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상가 자리를 구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보증금과 권리금까지 치렀는데, 알고 보니 같은 상가를 다른 사람에게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견적까지 받아 놓고 개업 날짜를 잡아 둔 상태라면, 이 사실을 안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손해로 쌓입니다. 더 곤란한 것은 상대가 진짜 소유자·임대인이 아니라, 임대할 권한이 아예 없는 사람이었던 경우입니다 — 이미 계약이 끝난 전 임차인이거나, 위임장을 위조한 중개인이거나, 소유자 행세를 한 제3자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계약이 있으니 상가는 내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형사와 민사 양쪽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상가 이중임대차, 임대인 이중계약과 무권리자 사기의 두 유형
상가 이중임대차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진짜 소유자·임대인이 같은 상가를 두 사람 이상에게 각각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권리금을 이중으로 받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애초에 임대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마치 정당한 임대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입니다. 이미 임대차가 종료된 전 임차인이 새 세입자를 구해 놓고 자신에게 권리금과 보증금을 내라고 한다거나, 소유자의 위임 없이 중개인이 임의로 계약서를 작성해 도장을 찍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두 유형은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진짜 임대인의 이중계약은 계약 체결 당시 임대인에게 이행 의사·능력이 있었는지가 형사·민사 책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됩니다. 반면 무권리자에 의한 계약은 애초에 상대방에게 상가를 넘겨줄 법적 권한 자체가 없었으므로, 처음부터 이행이 불가능한 계약이었다는 점에서 사기 혐의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경우든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상대방이 실제로 임대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었는지입니다.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상의 소유자, 임대차계약서에 기재된 임대인, 실제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모두 일치하는지부터 대조해야 이후 대응의 방향이 잡힙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사기죄 편취의 고의 판단시점과 대항력 우선순위 기준
형법 제347조(사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 상대방의 착오 → 그 착오에 기한 처분행위(보증금·권리금 지급) → 재산상 손해라는 인과관계가 이어져야 하고, 여기에 더해 행위자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 고의를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입니다. 계약할 때는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데 그 후 사정이 바뀌어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면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치고 형사상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대로 계약 당시 이미 다른 사람과의 계약 관계 때문에 상가를 넘겨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보증금을 받았다면, 계약 시점에 편취의 고의가 존재했다고 볼 여지가 커집니다. 무권리자가 애초에 임대 권한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속인 경우는 이 판단이 더 명확합니다 — 처음부터 이행 자체가 불가능한 계약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사 책임의 근거는 상대방의 지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짜 소유자인 임대인이 이중계약으로 어느 한쪽에 상가를 넘겨주지 못하게 됐다면, 이는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에 해당해 민법 제546조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고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 자체가 원천적으로 이행 불가능했던 경우(무권리자와의 계약 등)라면 민법 제535조(계약체결상의 과실)가 문제 될 수 있고, 기망이 개입된 경우라면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보증금을 받을 법적 근거가 없었던 무권리자를 상대로는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에 따른 반환청구도 가능합니다.
또 하나 실무에서 자주 갈리는 지점은 대항력의 우선순위입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는 임차인이 상가를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같은 상가를 두고 계약이 겹쳤을 때, 계약서에 먼저 도장을 찍은 쪽이 아니라 실제로 상가를 인도받아 점유하고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쪽이 사실상 그 상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지위에 서게 됩니다. 계약만 먼저 했을 뿐 아직 입주도, 사업자등록도 못 한 쪽은 상가 자체를 돌려받기보다는 임대인 또는 무권리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손해배상의 범위도 짚어야 합니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됐더라면 얻었을 이행이익(장래 영업이익 등)은 액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반면, 계약을 믿고 실제로 지출한 신뢰이익 — 지급한 보증금·권리금, 인테리어 계약금, 컨설팅 비용, 임대차 알선 수수료 등 — 은 영수증과 계좌이체 내역으로 비교적 명확히 입증할 수 있어 실무에서 인정받기 쉽습니다. 청구 취지를 짤 때 이 두 항목을 구분해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형사고소, 손해배상청구까지 다섯 단계
사실관계가 정리되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등기부등본·건축물대장부터 확인해 상대방의 권한을 대조 — 계약서상 임대인과 실제 소유자가 일치하는지, 대리인이라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실제로 발급된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불일치가 확인되면 사기 혐의는 더 뚜렷해지고, 대응 방향도 무권리자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 쪽으로 빠르게 정리됩니다.
계약서·이체내역·대화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 — 계약서 원본, 보증금·권리금을 지급한 계좌이체 내역, 계약 전후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대화, 현장 답사 시 촬영한 사진과 날짜까지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기망행위와 그 시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됩니다. 특히 상대방이 "다른 계약은 없다"거나 "내가 임대할 권한이 있다"고 말한 대목이 남아 있다면 기망행위를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아직 입주 전이라면 대항요건부터 서둘러 확보 — 상가 인도와 사업자등록을 아직 마치지 못했다면, 다른 임차인보다 먼저 실제 점유와 사업자등록 신청을 마쳐 대항력을 선점하는 것이 상가 자체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입주해 있다면 상가를 돌려받기보다는 손해배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관할 경찰서 또는 검찰청에 사기죄로 고소장 제출 — 편취당한 금액, 기망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점,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특정해 고소장을 작성합니다. 같은 상가를 두고 피해자가 여럿이라면 공동으로 고소해 조직적·반복적 편취임을 함께 입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기죄는 비친고죄이므로 피해자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처벌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재산 보전을 함께 진행 —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부당이득 반환)과 함께 신뢰이익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은닉할 우려가 있다면 소송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가압류부터 신청해 회수 가능성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형사고소만으로는 실제 돈을 돌려받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민사 절차를 반드시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대항요건 선점이 최우선인 이유
상가 이중임대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응이 어려워집니다. 상대방의 권한을 대조하고, 증거를 정리하고, 아직 입주 전이라면 대항요건부터 선점하는 순서가 뒤바뀌면 상가 자체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같은 상가를 두고 계약이 겹쳤거나 임대할 권한이 없는 사람과 계약했다는 의심이 든다면, 상대방의 권한부터 확인하고 형사고소와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준비하는 것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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