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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간접손해, 주주는 이사에게 직접배상 받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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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간접손해, 주주는 이사에게 직접배상 받을 수 있나 

김상훈 변호사

회사 이사나 대표이사가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부당한 거래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입은 손해만큼 내가 가진 주식 가치도 떨어졌으니 그 이사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습니다. 회사가 스스로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줄 것 같지도 않고, 경영진과 이사가 사실상 한통속인 경우라면 더더욱 회사에만 맡겨 둘 수 없다는 불안도 듭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주주는 이사에게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부터 듣게 되어 당혹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 회사 재산이 줄어 내 주식 가치가 떨어졌는데도 내가 직접 받을 수 없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소액주주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인지부터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회사의 손해와 주주의 손해를 가르는 기준선

이사의 배임행위로 생기는 손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이사의 행위가 회사의 재산을 직접 줄여서 생긴 회사의 손해이고, 다른 하나는 그 회사 손해의 결과로 주가가 떨어지거나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주주의 손해입니다. 언뜻 보면 회사 손해와 주주 손해는 같은 사건에서 동시에 생기는 하나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법은 이 둘을 전혀 다른 손해로 취급합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바로 이 구분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재산이 줄어든 결과로 주식 가치가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면, 그 손해를 회복하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회사이지 개별 주주가 아닙니다. 반면 이사의 행위가 회사의 손해를 거치지 않고 주주 개인에게 곧바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배임 피해를 상담하러 오는 소액주주들이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이 바로 이 갈림길이고,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여기서 갈립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상법 제401조와 간접손해·직접손해 구별의 실제 기준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제3자는 상법 제401조 제1항에 따라 이사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주도 여기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할 수 있지만, 문제는 주주가 입은 손해가 이 조문이 말하는 손해에 해당하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대법원 1993. 1. 26. 선고 91다36093 판결에서 이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표이사가 회사재산을 횡령하여 회사재산이 감소함으로써 회사가 손해를 입고, 그 결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손해는 상법 제401조 제1항이 말하는 손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배임도 회사재산이 부당하게 유출된다는 구조는 횡령과 같으므로 이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즉 "이사가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그래서 내 주식 가치가 떨어졌다"는 식의 손해는 아무리 그 인과관계가 분명하더라도 이사를 상대로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회사재산이 줄어서 생긴 손해를 회복하는 정상적인 통로는 회사 자신이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상법 제399조)이지, 주주 개개인이 각자 이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만약 간접손해까지 주주 개인의 청구를 폭넓게 인정한다면, 회사도 이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동시에 개별 주주들도 각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상황이 생겨 이사가 사실상 이중으로 배상책임을 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은 간접손해에 대해서는 회사가 먼저 회복하고, 그 회복이 주주에게 주가 상승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원칙으로 삼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가 간접손해로만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다77743 판결은 이사가 회사재산을 횡령하고도 이를 숨기기 위해 재무구조 악화 사실을 숨긴 채 부실공시를 하였고, 그로 인해 주가가 정상가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에서 그 사실을 모르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이후 진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폭락해 손해를 입은 사안에서, 이때의 주주 손해는 회사의 손해를 거치지 않고 부실공시라는 이사의 행위로부터 곧바로 발생한 것이므로 직접손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같은 배임·횡령 사건이라도 "회사 재산이 줄어서 주가가 떨어졌다"는 구조면 간접손해이고, "이사의 별도 기망행위(부실공시 등)를 믿고 주식을 사고팔다가 손해를 봤다"는 구조면 직접손해로 갈립니다. 대부분의 소액주주가 겪는 배임 피해는 전자, 즉 간접손해 유형에 해당한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 차이가 왜 중요한지 더 분명해집니다. 이사가 배임으로 회사 자금 10억 원을 유용해 회사 순자산이 그만큼 줄었고, 발행주식총수가 100만 주인 회사에서 개인 주주가 5,000주(지분율 0.5%)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론상 주당 가치 하락분은 10억 원을 100만 주로 나눈 주당 약 100원이고, 이 주주 개인의 지분 가치 하락분은 5,000주 × 100원, 즉 약 50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 50만 원을 상법 제401조로 이사에게 직접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위 판례의 결론입니다. 반면 회사가 나서서(또는 아래에서 볼 대표소송으로) 10억 원 전액을 회수하면, 그 10억 원은 고스란히 회사 재산으로 복귀해 주가도 원래 수준으로 회복될 여지가 생깁니다. 개별 주주가 50만 원을 놓고 다투는 것보다, 회사 명의로 10억 원 전액을 회수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그 주주에게도 더 유리한 구조인 셈입니다.

여기에 형사 절차도 함께 고려할 부분입니다. 배임 액수가 일정 규모를 넘으면 형법상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를 넘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됩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상 회수는 별개의 절차이지만, 형사 수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자료(회계장부, 계좌추적 결과 등)가 뒤에서 볼 대표소송이나 가압류의 증거로 그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주주대표소송으로 회사의 청구권을 대신 행사하는 절차

내가 입은 손해가 간접손해로 분류된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스스로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을 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그 청구권을 행사하는 제도가 주주대표소송(상법 제403조)입니다.

  • 지분 요건부터 확인 — 비상장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1%) 이상을 보유하면 되고, 상장회사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1(0.01%) 이상을 보유하면 됩니다(상법 제542조의6 제6항). 혼자 요건을 채우지 못해도 다른 주주들과 지분을 합산해 요건을 채울 수 있습니다.

  • 회사에 서면으로 제소청구 — 곧바로 소송부터 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회사에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그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것을 청구해야 합니다(상법 제403조 제1항, 제2항). 회사가 이사회를 열어 실제로 소송에 나서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 배임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첨부해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도 유리합니다.

  • 30일 대기 후 직접 소 제기 — 회사가 제소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주주가 직접 회사를 위하여 그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3조 제3항). 다만 30일을 기다리는 사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면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도 바로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4항) — 이사가 재산을 계속 빼돌리고 있거나 해외로 도피할 조짐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 승소 시 배상금은 회사로 귀속 — 대표소송에서 이기면 손해배상금은 소를 제기한 주주가 아니라 회사로 지급됩니다. 그 대신 회사 재산이 회복되면서 주가도 함께 회복될 여지가 생기고, 소송에 든 비용은 승소한 경우 회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5조).

  • 배임 액수가 크거나 재산 도피 우려가 있다면 형사고소·가압류 병행 — 대표소송은 확정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이사 개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함께 신청해 회수를 미리 담보해 두고, 배임 액수가 5억 원 이상이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를 병행해 수사기관의 계좌추적·재산 파악 권한을 함께 활용하는 편이 회수 가능성을 높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지분율부터 확인하고 대표소송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이유

주주 개인이 이사에게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 지분율이 대표소송 요건을 채우는지, 다른 주주들과 지분을 합산해야 하는지부터 확인하고, 회사에 대한 제소청구와 30일 대기, 그리고 필요하다면 가압류·형사고소까지 순서대로 준비하는 것이 실제로 손해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이사가 회사 재산을 빼돌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재산이 흩어질수록 회수는 더 어려워집니다. 지금 겪고 계신 상황이 간접손해에 해당하는지, 대표소송 요건은 갖춰졌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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