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 분쟁 해결과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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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 분쟁 해결과 대법원 판결 

유수완 변호사

안녕하세요.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 민사 부동산 전문, 건축기사 보유] 유수완 변호사입니다.

집합건물 분쟁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사례를 하나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땅 주인이 바뀌었으니 건물을 철거하고 땅을 비워라” 라는 청구를 들겠습니다.

내 집인데,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등기부를 들이밀며 “내 땅 위에 있는 당신 집을 철거하라”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반대로, 등기부에 깨끗하게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매수인이 정작 그 위의 건물을 손도 댈 수 없다면, 이 거래는 도대체 어떻게 보호받아야 할까요?

이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2023년 11월, 매우 의미심장한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3다254816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등기되지 않은 토지사용승낙(채권)도 집합건물법상 대지사용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토지 매수인의 철거청구를 사실상 봉쇄했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집합건물 부지를 둘러싼 분쟁에서 누가 무엇을, 왜 청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입장에서 어떤 점을 점검해야 하는지 명확한 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1. 사건의 배경 — 1964년 협정으로 시작된 토지사용승낙

이 사건의 출발점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세민 아파트 건설조합 대표 甲은 대한주택공사와 협정을 체결합니다. 공사는 甲 소유의 토지 위에 공동주택을 건설하여 甲이 선정한 조합원들에게 분양하기로 하고, 甲은 공사가 그 토지를 주택건설용지로 사용하는 것을 승낙합니다.

실제로 이 토지에는 무상 지상권 설정등기와 근저당권이 설정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말소되었습니다. 한편 공사는 1965년경 수분양자들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뒤 건물을 신축하여 전유부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주었지만, 토지 지분에 대해서는 별도 계약이나 등기 정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이 흐른 뒤, 甲의 상속인 丁이 토지 소유권을 정리하였고, 2019년 원고들이 그 토지를 매수합니다. 그리고 원고들은 전유부분 소유자들(피고)을 상대로 건물 철거 + 토지 인도 +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기에 이릅니다.

원심(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甲의 토지사용 승낙은 채권적 계약에 불과하여 토지의 특정승계인(원고)에게는 효력이 미치지 않고, 집합건물법 제정 전이므로 대지사용권 취득도 부정된다고 본 것이지요.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정반대였습니다.

2. 첫 번째 핵심 — ‘채권적 토지사용승낙’도 대지사용권이 될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등기되지 않은 채권적 토지사용권도 집합건물법상 ‘대지사용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는 대지사용권을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로 정의합니다. 이 권리는 반드시 소유권·지상권 같은 물권에 한정되지 않고, 임차권·사용대차권 같은 채권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AH은 대한주택공사와 수분양자들에게 이 사건 공동주택이 존속하는 동안 이 사건 공동주택의 개별 호실에 해당하는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것을 승낙하였고, 그러한 승낙의 효력은 수분양자들로부터 이 사건 공동주택의 전유부분을 양수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친다고 할 수 있다. (…) 집합건물법이 1985. 4. 11. 시행됨에 따라 (…) 위 토지사용승낙을 기초로 취득한 이 사건 토지의 사용수익권은 이 사건 공동주택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적 토지사용권으로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에서 정한 대지사용권이 된다.”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3다254816 판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법원이 단순한 호의관계가 아니라 ’공동주택의 건설·분양 구조 자체를 성립시키는 전제’로서 토지사용승낙을 평가했다는 점입니다. “공동주택이 존속하는 동안”이라는 강한 목적성과 계속성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채권을 넘어 대지사용권으로 격상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토지사용승낙의 효력이 수분양자뿐 아니라 그로부터 전유부분을 양수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공동주택이 수십 년간 존속하면서 전유부분이 여러 차례 양도되는 것은 통상 예정된 일이고, 이를 배제하는 명시적 의사가 없는 한 승낙의 효력이 승계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취지입니다.

3. 두 번째 핵심 — 분리처분금지 원칙으로 토지 처분의 효력이 무효가 된다

대지사용권으로 인정되면, 그 다음에 작동하는 것이 바로 분리처분금지 원칙입니다. 집합건물법 제20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2항 본문의 분리처분금지는 그 취지를 등기하지 아니하면 선의(善意)로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④ 제2항 단서의 경우에는 제3조제3항을 준용한다.

대상판결은 집합건물법 부칙(1984. 4. 10. 법률 제3725호) 제4조에 따라 제20조가 적용된 이후에는,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에 반하는 토지 처분행위는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토지를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따로 처분하면 그 처분 자체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구분소유자가 가지는 채권적 토지사용권은 토지가 누구에게 넘어가더라도 깨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것입니다.

4. 세 번째 핵심 — 단 하나의 예외, ‘선의의 제3자’ 보호

다만 모든 원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20조 제3항이 그 예외입니다.

분리처분금지의 취지가 등기되어 있지 않다면, 선의로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즉, 토지 매수인이 “이 토지가 공동주택 부지로 이미 사용·수익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선의)”면, 그 매수인은 깨끗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고, 그 결과 구분소유자에게 철거를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은 원고가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원고 등이 선의로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등은 이 사건 공동주택 수분양자 등의 대지사용권의 목적이 되는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채권적 토지사용권의 부담이 있는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동주택의 수분양자 등인 피고들은 이 사건 토지를 정당한 권원에 기하여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원고 등에 대하여 이 사건 공동주택의 전유부분을 철거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를 진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3다254816 판결)

여기서 ‘선의’는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한다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친족관계, 거래가액의 적정성, 매매계약서의 특약 내용, 공동주택 부지라는 사실의 인지 가능성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통상적으로 토지 위에 공동주택이 버젓이 서 있고, 등기부와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매수인이 선의를 인정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5. 실무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5가지 포인트

이 판결이 실무에 던지는 메시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등기부만 보고 토지를 매수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등기부에 깨끗하게 보이는 토지라도, 그 위에 공동주택이 존재한다면 등기되지 않은 채권적 대지사용권의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공동주택 부지에 대한 토지-건물 분리는 집합건물법 제20조의 분리처분금지에 의해 강하게 제어됩니다. 토지만 분리하여 매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 자체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전유부분 철거·인도 청구는 1차로 대지사용권의 존재에서 막힐 수 있습니다. 토지 매수인이라도 함부로 철거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넷째, 승패는 결국 ‘선의의 제3자’ 인정 여부에서 갈립니다. 매수 당시 공동주택 부지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다섯째, 계약서 특약, 매매가, 당사자 관계, 현황 인식 가능성 등이 모두 선의 판단 자료로 활용됩니다. 토지를 매수할 때는 이 모든 요소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대상판결은 집합건물 제도의 취지(전유부분과 대지의 결합)를 끝까지 관철한 판결입니다. 공동주택이 장기간 존속하고 전유부분이 반복적으로 거래되는 현실에서, 토지 소유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철거를 쉽게 허용한다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등기되지 않은 채권적 권리까지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거래안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후속 분쟁에서 계속 다뤄질 쟁점이 될 것입니다.

집합건물 분쟁은 일반 민사·부동산 분쟁과는 결이 다릅니다. 집합건물법, 민법, 부동산등기법, 그리고 건축법까지 얽힌 복합적 분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늘 살펴본 판결처럼 대지사용권·토지사용승낙·분리처분금지가 얽힌 사안은 법리뿐 아니라 사실관계의 정밀한 분석, 그리고 건축물의 구조와 분양 경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유수완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민사·부동산 전문변호사

  •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 출신 변호사

  • 건축기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

로서, 법리와 실무 모두에 능통할 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에 대한 이해도까지 갖춘 보기 드문 전문가입니다. 토지 매수 전 권리관계 검토, 철거·인도청구 대응, 대지권 미등기 분쟁, 관리단 분쟁 등 집합건물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정확하고 깊이 있는 조력을 드리고 있습니다.

집합건물 분쟁으로 고민이시라면, 망설이지 마시고 유수완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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