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해 병원 진료 기록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 결정까지 다 받아냈는데도, 가해학생 쪽에서 "이미 학교에서 조치받지 않았느냐"며 치료비도, 사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학폭위 조치는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적·행정적 처분일 뿐, 피해학생이 입은 치료비·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과는 별개입니다. 게다가 가해학생이 미성년자다 보니 "애한테 돈이 어디 있느냐", "부모는 책임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면, 정작 배상은 누구에게 얼마나 청구할 수 있는지부터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학폭위 조치와 민사 손해배상은 별개, 부모 책임 여부가 갈림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서면사과·접촉금지·학급교체·전학 같은 조치는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적 처분입니다. 이 조치가 내려졌다고 해서 피해학생이 입은 치료비·통원비·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배상을 받으려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별도로 물어야 합니다.
문제는 가해학생이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시작됩니다. 가해학생 본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부모에게 물어야 하는지, 혹은 둘 다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는 가해학생에게 책임을 변식할 지능(책임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기서 "가해학생이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을 안 받으니 민사상으로도 책임이 없다"는 오해가 자주 생기는데, 형사미성년자 여부와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능력은 별개의 판단 기준입니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인 경우, 국공립학교에서 담임교사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겹치면 배상 청구의 상대방이 여러 갈래로 늘어납니다. 누구를 상대로, 어떤 근거로,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실제 소송에서 헛수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책임능력 유무에 따라 갈리는 민법 제753조·제755조·제750조의 적용
가해학생의 손해배상책임을 따질 때 출발점은 책임능력입니다. 민법 제753조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정합니다. 판례상 책임능력 유무는 나이로 일률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사건마다 개별 판단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대략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그보다 어린 학생은 부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755조가 적용됩니다. "책임무능력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으로, 친권자인 부모가 1차적인 감독의무자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핵심은 입증책임의 전환입니다 —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즉 피해학생 측이 "부모가 잘못 가르쳤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 없이, 부모 쪽에서 "충분히 감독했는데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여서, 실제로 부모 책임이 부정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가해학생 본인이 불법행위자가 되어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미성년자 감독자의 책임을 특별히 정한 제755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곧바로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8. 6. 9. 선고 97다49404 판결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도, 그 손해와 감독의무자(부모)의 의무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부모에게 민법 제750조에 근거한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입증책임은 다시 피해자 쪽으로 넘어옵니다 — 제755조와 달리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 사실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을 피해학생 측에서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평소 폭력 성향을 알고도 방치했는지, 가정 내 지도가 있었는지 등이 다퉈지는 지점입니다.
가해학생이 여러 명이라면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가 적용됩니다. 각자의 가담 정도를 따지지 않고 전원이 부진정연대책임을 지므로, 피해학생은 가해학생 중 누구를 상대로든 손해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청구받은 쪽이 다른 가해학생에게 구상하는 문제는 그들끼리의 몫입니다. 국공립학교에서 담임교사가 학교폭력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예방 조치를 게을리한 사정이 있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교사의 보호·감독의무는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 불가분한 생활관계에 한정되고, 사고 발생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는 점이 판례상 기준입니다.
배상 항목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적극손해 — 병원 진료비, 심리상담·치료비, 통원 교통비 등 실제 지출한 비용
소극손해 — 통원치료 등으로 인한 결석·유급, 향후 치료가 장기화될 경우의 일실수입 상당액
위자료 — 폭력의 경중·지속 기간·가해학생 수·피해학생의 나이와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해 산정
치료비는 진료 기록과 영수증으로 비교적 명확히 입증되지만, 위자료는 정해진 산정 기준표가 없어 사건마다 편차가 큽니다. 폭행이 일회성인지 장기간 반복됐는지, 집단 따돌림이 동반됐는지, 그로 인해 등교거부·전학·심리치료가 필요할 정도였는지가 금액을 가르는 실질적 요소입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이므로, 학폭위 절차가 길어지더라도 이 기간 안에는 별도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책임능력 판단부터 청구 대상 확정, 증거 정리까지
실제 사건에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가해학생의 책임능력부터 검토 — 나이·학년·평소 행동을 기준으로 책임능력 유무를 먼저 판단합니다. 책임능력이 없다고 볼 여지가 크면 민법 제755조에 따라 부모를 상대로 감독의무 해태를 다투게 되고(입증책임이 부모 쪽에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수월), 책임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면 가해학생 본인과 함께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 및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별도로 준비합니다.
청구 상대방을 전부 확정 — 가해학생이 여러 명이면 전원을 공동불법행위자로 특정해 전액을 부진정연대책임으로 구성하고, 국공립학교에서 교사의 감독 소홀이 확인되면 국가·지방자치단체까지 상대방에 포함할지 검토합니다. 상대방을 넓게 잡아둘수록 실제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학폭위 조치 결정문·사안조사보고서를 소송 증거로 재구성 — 학폭위 절차에서 이미 인정된 가해 사실관계와 조사 결과는 민사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조치 결정문, 사안조사보고서, 목격 진술, 상담일지 등을 확보해 두어야 별도로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입증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손해 항목별 자료를 항목별로 정리 — 진료비 영수증·진단서는 적극손해, 결석·유급 관련 자료는 소극손해, 폭력의 경위와 지속 기간·심리치료 기록은 위자료 산정 자료로 각각 구분해 정리합니다. 위자료는 기준표가 없는 만큼, 유사 사건의 인정 사례를 함께 제시해 금액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급명령 또는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 배상액과 책임 소재에 다툼의 여지가 적은 사안은 지급명령으로 신속히 진행할 수 있지만, 책임능력·감독의무 위반 여부를 다투는 사안이 대부분이므로 실무에서는 처음부터 소송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소멸시효보다 먼저 증거가 흐려집니다
학폭위 절차가 끝났다고 해서 배상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능력 유무에 따라 청구 대상과 입증 방식이 달라지므로, 학폭위 조치 결정문이 나온 시점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시간과 증거 모두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가해학생과 부모의 책임 범위, 그리고 청구할 수 있는 손해 항목이 헷갈리신다면 지금 단계에서부터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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