이 들은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이 조항이 말하는 '타인간의 대화' 녹음이 아니라고 봅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반대로 내가 그 자리에 없었고 배우자와 상간자 둘만의 대화가 우연히 녹음된 경우라면, 나는 그 대화에 대해서는 온전한 '제3자'이므로 원칙적으로 금지 대상에 들어갑니다.

둘째, 위법하게 녹음된 파일이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은 제4조를 준용해, 제3조를 위반해 녹음된 타인간의 대화는 재판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이 배제 규정은 형사재판만이 아니라 이혼·손해배상 같은 민사·가사 재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단입니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문자처럼 이런 명시적 배제 규정이 없는 증거는 법원이 사생활 침해 정도와 증명 필요성을 저울질해 예외적으로 받아 주는 경우가 있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대화' 녹음은 이 저울질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일률적으로 배제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셋째, 녹음한 사람이 지는 형사 리스크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은 제3조를 위반해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이혼소송이 격해지면 상간자나 배우자 쪽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맞고소에 나서는 일이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녹음의 '당사자성'부터 갈라 위법·적법을 나눈다


블랙박스 파일을 받아 오시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파일 전체를 구간별로 나누어 그 시점에 의뢰인이 그 대화의 당사자였는지를 하나하나 대조하는 일입니다. 이 구분이 이후 소송 전략 전체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1) 시점별로 당사자성을 표로 정리합니다.

같은 블랙박스 안에도 서로 다른 성격의 구간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뢰인이 동승해 배우자를 추궁한 구간, 배우자 혼자 차를 몰며 상간자와 통화한 구간, 상간자를 태우고 둘이서만 대화한 구간이 각각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구간들을 시각·발화자별로 나누어 정리하면, 어느 구간이 대법원 2006도4981 판결이 말하는 '본인이 참여한 대화'에 해당해 적법하게 살아남는지, 어느 구간이 '타인간의 대화'로 분류돼 위법 시비에 걸리는지가 분명해집니다.

2) 음성과 영상을 분리해서 살릴 부분을 가려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14조가 금지하는 것은 '대화', 즉 음성의 녹음·청취입니다. 블랙박스가 같은 시각에 함께 담은 영상 화면(차량 안팎의 모습, 동승자의 얼굴, 정차 장소와 시각 등)은 이 조항이 규율하는 대상이 아니어서, 음성 부분이 위법 시비에 걸리더라도 영상 정보는 별도로 살아남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 되는 구간이라도 음성을 지우거나 배제한 채,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영상·시각 정보만 따로 정리해 두는 작업을 함께 진행합니다.

3) 위법 구간은 폐기하지 않되 제출 목록에서 분리해 둡니다.

타인간의 대화로 분류된 구간은 법정에 증거로 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바로 지우지는 않습니다. 원본을 그대로 보존해 두어야 나중에 상대방이 "그런 녹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짜깁기됐다"고 다툴 때 원본성을 입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위법 녹음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날짜·장소·인물 정보는 아래에서 설명할 적법한 대체 증거를 찾아 나가는 단서로는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형사 리스크를 관리하며 적법한 대체·보강 증거로 이중화한다


당사자성만으로 살릴 수 없는 구간이 남더라도, 소송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남은 공백을 적법한 방법으로 메우고, 동시에 의뢰인이 안게 될 형사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을 함께 진행합니다.

1) 맞고소 가능성을 먼저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정합니다.

위법 녹음 구간을 소송에 제출할지 여부를 정하기 전에,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에 따른 형사 리스크가 실제로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먼저 짚습니다. 상대방이 고소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면 그 구간을 애초에 제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소송 전략을 짜고, 이미 상대방이 문제 삼은 사안이라면 녹음의 경위—배우자의 외도를 확인할 다른 방법이 없어 부득이했다는 사정, 가정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맥락—를 정리해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도록 대비합니다.

2) 앞으로의 녹음은 처음부터 '당사자 녹음'으로 만듭니다.

이미 확보한 파일과 별개로, 앞으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의뢰인이 직접 대화에 참여하는 형태로 전환하도록 조언합니다. 배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화하며 녹음하거나, 마주 앉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대화를 의뢰인 스스로 녹음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의뢰인 자신이 대화 당사자이므로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문제에서 벗어나며, 대법원 2006도4981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뒷받침해 줍니다.

3) 배제된 대화 대신 명시적 배제 규정이 없는 증거로 입증 구조를 이중화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율하는 '대화' 녹음과 달리, 카드 사용내역, 숙박·통행 기록, 문자·메신저 대화 캡처, 위치정보처럼 다른 방식으로 확보한 자료에는 이런 일률적 증거사용 금지 규정이 없습니다. 이런 자료는 수집 과정에 다소 흠이 있더라도 법원이 사생활 침해 정도와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필요성을 견주어 증거로 받아들일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위법 시비가 있는 대화 구간에만 기대지 않도록, 처음부터 이런 보강 자료를 함께 수집해 이중의 입증 구조를 만들어 둡니다.


결론


블랙박스는 상시 켜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손쉬운 증거처럼 보이지만, 그 손쉬움 뒤에는 녹음한 사람 스스로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적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같은 파일 안에서도 어느 구간은 살고 어느 구간은 죽는지가 갈리기 때문에, 이미 확보한 파일이 있다면 소송에 제출하기 전에 구간별로 당사자성부터 가려보는 절차가 먼저입니다.

지금 손에 있는 블랙박스 파일을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그리고 남은 공백을 어떤 자료로 메워야 안전하게 입증 구조를 세울 수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파일을 들고 한 번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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