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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매매계약 취소와 손해배상, 함께 청구하는 법 

김상훈 변호사

물건을 사고 나서야 상대방이 중요한 사실을 속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저당권이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잡혀 있었거나, 하자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숨기고 팔았거나, 개발이나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며 팔았는데 알고 보니 애초에 불가능한 땅이었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피해자는 계약 자체를 없던 일로 돌리고 싶은 마음과, 이미 들인 비용과 시간, 놓쳐버린 다른 기회까지 배상받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문제는 계약을 취소하면 손해배상은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취소와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할 수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취소권과 손해배상청구권, 두 갈래 청구권의 관계

사기를 당해 맺은 매매계약에서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계약 자체를 취소해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약과 별개로 사기 행위 자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두 권리는 서로 선택해서 행사할 수 있는 경합 관계에 있습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두 번 배상받을 수는 없다는 제한이 함께 붙습니다.

실무에서 혼동이 잦은 지점은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뒤섞어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사기죄로 상대방을 형사 고소하는 것과, 민사에서 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절차입니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된다고 자동으로 민사상 취소나 배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형사 고소를 하지 않아도 민사 청구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만 형사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이나 자료는 민사 소송에서 기망행위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사기취소의 성립요건과 원상회복·손해배상의 경합 관계

사기에 의한 매매계약을 취소하려면 민법 제110조가 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①상대방이 허위 사실을 적극적으로 고지했거나, 고지의무가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을 것(기망행위), ②그 기망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졌을 것, ③그 착오와 매매 의사표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 ④상대방에게 속이려는 고의와 그 착오로 계약을 체결하게 하려는 고의가 함께 있을 것(이른바 2단의 고의), ⑤기망행위가 거래상 신의칙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평가될 것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유리한 조건을 강조하거나 다소 과장된 설명을 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매매 여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속였어야 합니다.

기망행위는 반드시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알았더라면 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정을 신의칙상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침묵한 경우 역시 기망행위로 인정됩니다. 근저당권·가압류 같은 등기부상 권리 제한, 심각한 구조적 하자, 용도지역상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정 등은 매도인이 당연히 알려야 할 사항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시세에 대한 주관적 평가나 다소 과장된 홍보 정도는 거래관행상 허용되는 범위로 보아 위법성이 부정되기도 합니다.

요건이 갖추어져 계약을 취소하면 그 계약은 민법 제141조에 따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됩니다. 그 결과 매수인은 지급한 대금을, 매도인은 받은 목적물을 각자 부당이득(민법 제741조)으로 서로 반환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계약을 없던 일로 되돌리는 원상회복 절차입니다.

그런데 사기 행위는 동시에 불법행위(민법 제750조)의 요건도 충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의로 위법하게 타인을 기망해 손해를 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함께 성립하는데, 이 관계를 정리한 것이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56087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법률행위가 사기에 의한 것으로서 취소되는 경우에 그 법률행위가 동시에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때에는 취소의 효과로 생기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경합하여 병존하는 것이므로, 채권자는 어느 것이라도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지만 중첩적으로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례가 뜻하는 바를 실제 상황에 대입해 보면, 같은 손해 항목을 원상회복과 손해배상 양쪽에서 이중으로 받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지, 취소와 손해배상을 아예 함께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매매대금 3억 원을 지급하고 취소로 이를 전액 돌려받았다면, 그 3억 원과 별개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지출한 중개수수료·취득세·법무사 비용 같은 부대비용이나, 그 계약 때문에 놓친 다른 매물의 기회비용처럼 원상회복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손해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을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사기로 인해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산 차액만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소송에서는 흔히 취소·원상회복을 주위적으로, 손해배상을 예비적으로 함께 구성해 법원의 판단을 받습니다.

시간 관리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취소권은 민법 제146조에 따라 사기 사실을 알아 추인할 수 있게 된 날로부터 3년,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소멸하지 않습니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두 기간의 기산점과 길이가 다르므로, 사기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는 어느 쪽을 택하든 서둘러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취소와 손해배상 중 무엇이 유리한지부터 가려냅니다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기망행위 증거부터 확보 — 계약 전 주고받은 문자·통화녹음·이메일,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등기부등본·건축물대장 등 실제 상태를 보여주는 공적 자료를 모읍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무엇을 숨기거나 꾸며 말했는지가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는 핵심입니다.

  • 취소 vs 계약 유지, 시세 변동부터 따져봅니다 — 목적물 가치가 매수 당시보다 떨어졌다면 대금 전액을 돌려받는 취소·원상회복이 유리한 경우가 많고, 반대로 가치가 올랐다면 계약은 유지한 채 속은 부분에 해당하는 차액만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 판단을 먼저 세워야 이후 절차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 내용증명으로 취소 의사표시와 반환 요구를 명확히 — 취소권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행사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구두로만 항의하면 나중에 취소 시점을 다투게 되므로, 취소한다는 뜻과 반환받을 계좌,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로 나아간다는 내용을 명시해 발송해 둡니다.

  • 소송은 주위적·예비적으로 함께 구성 — 취소·원상회복청구를 주위적으로,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으로 병합해 청구하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어느 한쪽이 인용될 수 있도록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미 취소가 확정적인 사안이라면 원상회복과, 그것만으로 메워지지 않는 부대비용·기회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함께 구성합니다.

  • 형사 고소 병행을 검토 — 기망의 정도가 크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로 형사 고소를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진술과 자료가 민사에서 기망행위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제척기간·소멸시효 확인 — 사기 사실을 안 날로부터 취소권은 3년, 손해배상청구권은 3년 안에 행사해야 하므로, 사실을 인지한 시점을 정리해 두고 지체 없이 절차를 시작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방향부터 정하고 움직여야 하는 이유

사기 매매계약에서 취소와 손해배상은 무조건 둘 다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것도,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받을 수 없다는 원칙 아래, 사안에 맞게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조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조합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실제로 돌려받는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판단이 서셨다면, 목적물의 시세 변동과 지출한 비용부터 정리해 취소와 손해배상 중 어느 쪽이, 또는 어떤 조합이 유리한지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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