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이사장의 병원자금 유용, 배임죄 성립요건과 방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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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이사장의 병원자금 유용, 배임죄 성립요건과 방어법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개인병원이나 요양병원을 의료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 늘면서, 이사장이 법인 명의 계좌에서 자금을 개인적으로 끌어다 쓰다가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료법인 이사장분들 중에는 “내가 세우고 키운 병원이니 이 정도는 써도 된다”, “법인 돈이나 내 돈이나 결국 같은 돈 아니냐”는 생각으로 법인 계좌에서 개인 채무 변제나 다른 사업 투자금을 끌어다 쓴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른 이사나 감사가 문제를 삼으면, “이사장 권한으로 처리한 것이다”, “나중에 법인에 갚을 생각이었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의료법인을 비롯한 비영리법인 이사장의 자금 집행에 대해서도 경영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유용한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의료법인 이사장의 병원자금 유용이 어떤 경우에 배임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혐의를 받게 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병원 자금은 이사장 개인의 돈이 아니라 의료법인에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어서, 이사장이라도 법인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없습니다.

의료법 제50조는 의료법에 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 민법의 재단법인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법인은 사원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목적사업에 재산을 묶어두는 비영리법인으로 취급되고, 잉여금을 이사장이나 사원에게 배당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법인 재산은 정관에 정한 목적사업, 즉 의료업과 의료법 제49조가 정한 부대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이사장 본인이 병원을 설립하고 키워왔다는 이유로 법인 계좌와 개인 계좌를 사실상 섞어 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개인 카드값이나 생활비, 다른 사업체 투자금을 법인 계좌에서 인출해 쓰는 일이 반복되고, 이런 인출이 동업 초기에는 소액이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누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을 처분하거나 정관을 변경할 때에는 의료법 제48조 제3항에 따라 관할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이사장 개인의 판단만으로 법인 재산의 향방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법 자체가 전제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사장이라는 직함은 법인을 대표해 그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일 뿐, 법인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 지위와 소유의 혼동이 병원자금 유용 사건에서 배임 혐의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됩니다.

의료법인 이사장이라도 법인 자금은 이사장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목적사업에만 써야 하는 법인의 재산입니다.


2. 이사장이라는 지위나 경영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배임죄는 지출 시점의 임무위배 여부로 판단되며, 사후의 경영판단 주장으로 뒤집히지 않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인 이사장은 법인 사무를 업무로서 처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단순 배임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이 “이사장으로서 경영판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사가 임무에 위배해 회사나 법인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했다면, 그 결정 과정에 내부 결의를 거쳤다거나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배임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도2781 판결 참조).

경영판단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배임의 고의 유무를 판단할 때는 그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사업 내용, 법인이 처한 상황,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다만 이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의도 없이 순수하게 법인의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판단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이사장 개인의 채무 변제나 사적인 지출을 정당화하는 논리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이사장으로서 결정한 일”이라는 주장만으로는, 개인적 이익을 위한 자금 집행에 대한 배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3. 이사회 결의나 관할청 허가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도 배임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은 방어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임무위배 여부를 가리는 또 하나의 쟁점이 됩니다.

의료법인 이사장 중 일부는 “이사회에서 승인받은 지출이다”, “관할청에 신고까지 했다”는 점을 내세워 방어하려 합니다. 그러나 재산 처분에 관한 결정권을 가진 법인 내부 기관의 결의가 있었다거나 감독 관청의 허가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처분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 참조).

오히려 실무에서는 이사회 회의록이 사후에 형식적으로 작성되었거나, 안건 내용이 실제 지출 목적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가 문제 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절차를 거쳤다는 외형이 임무위배행위를 가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획적으로 자금을 유용했다는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는 현실적으로 법인 재산이 줄어든 경우뿐 아니라,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생긴 경우까지 포함합니다. 자금을 빌려주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처리한 경우에도,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면 그 시점에 이미 재산상 손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나 관할청 허가 같은 절차는, 그 처분이 실제로 법인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가리는 심사 대상일 뿐 면죄부가 아닙니다.


4. 유용한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이 무거워집니다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 자체가 달라지고, 여러 차례 나눠 쓴 금액도 합산됩니다.

업무상배임죄는 이득액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지만,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병원자금 유용은 한 번의 큰 인출보다, 매달 소액을 반복해서 빼 쓰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인출이 동일한 범의 아래 일정 기간 계속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계산되므로, 개별 인출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누적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득액을 산정할 때는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뿐 아니라, 법인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채무를 대신 부담하게 하거나 담보를 제공해 발생한 손해액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초범인지, 유용 경위가 어떠했는지, 이후 반환이나 합의가 이루어졌는지는 범죄 성립 자체보다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가 진행되며, 초기 자료 정리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고소장 접수 전 회계 자료를 정리해두는지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의료법인 이사장의 자금 유용 의심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소재 병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한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사장의 자금 유용을 의심하게 된 다른 이사나 감사, 또는 반대로 혐의를 받게 된 이사장 본인 모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법인 정관과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해, 문제된 지출에 관한 결의나 승인 절차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부터 파악합니다.

  2. 법인 명의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인출 시점·금액·빈도, 그리고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정리합니다.

  3. 인출된 자금이 실제로 의료업이나 정관상 부대사업에 쓰였는지, 개인 용도로 흘러갔는지를 세금계산서·카드 내역 등 객관적 자료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의료법인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방어와 함께 관할청 조사·이사회 재구성 등 법인 내부 절차까지 함께 고려한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의료법인 자금 문제는 “그래도 내가 세운 병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인 자금 유용을 의심하는 다른 이사나 감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문제 제기보다, 어떤 자료가 임무위배와 손해 발생을 뒷받침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좌 내역, 정관, 이사회 회의록이 갖춰질수록 형사 고소와 이후 절차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자금 집행을 의심받는 이사장 입장에서도 “법인을 위해 쓴 것이다”, “경영판단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목적사업에 부합하는 지출이었는지,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의료법인을 비롯한 비영리법인 자금 분쟁에서 자금을 집행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사장이 법인 자금을 썼지만 나중에 전액 갚았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무위배행위나 배임의 고의를 부정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반환·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이사장이 법인에 출연을 많이 했는데도 배임이 되나요?

A. 됩니다.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잉여금 배당이 금지되고, 출연했다고 해서 그 재산에 대한 개인 지분이 인정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출연 규모와 관계없이 법인 재산을 개인 용도로 쓰면 배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이사회에서 지출을 승인했다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A. 승인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지출의 실질적 목적이 법인의 목적사업에 부합하는지가 핵심이며, 승인 절차가 형식적이었다면 오히려 계획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차례 나눠 쓴 금액도 동일한 범의 아래라면 합산됩니다.

Q. 배임죄와 횡령죄 중 어느 쪽으로 처벌받게 되나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법인 자금을 직접 인출해 개인 용도로 소비했다면 업무상횡령이, 담보 제공이나 채무 부담처럼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했다면 배임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고, 두 혐의가 함께 검토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Q. 관할청 조사와 형사 수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보건복지 당국의 의료법인 지도·감독 조사와 경찰·검찰의 형사 수사가 별개로 진행될 수 있고, 관할청 조사 자료가 형사 사건 자료로 함께 활용되는 경우도 있어 두 절차 모두를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합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제출 자료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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