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뒤에 섰을 뿐인데 밀착 신고, CCTV로 반박
사건 개요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환승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줄지어 오르내립니다. 뒤에서 타던 남성이 특별히 다가서거나 자세를 바꾼 적이 없는데도, 앞서 오르던 여성 승객이 "누군가 뒤에서 몸을 밀착해 왔다"고 느끼고 역무원에게 신고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고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역무원은 CCTV를 돌려 하차 지점에서 남성을 특정해 세우고, 이후 경찰 조사로 이어집니다.
정작 CCTV 화면을 보면 카메라가 에스컬레이터 상단이나 측면 위쪽에 설치돼 있어 두 사람의 상체와 머리만 비스듬히 잡히고, 발의 위치나 두 사람 사이의 실제 거리는 화면 밖에 있거나 다른 승객에 가려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은 "혼잡한 시간대에 순서대로 탑승했을 뿐 의도적으로 붙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지만, 피해자의 "밀착됐다"는 진술과 화면상의 근접한 모습만으로 조사가 진행되면 방어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퉈야 할 것은 "정말 신체를 밀착시켰는가, 아니면 에스컬레이터라는 좁고 단이 진 구조상 어쩔 수 없이 가까워진 것인가"라는 물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감정이나 진술의 무게가 아니라, 계단의 실제 규격과 CCTV가 촬영된 각도라는 객관적 수치로 검증할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가 적용되며, 대중교통수단·공연장 등 사람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죄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성립하지 않고, 추행에 대한 고의—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그런 접촉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별도로 따집니다. 법원은 접촉 부위·방법, 반복성·지속성, 혼잡도 등 주변 상황, 행위 전후의 태도를 종합해 고의 유무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다툴 지점은 네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실제로 신체가 닿을 정도로 접촉이 있었는지 자체입니다. 둘째, 접촉 혹은 근접이 있었다면 그것이 고의적으로 밀어붙인 동작인지, 아니면 걸음의 관성으로 생긴 일시적 근접인지입니다. 셋째, 에스컬레이터의 구조적 협소성상 그 정도 거리는 통상적으로 불가피한지입니다. 넷째, 남아 있는 CCTV 영상이 실제로 무엇을 증명하는지—촬영 각도가 만들어 낸 착시는 아닌지—입니다. 이 네 가지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피해자의 '밀착됐다'는 느낌과 남성의 '닿지 않았다'는 진술이 팽팽히 맞설 뿐, 어느 쪽도 객관적으로 우세하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에스컬레이터 규격과 CCTV 촬영 각도로 '밀착'이 아님을 물리적으로 재구성하기
이런 사건에서 진술 공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순간의 물리적 배치가 실제로 어땠는가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 자리를 재구성합니다.
1) 에스컬레이터의 실제 규격으로 두 사람 사이의 최소 거리를 계산합니다.
승강기시설 안전기준(에스컬레이터 안전기준, KC 2050-53)상 에스컬레이터 스텝의 깊이는 0.38m 이상, 높이는 0.24m 이하로 제작되고, 경사도는 최대 30도(층고 6m 이하 시 35도)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즉 뒤에 선 사람은 앞사람과 같은 단에 나란히 설 수 없고, 최소한 한 단 아래에서 수평으로는 스텝 깊이만큼, 수직으로는 스텝 높이만큼 떨어진 위치에 서게 됩니다. 사건이 벌어진 에스컬레이터의 실측 규격과 경사도를 확보해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진술상 '밀착'이라고 표현된 거리가 실제로는 구조상 항상 발생하는 정상 간격 범위 안에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2) CCTV의 설치 각도가 만든 원근 왜곡(패럴랙스)을 분석합니다.
에스컬레이터 CCTV는 대부분 상단 또는 측면 위쪽, 사람의 이동 방향과 비스듬한 각도에 고정 설치됩니다. 이런 각도에서는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 렌즈의 화각에 따라 실제로는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 화면상으로는 겹쳐 보이거나 훨씬 가까워 보이는 원근 왜곡이 생깁니다. 카메라의 설치 높이·각도·화각과 두 사람의 실제 위치를 대입해 화면상의 겉보기 거리와 실제 거리 사이의 차이를 재구성하면, '화면상 붙어 보인다'는 것과 '실제로 붙었다'는 것이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영상분석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이 왜곡을 수치로 뒷받침합니다.
3) 동선과 자세를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의도적 동작'의 부존재를 보입니다.
고의로 밀착시켰다면 보통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거나, 손을 뻗거나, 걸음을 멈추고 거리를 좁히는 동작이 남습니다. CCTV를 프레임 단위로 끊어 두 사람의 자세·체중 이동·팔의 위치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남성이 계속 정면을 향한 채 걸음 속도만 유지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자세를 바꿔 다가섰는지가 드러납니다. 이 정지 프레임 자료는 '먼저 붙어 왔다'는 진술과 정면으로 대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고의성 부존재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 확보하기
구조와 영상 분석만으로 부족할 때를 대비해,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주변 정황도 함께 준비합니다.
1) 탑승 전후의 동선과 혼잡도를 확인합니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기 전 승강장이나 계단 입구에서부터 이미 줄이 밀집해 있었는지, 남성이 그 줄의 순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뒤에 서게 된 것인지를 진입 지점 CCTV로 확인합니다. 혼잡한 시간대에 순서대로 줄을 선 정황이 확인되면, 그 뒤 근접 역시 의도적 선택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결과였다는 설명에 힘이 실립니다.
2) 피해자와의 관계와 사전 접촉 여부를 정리합니다.
두 사람이 이전에 일면식이 있었는지, 대화나 시선 교환이 있었는지, 아니면 순전히 낯선 사이였는지를 확인합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별다른 사전 행동 없이 우연히 줄을 서게 된 정황은, 표적으로 삼아 접근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3) 신고 경위와 진술의 일관성을 검토합니다.
최초 신고 당시의 진술과 이후 조사 과정의 진술 사이에 '밀착'의 정도나 지속 시간에 대한 표현이 달라졌는지, 신고를 결심한 계기가 명확한 접촉 자각이었는지 아니면 뒤가 계속 신경 쓰였다는 막연한 불쾌감이었는지를 짚습니다. 진술이 조사 단계마다 구체화되거나 강해지는 패턴이 있다면, 그 변화 자체가 방어 측에 유리한 정황이 됩니다.
결론
에스컬레이터 밀착 신고는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풀리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붙었다'는 느낌에 맞서려면, 그 순간의 물리적 조건—계단의 간격, 카메라의 각도, 두 사람의 실제 동선—을 수치와 영상으로 되짚어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은 초기에 CCTV 보존을 요청하고 현장의 구조를 실측해 두는 시점이 빠를수록 유리합니다. 밀착 신고를 받아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그 자리의 구조와 영상이 실제로 무엇을 말해 주는지부터 짚어 보는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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