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 입찰에 참여해 낙찰까지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담합 정황에 대한 조사이니 입찰방해 혐의 정도로 예상했다가,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기죄 혐의까지 함께 적용된다는 통보를 받고 당혹스러워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공사는 계약 내용대로 이행했고 발주기관에 별다른 피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담합 사실 자체는 인정하더라도 사기죄까지 함께 걸리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입찰담합이 문제될 때 형법과 공정거래법, 사기죄가 각각 다른 기준으로 성립 여부를 따진다는 점을 모르면 방어의 방향 자체를 잘못 잡을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관급공사 입찰담합이 사기죄로까지 번지는 구조
관급공사는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발주자가 되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따라 진행되는 공사입니다. 대부분 나라장터를 통한 전자입찰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해두고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로 형식상 참가만 시키거나,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낙찰받거나, 투찰가격을 서로 맞추는 방식의 담합이 반복적으로 문제됩니다.
이런 담합은 대개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나 내부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통해 먼저 드러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형사절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담합 자체(입찰방해·공정거래법 위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담합으로 발주기관이 실제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는지를 별도로 들여다봅니다. 이 지점에서 처음에는 없던 사기죄 혐의가 수사 과정에서 추가되는 일이 생깁니다.
실무에서 특히 주의할 부분은, 관급공사는 계약금액 자체가 크다는 점입니다. 담합이 사기죄로까지 인정되면 편취액(이득액)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형량이 단순 입찰방해죄와는 비교할 수 없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담합 사실은 있어도 사기죄의 핵심 요건인 재산상 손해나 기망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입찰방해·공정거래법 위반 정도로 사건이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사안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입찰방해죄·공정거래법과 사기죄가 갈리는 기준
입찰담합이 문제될 때 가장 먼저 적용되는 조항은 형법 제315조의 경매·입찰방해죄입니다. 위계 또는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으로, 판례는 이를 위태범(추상적 위험범)으로 봅니다. 즉 담합으로 인해 실제 낙찰가가 발주기관에 불리하게 나왔는지,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따지지 않고,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줄 위험이 있는 상태를 만든 것만으로 성립합니다. 담합 결과 실제 낙찰단가가 오히려 예정단가보다 낮게 나와 발주기관에 유리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입찰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거나 미수에 그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담합이 입찰참가자 전원 사이에 이뤄지지 않고 일부 업체 사이에서만 이뤄졌더라도, 그것이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평가되면 마찬가지로 입찰방해죄가 성립합니다.
같은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도 문제됩니다.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입찰가격, 낙찰자, 물량 등을 사전에 합의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금지되며(공정거래법 제40조), 명시적인 합의서가 없어도 정보 교환이나 묵시적 양해만으로 합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위반 시 시정명령·과징금(관련매출액의 최대 20%) 등 행정제재와 별도로, 형사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공정거래법 제124조)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정거래법 위반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전속고발 대상이라, 검찰이 곧바로 기소하지 못하고 공정위의 고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형법상 입찰방해죄·사기죄와 절차가 다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입찰방해죄·공정거래법 위반과 별개로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성립하려면, 담합이라는 사실관계만으로는 부족하고 사기죄 고유의 요건을 하나하나 충족해야 합니다. 사기죄는 ①기망행위 ②그로 인한 상대방의 착오 ③착오에 기한 처분행위 ④그 처분행위로 인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요건이 순서대로 인과관계로 연결돼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관급공사 담합 사건에 대입하면, 담합 행위 자체가 발주기관에 대한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 발주기관이 그로 인해 착오에 빠져 낙찰자 결정이라는 처분행위를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정상적인 경쟁이 있었다면 형성됐을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지급하는 등 재산상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공사도급계약에서 편취형 사기죄가 문제될 때, 계약 체결 당시 공사를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를 기준으로 기망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단순히 입찰참가자격이나 계약절차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기망행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밝힌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이 법리를 담합 사건에 적용하면, 낙찰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담합으로 인해 발주기관이 실제로 손해를 입을 만한 결과 — 정상 경쟁 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되었는지, 애초에 이행할 의사나 능력 없이 낙찰만 받으려 한 것인지 — 가 함께 인정되어야 사기죄까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담합은 있었지만 낙찰가가 예정가격 범위 내에 있고 공사도 계약대로 정상 이행됐다면,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기 어려워 입찰방해죄·공정거래법 위반만 문제되고 사기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입찰방해죄와 사기죄는 보호하는 법익이 다릅니다. 입찰방해죄는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사기죄는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기 때문에, 두 죄가 모두 인정되면 하나의 담합 행위라도 별개의 죄로 평가되어 경합범으로 처리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에 사기죄까지 인정되고 그 이득액이 커지면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관급공사는 계약금액 자체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사기죄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어, 형법 제347조의 기본 법정형(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로 이어집니다. 이득액을 낙찰가와 정상 경쟁가의 차액으로 볼 것인지 계약금액 전체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도 형량이 크게 갈리므로, 이 산정 기준 자체가 중요한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역할·손해액을 먼저 정리하는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 사안에서는 다음 순서로 방어를 준비합니다.
담합에서 자신의 역할부터 객관적으로 정리 — 낙찰예정자를 직접 주도했는지, 요청을 받고 들러리로 형식상 참가만 했는지에 따라 공모의 정도와 사기죄의 고의 인정 여부가 크게 달라집니다. 통화 내역, 메신저 대화, 견적서 작성 경위 등 담합 관여 정도를 보여주는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재산상 손해 발생 여부를 정면으로 다툰다 —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분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가 있어야 하므로, 실제 낙찰가가 발주기관의 예정가격 범위 안에 있었는지, 동종·유사 공사의 낙찰 사례와 비교해 특별히 높은 가격이 아니었는지를 감정·시세자료로 소명합니다. 손해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고 입찰방해·공정거래법 위반만 남을 수 있습니다.
계약 이행 의사·능력을 뒷받침하는 자료 확보 — 공사도급계약형 사기는 계약 체결 당시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므로, 실제 시공 실적, 기술인력·장비 보유 현황, 하도급 계획서 등 처음부터 공사를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갖춰둡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절차와의 관계를 함께 검토 — 공정거래법 위반은 전속고발 대상이므로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 자진신고(리니언시) 여부, 과징금 산정 내역이 형사재판에서 손해액 산정의 기초자료로 그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위 단계 대응과 형사 단계 대응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말고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이득액 산정 기준을 다퉈 가중처벌 적용을 막는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면, 이득액을 계약금액 전체가 아니라 정상 경쟁가와의 차액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점을 구체적 자료로 주장해, 5억 원·50억 원의 가중처벌 문턱을 넘지 않도록 다투는 것이 형량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조사 초기 대응이 죄명과 형량을 가릅니다
담합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사기죄까지 함께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초기 조사 단계에서 이 구분 없이 진술하면, 굳이 다툴 여지가 있는 손해액·고의 부분까지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관급공사 입찰담합으로 조사를 받고 계시다면, 입찰방해·공정거래법 위반 부분과 사기죄 성립 여부를 분리해서 각각의 요건을 따져보는 것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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