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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진실도 처벌되는 이유와 제310조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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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진실도 처벌되는 이유와 제310조 요건 

김상훈 변호사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적었을 뿐이거나, 지인들 앞에서 상대방의 전과나 채무 문제를 사실대로 언급했을 뿐인데도 형사 고소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형법은 거짓말로 명예를 훼손하는 것뿐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려 상대방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행위까지도 범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진실을 말했으니 무죄"라는 생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법이 정한 별도의 요건을 갖춰야 비로소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사실을 말해도 성립하는 명예훼손죄, 무엇이 다른가

형법은 명예훼손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2항)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알려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을 말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형법은 이 경우도 원칙적으로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특정 소수에게만 이야기했을 뿐인데도 공연성이 인정되어 범죄가 성립하는지가 다투어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공연성과 사실 적시가 인정된 상태에서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지는 경우입니다. 어느 쟁점이냐에 따라 방어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방에 상대방의 전과, 채무, 이혼 사실, 과거 행실 등을 실제 있었던 일 그대로 적었다가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거짓을 말한 게 아니니 죄가 안 된다"는 생각만으로 대응하다가는, 정작 법이 요구하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요건을 놓쳐 유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형법 제307조 성립요건과 제310조 위법성조각의 경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공연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대법원은 특정 한 사람에게만 이야기했더라도 그 사람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전파가능성 법리를 오래전부터 확립해 왔습니다. 다만 정보통신망을 통했더라도 상대가 특정 소수에 그치고 전파될 가능성이 낮다면 공연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두 번째 요건은 사실의 적시입니다. 여기서 "사실"은 시간과 장소가 특정된 구체적인 사건이나 정황을 가리키며,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같은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는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죄의 문제로 다뤄집니다. 적시된 사실이 이미 사회 일부에 알려져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실무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처벌 수위는 진실 여부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형법 제307조 제1항)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제307조 제2항)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훨씬 무겁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형법 제312조 제2항에 따라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서 실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입니다. 적시한 사실이 ①진실한 사실이고 ②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며 ③행위자가 이 두 가지를 인식하고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오로지"를 지나치게 좁게 보지 않아, 행위자의 주된 동기가 공익에 있었다면 다소의 사적인 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섞여 있어도 위법성조각을 인정합니다. 다만 이 조항은 제307조 제1항에만 적용되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제307조 제2항에는 애초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다툼도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2월 25일 2017헌마1113, 2018헌바330(병합) 결정에서 재판관 5:4 의견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형법 제310조의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고, 사실을 공표당하는 것만으로도 사생활의 비밀이나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다만 재판관 4인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반대의견을 냈을 만큼, 실무상으로도 이 조항의 적용 범위는 계속 다투어지는 영역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위법성조각 주장부터 형사 절차 대응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과 같이 대응합니다.

  • 공연성부터 정확히 따집니다 — 실제로 이야기를 전달한 상대방이 몇 명이었는지, 그 상대방이 다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가족이나 극히 가까운 지인 등 폐쇄적인 관계에서만 이야기가 오간 경우라면, 애초에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구성요건 해당성을 다툽니다 — 문제된 표현이 시간·장소가 특정된 구체적 사실인지, 아니면 단순한 감상이나 평가에 그치는지를 표현 하나하나 짚어 분석합니다. 의견 표명에 불과한 부분까지 명예훼손으로 몰리는 경우가 실무상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 위법성조각사유(형법 제310조) 입증자료를 갖춥니다 — 적시한 내용이 진실임을 뒷받침할 계약서·판결문·영수증·대화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모으고, 발언의 주된 동기가 사적 감정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소비자 피해 경고, 조직 내 비위 공유 등)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을 함께 정리합니다.

  • 반의사불벌죄 구조를 활용해 조기 종결을 시도합니다 — 형법 제312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가 제기되지 않으므로,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다툼의 실익이 크지 않은 사안이라면 수사 초기에 피해자와의 합의 및 처벌불원 의사서 확보를 병행하는 것이 형사절차의 장기화를 막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 고소를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반대로 입증자료를 갖춥니다 — 피해자 입장에서 고소를 검토한다면, 적시된 내용이 허위이거나 공익과 무관한 사적 비방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 유포 경위와 전파 범위를 보여주는 캡처·목격자 진술 등을 함께 준비해야 상대방의 형법 제310조 항변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진실이어도 방심하면 안 되는 이유

"사실을 말했을 뿐이니 문제없다"는 생각만으로 대응하다가는, 공연성이나 위법성조각 요건을 제대로 다투지 못한 채 수사가 진행돼 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위법성조각사유는 수사·재판 단계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항변이므로, 진실성과 공익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촘촘하게 준비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장을 받았거나 고소를 고민 중이시라면, 공연성·사실 적시·위법성조각이라는 세 갈래 쟁점 중 지금 사안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부터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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