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했다는 말은 언뜻 수완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수자가 빌린 돈을 무엇으로 갚느냐가 늘 뒤따르는 질문입니다. 문제는 그 답이 인수한 회사 자신의 예금이나 자산일 때 벌어집니다. 회사 명의로 담보를 잡히거나 회사 돈을 빼내 인수 당시 진 개인 채무를 갚는 순간, 그 행위는 업무상배임죄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이 글에서는 무자본 M&A 구조에서 인수대금을 인수 회사 자산으로 갚는 방식이 왜 배임이 되는지,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이를 가려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무자본 M&A의 구조 — 인수자금을 회사 밖에서 전부 빌려오는 방식
무자본 M&A란 인수자가 자기 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인수 대상 회사의 지분이나 경영권을 사채·주식담보대출·제3자 차입 등으로 조달한 자금만으로 사들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인수 자체는 자금 조달 방법의 문제일 뿐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중소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인수자가 자기자본 비중을 낮추고 차입 비중을 높이는 거래가 흔하고, 이것만으로 형사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빌린 돈을 무엇으로 갚느냐입니다. 인수자가 자신의 다른 재산이나 향후 사업소득으로 갚는다면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의 채무관계로 끝나지만, 인수한 회사 자체의 예금·부동산·매출채권을 상환 재원으로 쓰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이런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회사를 확보한 뒤, 그 회사 자체를 담보나 현금인출원으로 활용하면 사실상 무자본으로 기업 전체를 손에 넣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회사는 인수자 개인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존재입니다. 인수자가 개인적으로 진 채무를, 인수 후 지배하게 된 회사의 자산으로 갚는 행위는 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손해만 떠안기는 결과가 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업무상배임죄가 문제 됩니다.
이런 구조는 특히 상대적으로 현금성 자산이 많거나 담보가치 있는 부동산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표적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신용과 자산이 곧바로 인수자금을 되갚을 담보가 되기 때문에, 인수 협상 단계에서부터 회사가 보유한 현금·예금·부동산 규모를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수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이미 상환 계획이 회사 자산을 전제로 짜여 있었다면, 이는 나중에 배임의 고의를 판단할 때 매우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요건 — 타인 사무처리자·임무위배·손해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임무가 업무상의 것이라면 제356조에 따라 형이 가중됩니다. 무자본 M&A 국면에서 이 조문이 문제 되는 사람은 인수 이후 회사의 대표이사이거나,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며 자금집행을 지시하는 인수자 본인입니다. 인수와 동시에 이들은 회사 재산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관리해야 하는 지위, 즉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됩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임무위배행위, 재산상 이익의 취득, 회사에 대한 손해, 그리고 고의라는 요소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여기서 손해는 실제로 회사 재산이 줄어든 경우뿐 아니라 회사가 부담하지 않아도 될 채무를 새로 지거나 담보를 제공해 재산적 위험이 커진 경우도 포함합니다. 인수자가 개인 명의로 빌린 인수자금을, 인수한 회사의 예금을 담보로 새로 대출을 일으켜 갚거나 회사 자산을 처분한 대금으로 상환한다면, 회사는 그 상환액만큼 또는 그 담보설정만큼 대가 없이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고의 역시 반드시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자신의 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생길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면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여기서 사무처리자의 지위는 등기임원 여부로만 판단하지 않습니다. 등기부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금집행과 의사결정을 지배하며 지시를 내리는 인수자라면 사실상 업무를 처리하는 자로 평가되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명의만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뒤에서 자금 흐름을 지시하는 이른바 '바지 대표' 구조를 쓰더라도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수대금을 회사 자산으로 갚는 대표적 수법
무자본 M&A에서 인수자금을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으로 되갚는 방식은 겉으로는 정상적인 재무거래처럼 보이도록 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담보제공형 — 인수 직후 회사 명의 예금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고, 그 담보로 받은 대출금을 인수자 개인의 인수채무 상환에 사용.
자금인출형 — 회사 계좌에서 가지급금·대여금 명목으로 자금을 빼내 인수자 개인 채무 변제에 충당.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형 — 회사가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이 회사 사업이 아니라 인수자의 기존 인수자금 대출 상환에 사용.
자산매각대금 이전형 —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설비 등을 매각한 대금을 인수자 개인 계좌나 관련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전.
연대보증·채무인수형 — 회사로 하여금 인수자 개인 채무에 연대보증을 서게 하거나 그 채무 자체를 인수하게 함.
인수 자체가 차입으로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문제 되지 않는다 — 그 차입금을 인수한 회사의 자산으로 반대급부 없이 갚을 때 비로소 배임의 문제가 시작된다.
법원이 보는 기준 — 반대급부와 회사의 실질적 이익
이런 구조가 실제로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를 법원이 본격적으로 다룬 대표적 사건이 이른바 차입매수(LBO)형 인수 사건입니다.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7027 판결은, 인수자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그 담보로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에 담보를 설정하게 한 사안에서, 그 담보제공으로 인한 이익은 특수목적법인, 즉 인수자 측에 귀속될 뿐 인수 대상 회사에는 아무런 반대급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담보가치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고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했습니다.
이 판결이 제시한 기준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회사가 부담한 위험이나 지출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있었는지, 둘째, 그 거래가 회사 자신의 경영상 필요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인수자 개인의 채무 변제를 위한 것인지입니다. 인수 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어 보여도, 실질적으로 회사에 아무런 이익 없이 인수자 개인의 채무만 소멸시키는 거래라면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회사가 합병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통합되고 채무도 그 사업의 일환으로 승계되는 구조라면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어, 법원은 거래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이 판단에서 함께 고려되는 요소가 회사의 재무 상태 변화입니다. 담보제공이나 자금유출 이후 회사의 자기자본이 잠식되거나 단기 지급능력이 급격히 나빠졌다면, 그 거래가 회사에 통상적인 경영판단으로 보기 어려운 위험을 떠안겼다는 정황으로 다뤄집니다. 반대로 같은 거래라도 회사가 그 대가로 사업적 시너지나 신규 거래처, 자금조달 편의 등 구체적 이익을 실제로 얻었다는 사정이 있다면, 손해 자체가 부정되거나 배임의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나 — 가상 사례로 보는 판단 흐름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甲은 자기 자금 없이 저축은행과 사채업자로부터 30억원을 빌려 비상장 제조업체 A사의 지분 전부를 인수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인수 두 달 뒤 甲은 A사 명의 정기예금 20억원을 담보로 제공해 은행에서 새로 대출을 받고, 그 대출금으로 자신이 개인적으로 진 인수자금 채무 일부를 갚았습니다. 이 경우 A사는 甲 개인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대가로 아무런 반대급부를 받지 못했고, 정기예금이 담보로 묶여 유동성 위험까지 떠안았습니다.
이런 사안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살펴보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담보제공이나 자금이체 당시 A사 이사회 결의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결의에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었는지, A사가 그 대가로 받은 것이 있는지, 그리고 甲이 애초에 이런 구조를 계획하고 인수에 나섰는지입니다. 특히 인수 직후 곧바로 회사 자산이 인수자금 상환에 투입되는 시간적 근접성은 처음부터 회사 자산을 상환 재원으로 쓸 계획이었다는 정황, 즉 배임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로 다뤄집니다.
수사 실무에서는 여기에 더해 인수금융을 제공한 대주단의 대출 조건도 함께 살핍니다. 애초 대출 약정서에 '인수 완료 후 대상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다'거나 '대상회사 명의로 재대출을 일으켜 상환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이는 처음부터 회사 자산을 상환 재원으로 예정해 두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인수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전혀 다른 사업상 필요로 담보를 제공한 것이라면, 같은 담보제공이라도 배임 고의를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집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과 처벌 수위
무자본 M&A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액, 즉 이득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이 조항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인수 대상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법인이라면 담보로 제공된 예금이나 매각된 자산 가액만으로도 이 기준을 쉽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 무자본 M&A형 배임은 실무에서 상당히 무거운 형량이 선고되는 유형에 속합니다.
여기에 더해 인수 대상 회사가 상장회사인 경우에는 사정이 한층 복잡해집니다. 인수 이후 허위 공시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시세조종성 매매가 함께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혐의가 배임과 함께 기소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경우 이득액은 배임으로 인한 손해와 시세조종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각각 별도로 산정해 합산되므로, 처벌 수위를 가늠할 때는 배임 혐의 하나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전체 혐의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피해 회사와 소액주주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이런 구조의 피해자는 인수된 회사 자체이기도 하지만, 그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나 채권자이기도 합니다. 회사 자산이 인수자 개인 채무 변제에 쓰였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회사(새 경영진이나 감사) 또는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주주는 상법상 대표소송이나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할 수 있고, 형사적으로는 업무상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으로 고소·고발하는 절차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임의 고의와 손해 발생을 뒷받침할 자료, 즉 담보제공 계약서, 이사회 의사록, 자금 이체 내역 등을 확보해두는 것이 실제 수사 단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인수자 입장에서 유의할 점도 있습니다. 인수 후 회사 자금을 활용한 거래라 해서 전부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니며, 회사에 실질적인 사업상 이익이 있고 그 대가가 합리적으로 산정되었다면 경영판단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그 판단은 사후에 수사기관과 법원이 거래의 실질을 놓고 다시 따지는 문제이므로, 인수 초기 단계부터 회사 자산과 인수자 개인 자금을 명확히 분리하고 모든 거래에 정당한 대가와 절차를 갖춰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자본 M&A 자체가 불법인가요?
A. 무자본 M&A는 자금 조달 방법의 문제일 뿐이라 그 자체로 위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빌린 돈을 인수한 회사 자산으로 반대급부 없이 갚는 단계에서 생기며, 이 단계에 이르러야 업무상배임이 논의됩니다.
Q.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면 배임이 아닌가요?
A. 절차를 지켰다는 사정만으로 배임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회사에 실질적 반대급부 없이 인수자 개인의 채무만 소멸시키는 거래라면, 결의를 거쳤어도 임무위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회사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인수자금 상환에 쓰면 어떻게 되나요?
A. 증자로 들어온 자금이 회사 사업이 아니라 기존 인수자금 대출 상환에 쓰인다면, 그 증자 자체가 인수자금을 회사 자산으로 되갚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되어 배임 혐의의 핵심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Q.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A. 담보로 제공된 재산의 가치, 유출된 자금의 액수, 새로 부담하게 된 채무액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이 금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무거워집니다.
Q. 소액주주도 형사고소를 할 수 있나요?
A. 배임죄는 원칙적으로 피해 회사 자체가 고소 주체가 되지만, 소액주주도 관련 자료를 갖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별도로 대표소송 등 민사상 대응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인수자가 이미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배임 당시 대표이사이거나 사실상 지배주주로서 임무위배행위를 했다면, 이후 퇴임했더라도 형사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맺음말
무자본 M&A는 자금 조달 방식일 뿐 그 자체로 문제 되지 않지만, 인수한 회사의 자산을 상환 재원으로 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업무상배임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반대급부 없이 회사 자산이 인수자 개인의 채무 변제에 동원되었는지, 그 거래가 실질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입니다.
특히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중소기업 인수합병을 둘러싼 배임 고소·고발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만큼, 인수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회사 자산과 인수자 개인 자금을 분리하고 관련 자료를 갖춰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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