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서 졸다 기댔는데 강제추행 신고 — 잠결 접촉 대응법
사건 개요
야근이나 퇴근이 늦어져 심야버스를 탄 날, 자리에 앉자마자 스르르 잠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잠든 사이에 몸이 옆자리 쪽으로 기울면서 생깁니다. 머리나 어깨가 옆 사람 쪽으로 넘어가거나, 팔이나 다리가 닿는 접촉이 몇 초에서 몇십 초간 이어지고, 놀라서 잠이 깬 상대방이 그 자리에서 항의하거나 하차 후 경찰에 신고하면서 형사 사건으로 번집니다.
당사자는 "졸다가 나도 모르게 그런 것뿐이다"라고 항변하지만, 이 말만으로는 수사기관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일단 강제추행 또는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사건을 접수하고, 피의자 조사를 진행합니다. 이 단계에서 "몰랐다",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의 막연한 부인만 반복하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스스로 깎아 먹는 결과를 낳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면 상태에서 의사와 무관하게 일어난 접촉이라면 처벌 대상이 되는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는 저절로 증명되는 사실이 아닙니다. 잠들어 있었다는 것과 그 접촉이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객관적인 자료로 재구성해 내야, 진술이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접촉 당시 몸의 움직임이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만큼 의사에 지배된 거동이었는지입니다. 둘째, 설령 신체 접촉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 접촉의 정도가 실제로 '추행'이라 평가할 만큼 밀착·지속적이었는지, 아니면 통상적인 승차 중 마찰에 그치는 수준이었는지입니다. 넷째, 이 모든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차량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피로 상태를 뒷받침하는 정황—를 얼마나 확보했는지입니다.
특히 심야버스는 승객이 적어 혼잡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대중교통수단은 실제로 붐비지 않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정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형법상 강제추행과 공중밀집장소추행, 두 죄명 모두를 염두에 두고 같은 논리로 대응을 준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수면 상태와 비고의 접촉을 증거로 재구성하기
"잠들어서 몰랐다"는 말은 진술로만 남으면 쉽게 부정당합니다. 이 말이 신빙성을 얻으려면,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과 접촉이 수동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눈에 보이는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세웁니다.
1) 차량 블랙박스·CCTV 영상을 사건 초기에 확보합니다.
버스 내부 블랙박스나 CCTV 영상은 통상 며칠에서 수 주 안에 자동 삭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고 사실을 인지한 즉시 운수회사에 영상 보전을 요청하거나, 수사기관을 통해 임의제출·영장 절차로 영상을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사라져, 이후에는 진술만으로 다투어야 하는 불리한 싸움이 됩니다.
2) 영상에서 확인할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습니다.
영상을 확보했다고 저절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접촉 전 고개가 떨어지거나 눈을 감고 있는 등 수면 징후가 이미 나타나 있었는지, 접촉이 버스의 제동·회전·정차 시점과 맞물려 일어났는지, 접촉이 문지르거나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능동적 동작이 아니라 정지된 상태로 기울어져 있는 수동적 접촉이었는지, 그리고 잠에서 깬 직후 놀라며 사과하고 즉시 거리를 두는 반응이 있었는지를 초 단위로 분석해 의견서에 반영합니다.
3) 극도의 피로 상태였다는 정황을 곁들입니다.
초과근무 기록, 근태 자료, 당일 퇴근 시각과 승차 시각이 근접했다는 사실, 평소에도 퇴근버스에서 자주 존다는 동료·가족의 진술을 함께 정리합니다. 이런 정황은 그 자체로 무죄를 만들지는 않지만, 영상으로 확인되는 수면 징후에 신빙성을 더해 "왜 하필 그날 그렇게 깊이 잠들었는가"라는 수사기관의 의문에 답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고의 부존재' 법리를 세우고 진술 전략을 짜기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와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모두 고의범입니다.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고, 두 죄명 모두 과실로 저지른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지점을 사건의 축으로 삼아 다음과 같이 방어를 구성합니다.
1) 형법 제13조의 고의 법리를 정면에 세웁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수면 상태에서는 자신의 신체가 어디에, 어떻게 닿고 있는지를 인식할 수 없으므로 추행에 대한 인식과 의사, 즉 고의 자체가 성립할 여지가 없습니다. 나아가 그 움직임이 의사에 지배되지 않은 무의식적 거동이었다면, 형법이 책임을 묻는 '행위'의 개념 자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함께 주장합니다.
2) 초기 진술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계합니다.
수사 초기, 특히 최초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태도가 사건의 방향을 사실상 결정합니다.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의 막연한 부인은 회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대신 그날의 피로 원인, 정확한 승차 시각과 좌석 배치, 잠든 경위, 깨어난 순간의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해야 신빙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3) 공중밀집장소추행 적용 가능성까지 함께 방어합니다.
승객이 적은 심야버스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란 실제로 붐비는 곳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개방된 장소 일반을 뜻하며, 행위 당시의 실제 혼잡도와는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5704 판결). 또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도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만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전원합의체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이 판례는 유형력의 정도에 관한 기준을 낮춘 것일 뿐, 고의라는 별개의 성립요건까지 완화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방어의 축은 접촉의 강약을 다투는 데 있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고의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데 두어야 합니다.
결론
심야버스에서 졸다가 생긴 접촉은 억울하다는 감정만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접촉이 의사와 무관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영상과 정황으로 재구성해야, 비로소 고의 없는 접촉이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최초 진술은 한 번 흔들리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신고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무엇을 확보하고 어떻게 진술할지, 사건 초기에 방향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