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 징역형만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징역과 함께 거액의 벌금이 함께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 벌금은 이득액 규모에 연동되어 정해지기 때문에, 이득액이 클수록 징역형과는 별도로 감당해야 할 벌금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문제는 이 벌금이 정확히 얼마로 정해지는지, 이득액만큼 그대로 부과되는 것인지 법원 재량으로 조정되는지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벌금을 내지 못했을 때 뒤따르는 노역장유치까지 겹치면 부담은 한층 더 무거워집니다. 이 글에서는 특경법상 벌금 병과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고, 실무에서 이를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특경법 가중처벌 구조 — 징역에 벌금이 붙는 근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제3조 제1항은 형법상 사기(제347조)·컴퓨터등사용사기(제347조의2)·공갈(제350조)·특수공갈(제350조의2)·상습범(제351조)·횡령·배임(제355조)·업무상 횡령과 배임(제356조)의 죄를 범해 그 범죄행위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 형을 가중한다.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갈린다.
여기에 더해 특경법 제3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반 형법상 사기죄·횡령죄는 벌금형과 징역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어 원칙적으로 두 형을 함께 선고하지 않는다. 반면 특경법은 이득액이 일정 규모를 넘는 재산범죄에 한해 예외적으로 이 병과 규정을 두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그와 별도로 벌금을 추가로 부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런 병과 규정을 별도로 둔 취지는 분명하다. 거액의 경제범죄는 징역형만으로는 범행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 자체에 상응하는 제재가 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형기를 마치고 나온 뒤에도 범행으로 얻은 이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징역형과 별도로 재산적 제재인 벌금을 함께 부과해 이득을 상쇄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 점에서 벌금 병과는 단순한 부가형벌이 아니라 특경법 가중처벌 체계 전체의 취지와 맞닿아 있다.
특경법상 벌금 병과는 징역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징역형에 얹어 추가로 부과되는 별도의 형벌이다.
이득액 산정 방식도 함께 알아두어야 한다. 하나의 범의로 여러 차례 이득을 취해 포괄일죄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각 행위로 얻은 이득액을 모두 합산한다. 예컨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억5천만원, 3억원, 2억원을 편취했고 이것이 포괄일죄로 묶인다면 합산 이득액은 6억5천만원이 되어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반대로 별개의 범의로 이루어져 실체적 경합으로 평가되는 범죄는 각각 따로 계산하므로, 사기로 4억원을 편취하고 별개의 공갈로 2억원을 갈취했다면 합산하지 않고 각 범죄를 따로 평가한다. 이 이득액 합산 방식이 그대로 벌금 병과의 상한을 정하는 기초가 되므로, 자신의 범행이 포괄일죄인지 실체적 경합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의 의미 — 상한이지 고정액이 아니다
조문을 자세히 보면 "이득액에 상당하는 벌금"이 아니라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라고 되어 있다. 이 표현의 차이는 실무상 중요하다. 이득액은 법원이 병과할 수 있는 벌금의 상한선일 뿐, 실제 선고액이 이득액과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득액이 20억원으로 인정되면 법원이 병과할 수 있는 벌금은 최대 20억원까지이고, 실제 선고액은 그보다 훨씬 낮게 정해지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 병과액을 정할 때 법원이 살피는 요소는 일반 양형요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변제하거나 공탁했는지, 이득이 실제로 피고인 본인에게 그대로 귀속되었는지 아니면 회사나 제3자에게 흘러가고 피고인은 명목상 취득자에 불과했는지, 범행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지시를 받아 가담한 종된 지위였는지, 자백·반성 태도와 동종 전과 유무 등이 함께 고려된다. 같은 이득액이라도 이런 사정에 따라 실제 병과되는 벌금 액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득액 — 벌금 병과의 법정 상한선. 이 금액을 초과하는 벌금은 병과할 수 없음.
실질적 피해회복 — 변제·공탁 여부가 병과액을 낮추는 핵심 사유로 작용.
이득의 실제 귀속 — 본인이 그대로 보유했는지, 제3자·법인으로 이전됐는지 구분.
가담 정도 — 범행을 주도했는지 단순 가담자였는지에 따라 병과액 차등.
가상의 예를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이득액 10억원으로 인정된 두 사건이 있다고 가정할 때, 한쪽은 재판 도중 피해자에게 전액을 변제하고 공탁까지 마쳤고, 다른 한쪽은 변제 없이 재판이 끝났다면 두 사건의 벌금 병과액은 같은 이득액을 기초로 하고도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득액이 병과액을 자동으로 확정하는 산식이 아니라, 그 상한 안에서 개별 사정을 반영하는 재량 판단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점이 실무에서 확인되는 지점이다.
벌금과 추징은 다른 제도다 — 함께 선고돼도 이중처벌이 아니다
특경법 사건에서는 벌금 병과와 별도로 몰수·추징이 함께 선고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 둘을 같은 제도로 오해하기 쉽다. 벌금은 형법 제41조가 정한 형벌의 한 종류로, 국가에 대해 부담하는 제재금이자 징역형에 부가되는 형벌이다. 반면 추징은 형법 제48조에 따른 몰수를 대신하는 처분으로, 범죄로 얻은 재산상 이익 자체를 박탈해 원상으로 되돌리는 성격을 갖는다. 목적과 법적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벌금과 추징이 한 판결에서 동시에 선고되어도 이중처벌로 보지 않는다.
다만 두 제도는 실무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피해자에게 실제로 변제했거나 이득을 반환한 부분이 있다면 그 금액만큼 추징액에서 공제되는 것이 원칙이고, 같은 변제 사실은 벌금 병과액을 정할 때도 유리한 양형자료로 반영된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변제·공탁 자료를 미리 정리해 제출해두면 추징과 벌금 두 방향 모두에서 부담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두 제도의 재량 폭에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추징은 범죄로 얻은 이득 자체를 박탈하는 성격이 강해 실제 이득액 전액을 추징하는 것이 원칙에 가깝고 법원의 감액 재량이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다. 반면 벌금 병과는 애초에 "이득액 이하"라는 문언 자체가 재량의 폭을 넓게 열어두고 있어, 같은 사건이라도 추징액과 병과되는 벌금액이 서로 다른 논리로 정해질 수 있다.
벌금을 못 내면 벌어지는 일 — 노역장유치 하한의 무게
벌금이 선고되면 법원은 형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벌금을 완납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노역장유치 기간을 반드시 함께 정해야 한다. 2014년 개정된 형법 제70조 제2항은 이른바 '황제노역' 논란, 즉 하루 노역환산액이 지나치게 커져 며칠 만에 거액 벌금이 사실상 탕감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유치기간의 하한을 법으로 정해두었다.
벌금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 유치기간 300일 이상
벌금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 유치기간 500일 이상
벌금 50억원 이상 — 유치기간 1,000일 이상
특경법 병과 벌금은 이득액에 연동되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이 하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면 노역장유치 기간만 1년에서 3년 가까이 이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7. 10. 26. 선고 2015헌바239, 2016헌바177(병합) 결정에서 이 유치기간 하한 규정 자체는 합헌으로 보면서도, 개정법 시행 전에 저지른 범죄에까지 소급 적용하도록 정한 부칙 조항은 형벌불소급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도 2018. 2. 13. 선고 2017도17809 판결에서 개정 형법 시행일 이후 범한 범죄부터만 강화된 유치기간 하한이 적용된다는 취지를 재확인했다. 따라서 범행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유치기간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범행일자를 정확히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치로 감을 잡아보면, 이득액을 기초로 벌금 10억원이 병과되면 하한은 500일이고, 60억원이 병과되면 하한은 1,000일이다. 형법상 유치기간의 상한은 3년(1,095일)이므로, 아무리 벌금이 거액이라도 유치기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500일이나 1,000일이라는 하한 자체가 이미 1년 반에서 3년에 가까운 기간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벌금 병과 여부와 액수를 다투는 실익이 여기에도 있다.
벌금 병과액을 다투는 방법 — 이득액 산정과 양형자료
벌금 병과액의 상한이 이득액에 연동되는 구조이므로, 이득액 산정 자체를 다투는 것이 벌금 병과액을 낮추는 첫 출발점이 된다. 공동정범이 여럿인 사건이라면 전체 이득액 중 실제로 자신에게 귀속된 몫만 이득액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여러 건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된 경우 그중 일부 범행의 성립 자체를 다투어 합산 이득액 규모를 줄이는 접근이 결과적으로 벌금 병과액 감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재판부에 제출하는 양형자료의 비중도 크다. 피해자와의 합의서·공탁서, 이미 반환하거나 변제한 금액을 증빙하는 자료, 범행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지시를 받은 종된 지위였음을 뒷받침하는 자료 등을 미리 정리해 제출하면, 같은 이득액이 인정되더라도 실제 병과되는 벌금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
가담자가 여럿인 사건에서는 특히 이 부분이 쟁점이 된다. 예를 들어 세 명이 공모해 20억원의 이득을 취했더라도 실제 분배받은 금액이 각자 5억원, 8억원, 7억원으로 다르다면, 전체 이득액 20억원을 기준으로 각자에게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개별 병과액을 정할 때는 실제 귀속액의 차이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다툴 수 있다. 이런 자료는 판결 선고 전 변호인을 통해 미리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벌금 병과액은 이득액이 정해진 이후의 문제가 아니라, 이득액 산정 단계부터 함께 다퉈야 하는 문제다.
벌금 납부가 막막할 때 — 분납·연납 제도와 유의점
병과된 벌금을 한 번에 납부하기 어려운 경우, 판결 확정 후 검찰의 재산형 집행 절차에서 분할납부나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다만 이는 집행 단계에서 검찰의 재량으로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므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미리 자신의 재산 상황과 납부 계획에 관한 자료를 정리해 제출해두는 편이 이후 집행 협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납부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 벌금 병과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노역장유치는 벌금을 대신 갚는 손쉬운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벌적 성격의 제재이므로, '유치로 때우면 된다'는 접근보다는 재판 단계에서 벌금 병과액 자체를 낮추는 데 주력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유리한 전략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특경법 벌금 병과는 모든 사건에 반드시 붙나요?
A. 아닙니다. 제3조 제2항은 "병과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라 법원이 재량으로 결정하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벌금이 함께 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이득액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수록 벌금이 함께 병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의 구형에 벌금 병과가 포함되어 있는지도 재판 과정에서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Q. 벌금 병과액은 이득액과 똑같이 정해지나요?
A. 법문은 "이득액 이하"라고 규정해 이득액을 상한으로 둘 뿐입니다. 실제 선고액은 피해회복 정도·가담 정도 등을 고려한 법원 재량으로 정해지며, 이득액 전액이 그대로 벌금으로 선고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낮게 정해지는 사례도 흔합니다.
Q. 벌금과 추징을 동시에 선고받으면 이중처벌 아닌가요?
A. 벌금은 형벌이고 추징은 범죄수익을 박탈하는 부가처분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중처벌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 변제·반환한 금액이 있다면 추징액에서 공제되고, 이는 벌금 병과액을 정할 때도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Q. 벌금을 못 내면 바로 감옥에 가나요?
A. 벌금 미납 시에는 판결에서 정한 노역장유치 기간 동안 유치되어 하루당 일정 금액으로 벌금을 대체 상환하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다만 특경법 병과 벌금은 액수가 커 유치기간 하한이 최소 300일에서 1,000일에 이를 수 있어 실질적으로 상당한 신체구속을 감수해야 합니다. 유치기간은 판결에서 미리 정해지므로, 선고 이후에 벌금을 낼지 유치를 감수할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Q. 이득액을 다투면 벌금 병과액도 함께 줄어드나요?
A. 그렇습니다. 벌금 병과의 상한이 이득액에 연동되므로 이득액 산정 자체를 다퉈 규모를 줄이면 벌금 병과액도 함께 낮아질 여지가 생깁니다. 공동정범 중 자신의 실제 귀속분만 이득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 포괄일죄로 묶인 범행 일부의 성립을 다투는 주장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다툼은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Q. 항소심에서 벌금 병과액만 따로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피해회복 자료나 가담 정도에 관한 추가 자료를 제출해 벌금 병과액의 감액을 구할 수 있고, 이득액 산정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면 법리오해를 이유로도 다툴 수 있습니다.
맺음말
특경법상 벌금 병과는 징역형과 별개로, 이득액 이하 범위에서 법원 재량으로 정해지는 부가형벌이다. 이득액이 곧 벌금액이 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회복 정도와 가담 경위에 따라 실제 선고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벌금 미납 시 뒤따르는 노역장유치 하한까지 고려하면, 벌금 병과는 징역형 못지않게 무거운 결과를 남길 수 있다. 이득액 산정 단계부터 양형자료 준비까지, 재판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득액 산정과 벌금 병과, 노역장유치 하한이 서로 맞물려 있는 만큼, 어느 한 단계만 따로 다투기보다는 전체 흐름을 함께 살펴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실질적인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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