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위원회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 그 순간부터 사건의 향방이 대부분 결정됩니다. 계좌 자료와 매매내역, 휴대전화와 메신저 기록이 한꺼번에 확보되고 이 자료들이 이후 기소 여부와 부당이득액 산정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압수수색 현장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미리 알지 못한 채 절차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세조종의 실제 유형과 압수수색이 초기 수사에서 갖는 의미, 그리고 현장 대응부터 이후 조사·형량 다툼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시세조종·주가조작이란 무엇인가 — 자본시장법 제176조의 네 가지 유형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행위를 제176조에서 금지합니다. 이 조문이 규제하는 유형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위장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으로, 자신이 매도하는 시점에 미리 짠 상대방이 같은 가격에 매수하도록 하는 통정매매나 실제 권리이전 없이 형식만 갖추는 가장매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는 실제 매매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으로,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시세를 변동시키는 일련의 매매가 이에 해당하며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적발되는 유형입니다. 셋째는 상장증권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안정시키는 행위이고, 넷째는 파생상품이나 ELS 등 연계상품을 이용해 기초자산과 파생상품 시세를 동시에 조작하는 연계시세조종입니다.
이 중 실제 수사와 재판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은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입니다. 정상적인 매매와 시세조종성 매매는 겉으로 드러나는 매매 자체만 놓고 보면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통상 특정 계좌의 호가관여율, 매매관여율, 주가 상승기 매수 집중도, 종가 관여 여부 같은 정량 지표를 근거로 목적성을 추정하는데, 이 추정이 실제 거래 동기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시세조종은 미수에 그쳐도 처벌 대상이 되고, 여러 계좌를 동원한 공모관계가 인정되면 가담 정도가 낮은 사람도 공동정범으로 함께 기소될 수 있어 혐의를 받는 단계부터 신중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위장거래 — 통정매매·가장매매처럼 실제 소유권 이전 의사 없이 매매 형식만 취하는 유형.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 매매유인목적으로 시세를 변동시키는 일련의 실제 매매(가장 빈번한 적발 유형).
시세고정·안정행위 — 상장증권·장내파생상품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하거나 안정시키는 매매.
연계시세조종 — 파생상품·ELS 등 연계상품과 기초자산 시세를 함께 조작하는 유형.
시세조종의 성립 여부는 매매 행위 자체보다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의 입증과 반박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왜 시세조종 수사는 압수수색으로 시작하나 — 계좌·통신 자료가 결정적 증거인 이유
시세조종은 자백만으로 입증되는 범죄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혐의 계좌의 매매내역을 시계열로 재구성해 호가 제출 패턴과 시세 변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여러 계좌가 동시에 움직였다면 그 계좌들 사이의 자금 흐름과 명의 관계까지 추적합니다. 이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 매매 계좌 자료와 통신 기록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나 금융감독원이 이상거래를 포착해 수사기관에 통보하면 검찰이나 경찰은 초기 단계부터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한꺼번에 확보하려 합니다. 대형 시세조종 사건은 증권범죄를 전담하는 검찰 수사부서가 직접 인지해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도 있어, 통보 경로와 무관하게 초기 단계부터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구조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 압수수색에서 확보되는 자료는 광범위합니다. 혐의자 명의는 물론 가족·지인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의 매매내역, 증권사에 보관된 주문 로그, 업무용 PC와 서버, 휴대전화에 남은 메신저 대화와 통화기록이 대상이 됩니다. 여러 사람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관련자 주거지와 사무실을 같은 날 동시에 집행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한 곳에서 압수수색 소식이 다른 곳으로 전해져 자료를 인멸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압수수색이 시세조종 수사의 사실상 첫 관문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 단계에서 확보된 자료가 이후 기소 여부와 부당이득액 산정의 기초 자료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시세조종 수사는 자백이 아니라 매매패턴과 계좌·통신 자료의 재구성으로 입증되므로, 압수수색은 수사의 부수 절차가 아니라 사실상의 출발점이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 — 참여권과 관련성 원칙
압수수색 영장이 제시되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압수할 물건의 범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21조, 제219조는 피압수자와 변호인에게 압수수색 현장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이 권리는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 특히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는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 정보에 한해서만 압수할 수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압수 과정에서 별개 사건에 관한 정보를 우연히 발견했다면, 그 정보를 곧바로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새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입니다.
현장에서는 참여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PC나 서버의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는 전체 복제(이미징) 방식인지 관련 파일만 선별 출력하는 방식인지 확인해야 하며, 압수가 끝나면 압수물 목록을 반드시 교부받아야 합니다. 목록에 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해 보이는 자료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실을 현장에서 이의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압수 절차 자체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되면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를 통해 압수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압수 대상 물건의 범위를 직접 확인.
전자정보 압수 방식(전체 이미징인지 선별 출력인지) 확인.
압수가 끝나면 압수물 목록을 반드시 교부받을 것.
범위를 벗어난 자료가 포함됐다면 준항고로 압수처분 취소를 구할 수 있음.
전자정보 압수는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 범위로 한정되고, 이를 벗어난 자료는 별도 영장 없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원칙이다.
압수수색 이후 첫 대응 — 조사 대비와 진술 전략
압수수색이 끝났다고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닙니다.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기간을 거쳐 얼마 지나지 않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요구서가 도착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이 사이 기간이 실질적으로는 방어를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조사에서는 진술거부권이 있고, 준비 없이 출석해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매매내역이나 통화기록에 그때그때 답하다 보면 나중에 번복하기 어려운 진술이 조서에 남을 수 있습니다. 압수물 분석 결과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부 사실관계를 먼저 진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준비해야 할 것은 압수당한 자료를 스스로도 재구성해보는 작업입니다. 문제가 된 매매가 시세조종이 아니라 정상적인 투자 판단이었다면, 그 매매 시점의 시장 상황, 매매 동기를 뒷받침할 자료(리서치 자료, 내부 검토 문건, 매매 지시 경위 등)를 미리 정리해두는 쪽이 조사 단계에서 유리합니다. 여러 계좌가 얽힌 사건일수록 자신의 가담 범위와 다른 계좌 명의인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두어야, 공모관계 전체로 책임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여지가 생깁니다.
압수수색과 출석조사 사이의 기간은 방어를 준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시간이며, 이 시기에 진술 전략과 소명자료를 정리해두는지가 이후 절차를 좌우한다.
부당이득액이 형량을 가른다 — 자본시장법 제443조의 가중처벌 구조
시세조종행위는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다만 이익이나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또는 그 금액의 5배가 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 상한이 5억원으로 고정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같은 조 제2항은 부당이득액 규모에 따라 징역형 자체를 가중합니다. 부당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 하한이 대폭 올라갑니다.
이 구조 때문에 시세조종 사건에서는 유무죄 다툼 못지않게 '부당이득액이 얼마인가'를 다투는 것이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부당이득액은 통상 시세조종 기간의 매매차익에서 시세조종과 무관한 통상적 가격 변동분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이 산정 방식 자체가 사건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법원이 검찰의 산정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산정 기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시세조종과 인과관계가 없는 매매차익을 제외했는지에 따라 부당이득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이 부분에서 회계·금융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다투는 것이 형량을 낮추는 실질적인 방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당이득액은 형량뿐 아니라 몰수·추징의 범위도 함께 정하기 때문에, 산정액을 다투는 실익은 징역·벌금형 자체를 낮추는 것을 넘어 실제로 반환해야 할 금액의 크기까지 좌우합니다.
자본시장법 제443조는 부당이득액 5억원과 50억원을 기준으로 징역 하한을 계단식으로 올리므로, 부당이득액 산정을 다투는 것 자체가 곧 형량을 다투는 것과 같다.
방어 포인트 — 목적성과 부당이득액을 다투는 법
실무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방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애초에 매매유인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투는 것입니다. 유동성공급계약(LP)에 따른 매매, 시장조성 목적의 매매, 자기주식 취득, 공매도에 대응한 헤지 거래처럼 시세조종과 외형이 비슷해 보여도 목적 자체가 다른 정상적 매매 유형이 존재합니다. 문제된 계좌의 매매가 이런 정상적 거래 유형에 해당한다는 점을 매매 시점의 시장 상황과 내부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목적성 자체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알고리즘 프로그램매매처럼 사전에 설정된 로직에 따라 기계적으로 주문이 나간 경우에도, 그 로직 자체가 시세 변동을 노린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차익거래·헤지)으로 설계됐다는 사실을 로직 설계 문서나 개발 이력으로 소명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부당이득액 산정을 다투는 것입니다. 판례는 시세조종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익만을 부당이득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시세조종 기간 중 매매차익이라도 그 전부가 자동으로 부당이득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계좌가 관련된 사건에서는 자신이 직접 지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한 매매분까지 부당이득액에 함께 산입되지 않도록 가담 범위를 소명하는 것도 중요한 방어 지점입니다. 두 가지 방어 모두 압수수색 단계에서 확보된 자료를 기초로 재구성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의 밀도가 이후 형량 다툼의 폭을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적성과 부당이득액, 이 두 지점을 압수수색 단계부터 근거자료로 뒷받침해두는지가 시세조종 사건 방어의 실질을 좌우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압수수색을 받으면 곧바로 구속되나요?
A. 압수수색과 체포·구속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압수수색은 증거 확보 목적의 강제처분이고, 구속은 별도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어야 가능합니다. 다만 확보된 자료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면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어, 압수수색 이후 조사 대응을 어떻게 하는지가 구속 여부에도 영향을 줍니다.
Q.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무관한 자료까지 가져가도 되나요?
A. 아닙니다. 전자정보 압수는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 범위로 한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원칙입니다. 관련성이 없는 자료가 압수됐다면 준항고를 통해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Q. 시세조종과 통정매매는 같은 개념인가요?
A. 통정매매는 시세조종의 한 유형인 위장거래에 해당하는 구체적 방법입니다. 시세조종은 자본시장법 제176조가 정한 상위 개념이고, 통정매매·가장매매·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시세고정·연계시세조종이 모두 그 하위 유형으로 포함됩니다.
Q. 부당이득액이 없거나 산정이 안 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부당이득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해도 시세조종 자체는 성립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징역이나 5억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부당이득액이 없다는 사정이 처벌 자체를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며, 다만 가중처벌 구간에는 해당하지 않게 됩니다.
Q. 변호인 선임은 압수수색 이전과 이후 중 언제가 더 중요한가요?
A. 이상거래 통보나 조사 착수 사실을 미리 알게 되었다면 압수수색 이전에 선임해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대부분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절차를 맞습니다. 이 경우에도 압수수색 직후부터 조사 출석 전까지의 기간에 선임해 진술 전략과 소명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실무상 가장 흔하고 효과적인 시점입니다.
Q. 여러 계좌가 관련된 사건에서 가담 정도가 낮아도 함께 처벌받나요?
A. 시세조종은 여러 계좌를 동원한 공모관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가담 정도가 낮아도 공동정범으로 함께 기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량 산정 단계에서는 실제 가담 범위와 이익 귀속 정도가 양형에 반영될 수 있어,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시세조종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으면, 그 이후의 대응이 유무죄 다툼은 물론 형량 자체를 좌우합니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참여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압수된 자료 중 영장 범위를 벗어난 것은 없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이후 조사 단계에서는 매매유인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과 부당이득액 산정이라는 두 지점을 중심으로 방어 논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자본시장법 제443조가 부당이득액 5억원과 50억원을 기준으로 징역 하한을 가파르게 올리는 구조인 만큼, 산정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인과관계와 가담 범위를 근거로 다퉈볼 여지가 있는지 초기 단계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압수수색 직후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소명자료를 준비할 시간도 줄어든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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