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고의 부인 — 회계 재량 항변 통하는 범위
분식회계 고의 부인 — 회계 재량 항변 통하는 범위
법률가이드
횡령/배임기업법무

분식회계 고의 부인 — 회계 재량 항변 통하는 범위 

강대현 변호사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부풀렸다는 이유로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받으면, 상당수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는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문제된 회계처리가 명백한 조작이 아니라 회계기준이 허용하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랐을 뿐이라는 주장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회계 재량' 항변입니다. 그러나 이 항변은 아무 사건에나 통하는 만능 방패가 아니고,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뒤집히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분식회계 혐의에서 고의를 다투는 회계 재량 항변이 실제로 어디까지 인정되고, 어디서부터 통하지 않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외부감사법이 처벌하는 분식회계, 그 구성요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제39조 제1항은 같은 법 제5조가 정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거나 감사보고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재해 이해관계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조 제2항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재무제표상 손익이나 자기자본이 자산총액의 일정 비율만큼 변경된 경우를 가중처벌 사유로 두어, 변경 금액이 자산총액의 100분의 10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100분의 5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처벌 대상은 단순히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위반해 거짓으로 작성·공시한 것'입니다. 즉 객관적으로 기준과 다르게 처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처리가 진실에 반한다는 점을 행위자가 인식했어야 구성요건이 완성됩니다. 이 지점이 바로 회계 재량 항변이 출발하는 자리입니다. 처리 방식이 사후적으로 보수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애초에 회계기준이 그 선택을 허용하고 있었다면 '위반'이라는 평가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고, 설령 위반으로 평가되더라도 당시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면 '거짓'이라는 인식, 즉 고의가 없었다고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고의를 부인한다'는 것이 정확히 다투는 지점

수사기관과 법원이 분식회계 사건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객관적으로 회계처리기준을 벗어난 처리를 했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처리를 하면서 진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는지입니다. 재량 항변은 이 가운데 후자, 즉 주관적 인식 요소를 정면으로 다투는 방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경로로 구성됩니다. 첫째, 문제된 처리가 회계기준이 인정하는 재량범위 안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 애초에 '위반'이라는 평가 자체를 흔드는 경로이고, 둘째, 설령 사후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밝혀지더라도 처리 당시에는 여러 견해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판단했을 뿐 진실을 왜곡한다는 인식은 없었다는 것을 보이는 경로입니다.

이 항변이 실제로 힘을 받으려면 두 가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하나는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주는 문서, 즉 검토보고서·회계자문 의견서·이사회 자료처럼 처리 시점에 만들어진 기록이고, 다른 하나는 그 쟁점에 대해 실제로 복수의 견해가 존재했다는 객관적 자료입니다. 재판 단계에서 뒤늦게 만들어진 소명자료보다, 처리 당시 시점이 찍힌 기록이 훨씬 큰 설득력을 갖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방어 전략을 다룰 때 다시 짚겠습니다.

회계처리기준이 재량을 남겨두는 대표적 지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세부 규칙을 나열하기보다 원칙을 제시하고 구체적 적용은 각 기업의 판단에 맡기는 원칙중심 체계입니다. 그만큼 추정과 판단이 개입하는 항목이 많고, 이 지점들이 재량 항변이 실제로 다뤄지는 무대가 됩니다.

  • 지배력 판단 — 자회사를 종속기업으로 볼지 관계기업으로 볼지는 의결권 비율뿐 아니라 잠재적 의결권(콜옵션 등)의 행사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하며, 판단 요소마다 가중치를 매기는 데 재량이 개입합니다.

  • 손상평가 — 유형자산·영업권·재고자산의 손상 여부는 미래현금흐름 추정, 할인율 선택 등 예측적 판단에 좌우됩니다.

  • 진행률 산정 — 장기공사계약이나 용역계약의 수익인식은 원가투입법 등으로 진행률을 추정하는데, 총예정원가 추정치 자체가 유동적입니다.

  • 공정가치 평가 — 비상장주식이나 파생상품처럼 활성시장이 없는 자산은 평가모델과 입력변수 선택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집니다.

  • 수익인식 시점 — 통제이전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는 거래 구조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 지점들의 공통점은,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실무자마다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대손충당금 항목이라도 거래처의 신용도를 어떤 자료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설정률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차이가 사후에 '과소 계상'으로 지적되더라도 당시 평가 자료와 절차가 합리적이었다면 이는 추정의 오차이지 거짓 기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재량 항변은 바로 이 지점, 즉 결과의 정확성이 아니라 판단 과정의 합리성을 다투는 방어입니다.

회계기준이 재량의 여지를 열어둔 지점에서는, 결과적으로 유리했는지가 아니라 그 선택 당시 합리적 근거가 있었는지가 고의 판단의 핵심이다.

재량 항변이 실제로 인정된 사건 — 지배력 판단의 재량범위

재량 항변이 어디까지 통할 수 있는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형사재판입니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분류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오다가, 2015년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지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아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관계기업으로 재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장부가액 약 2,900억원이던 자회사 지분을 공정가치 약 4조 8,000억원으로 재평가하면서 그 차액이 투자이익으로 계상돼 자본이 크게 늘었고, 검찰은 이를 고의적인 가치 부풀리기로 보아 외부감사법위반·자본시장법위반 등 19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2부는 2024. 2. 5. 선고한 2020고합718, 920(병합) 판결에서 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역시 2025. 2. 3. 선고한 2024노635 판결에서 무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두 재판부가 공통으로 밝힌 논리는, 콜옵션의 실질적 권리성과 지배력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회계처리기준이 재량을 열어둔 영역이고, 그 처리 결과가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부정한 회계처리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재분류 이후의 회계처리가 회사의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고의의 근거로 제시한 내부 이메일이나 문건에 대해서도, 관계자 개개인의 단편적 인식이 드러난 것에 불과할 뿐 회사 차원에서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회계처리를 짜맞췄다는 점까지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항변이 통하지 않는 경계 — 재량의 일탈·남용

같은 재량 항변이라도 모든 사건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재량의 '일탈·남용'으로 보아 오히려 고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우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결론을 먼저 정해두고 그 결론에 맞춰 추정치나 평가모델을 사후적으로 끼워 맞춘 정황이 내부문서에서 드러나는 경우, 감사인이나 외부전문가가 명확한 반대의견을 냈는데도 이를 은폐하거나 별다른 근거 없이 묵살한 경우, 회계처리기준이 허용하는 방법론 자체를 벗어난 임의적 처리를 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쟁점에 대해 시점마다 설명이 바뀌거나 정정공시가 반복되면서 일관성이 무너지는 정황도 재량이 아니라 은폐로 읽히기 쉽습니다.

  • 내부문서에 목표수치나 시나리오를 먼저 설정한 뒤 회계처리를 역산한 흔적이 있는 경우

  • 감사인의 반대의견·지적사항을 소명 없이 무시하거나 자료 제출을 지연·누락한 경우

  • 회계기준상 인정되지 않는 임의적 방법(원가의 자의적 배분 등)을 사용한 경우

  • 동일 쟁점에 대한 설명이 시점마다 달라지고 정정공시가 반복되는 경우

방어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법

재량 항변이 실제로 힘을 가지려면 재판 단계에 이르러서야 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리 당시부터 근거를 쌓아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선 문제된 회계처리를 결정할 당시 작성된 검토보고서·이사회 의사록·회계법인이나 외부 자문기관의 자문의견서를 시점 순서대로 확보해, 그 판단이 사후에 재구성된 것이 아니라 당시 실제로 고려됐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감사인과 주고받은 질의응답 기록이나 회의록도 같은 쟁점을 사전에 함께 검토했다는 정황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시기 유사한 상황에 놓인 다른 기업들이 어떤 회계처리를 선택했는지 비교자료를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공인회계사 등 회계 전문가의 감정의견을 받아 그 처리가 회계기준의 해석상 합리적인 선택지 중 하나였음을 객관화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거나,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논리를 짜맞춘 정황이 보이면 재량 항변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조사 초기 단계부터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어떤 자료는 신중하게 제출할지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죄명과 함께 기소될 때 유의할 점

상장회사의 분식회계는 외부감사법위반죄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보고서에 재무 정보를 거짓으로 기재했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444조 제13호의 허위 사업보고서 작성죄가 함께 문제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평가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횡령 혐의까지 겹쳐 기소되는 경우도 있는데, 같은 법 제3조에 따라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되어 형량 자체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외부감사법위반죄에서 재량 항변이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다른 죄명의 고의까지 자동으로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각 죄명은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이 달라 고의 판단의 기준도 별도로 적용되고, 배임죄에서는 재산상 이득액 산정 자체를 다투는 별도 쟁점도 얽히므로, 병합기소된 사건에서는 죄명별로 각각의 방어 논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식회계 혐의를 받으면 무조건 고의가 인정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외부감사법 제39조는 회계처리기준 위반뿐 아니라 그 처리가 거짓이라는 점에 대한 고의를 별도로 요구하므로, 문제된 처리가 회계기준이 허용하는 재량범위 안에 있었다면 무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재량의 일탈·남용이 인정되면 고의도 함께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 자체는 인정되면 항변이 불가능한가요?

A. 사후적으로 처리 방식이 잘못됐다고 평가되더라도, 처리 당시 여러 견해가 대립하고 있었고 그중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판단했다면 고의를 다툴 여지는 남습니다. 다만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회계처리를 짜맞춘 정황이 드러나면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Q. 감사인이 적정의견을 냈다면 도움이 되나요?

A. 감사인의 적정의견은 그 처리에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는 정황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적정의견 자체만으로 고의가 자동으로 부인되는 것은 아니고, 내부 의사결정 문서 등 다른 증거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Q. 실제 회계처리를 담당한 실무자도 처벌 대상이 되나요?

A. 외부감사법 제39조는 행위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므로 실무를 담당한 임직원도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경영진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독자적 판단이 있었는지에 따라 책임의 정도와 방어 논리는 달라집니다.

Q. 외부감사법위반과 자본시장법위반이 함께 기소되면 어떻게 되나요?

A. 두 죄는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이 달라 각각 별도로 유·무죄가 판단됩니다. 외부감사법위반에서 재량 항변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자본시장법위반 부분은 별개의 증거관계를 놓고 다시 다퉈야 합니다.

Q. 형사 무죄를 받으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함께 없어지나요?

A. 형사 무죄는 검찰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고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뿐, 민사상 주의의무 위반이나 손해배상 책임까지 당연히 없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민사소송에서는 별도의 증명책임과 기준으로 다시 판단받게 됩니다.

맺음말

분식회계 사건에서 고의를 부인하는 싸움은 결국 문제된 회계처리가 결과적으로 유리했는지가 아니라, 처리 당시 회계기준이 허용하는 재량범위 안에서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판단했는지를 입증하는 싸움입니다. 재량이 인정되는 지점과 일탈·남용으로 평가되는 지점의 경계는 사건마다 다르게 그어지므로, 자신의 회계처리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놓고 따져봐야 합니다.

이 싸움의 승패는 재판정에서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고,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남아 있는 당시 기록의 양과 질에서 상당 부분 결정됩니다. 경기남부 지역 기업이 외부감사법위반 조사를 받는 경우 수원지검 등 관할 수사기관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조사 초기 단계부터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정리해 제출할지 방향을 잡는 조력이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7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