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는 하도급업체가 파견한 현장소장이 원청으로부터 지급받은 기성금을 현장 운영 목적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현장소장분들 중 상당수는 “현장 경비 명목으로 들어온 돈이니 이 정도는 융통해도 된다”, “나중에 다른 현장 기성금으로 메꾸면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인건비·자재비 명목의 기성금을 다른 용도에 돌려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원청이나 하도급업체가 정산 과정에서 자금 흐름을 문제 삼으면, “현장을 위해 쓴 돈이다”, “곧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는 해명만으로는 넘어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를 판단할 때, 보관자가 실제로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돈을 처분했는지를 구체적 증거로 엄격하게 가려내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장 자금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용이 정당화되지 않으며, 유용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하도급 현장소장의 기성금 유용이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수사가 시작된 초기 단계에서 무엇부터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하도급 현장소장이 관리하는 기성금은 개인 자금이 아니라 회사에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기성금은 현장 운영 목적으로 위탁된 돈이지, 현장소장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기성금이란 공사가 진행된 만큼 기성고를 산정해 원청이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공사대금입니다. 하도급업체는 이 돈을 인건비·자재비·장비 임차료 등 현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지출하게 되어 있고, 실무에서는 현장소장이 이 자금의 입출금과 지출을 사실상 위임받아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 현장소장은 회사, 즉 하도급업체를 위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기성금이 현장소장 명의 계좌나 현장 운영비 계좌로 입금됐다고 하더라도, 그 소유권까지 현장소장 개인에게 넘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현장 경비니까 이 정도는 융통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인건비 지급 전 잔액을 개인 채무 변제나 생활비, 다른 현장 부족분 메꾸기에 돌려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전용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공사 기간 내내 반복되며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현장소장이 관리하는 기성금은 현장소장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지출 목적이 정해진 회사(하도급업체) 소유의 재산입니다.
2. “현장 경비로 돌려썼다”는 항변, 실제로는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썼다는 사실은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 증거로 증명해야 인정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런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현장소장이 현장 자금 관리라는 업무로서 기성금을 보관하고 있었다면 단순 횡령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수사 단계에서 현장소장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항변은 “빼돌린 게 아니라 현장 경비나 다른 공정 비용으로 돌려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항변이 받아들여지는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제한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5도19591 판결).
즉 실제로 그 돈이 현장 인건비나 자재비 등 회사(현장)의 이익을 위해 지출됐다는 사실이 통장 내역이나 지출 증빙으로 뒷받침돼야 항변이 받아들여집니다. 단순히 “현장을 위해 썼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지출 내역이 불분명하거나 개인 계좌로 흘러간 정황이 드러나면 불법영득의사가 그대로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장 경비로 썼다”는 항변은 구체적 증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수사기관과 법원 앞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3. “나중에 다른 기성금으로 메꾸면 된다”는 생각도 처벌을 막지 못합니다
돈을 인출해 개인 용도로 쓴 시점에 범죄는 이미 완성됩니다.
여러 현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현장소장들 사이에서는 “이번 달은 급하니 A현장 기성금으로 B현장 인건비를 메꾸고, 다음 기성금이 나오면 채워 넣자”는 식의 자금 돌려막기가 관행처럼 이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자금 융통이 아니라, 회사가 특정 현장을 위해 위탁한 돈을 다른 목적으로 임의 처분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업무상횡령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다음 기성금이 나오면 채워 넣겠다”는 생각은 인출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여러 현장을 겸직하는 현장소장일수록 이런 돌려막기가 반복되기 쉬운데, 반복될수록 유용 금액이 누적되어 이후 훨씬 불리한 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음 기성금으로 메꾸면 된다”는 생각은, 인출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4. 유용한 금액과 반복 횟수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여러 현장에서 소액씩 반복된 유용도 포괄일죄로 합산되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여러 현장을 겸직하는 현장소장의 기성금 유용은 한 현장에서 일시에 큰 금액이 빠져나가기보다,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여러 현장의 소액 인출이 반복되며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 현장의 유용액이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더라도, 전체 공사 기간의 합산액을 기준으로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이 판단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초범인지, 유용 경위, 반환·합의 여부, 회사 측 관리 소홀 정도 등은 횡령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수사 초기,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사건 전체를 좌우합니다
수사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하도급 현장소장의 기성금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현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원청·하도급업체)·피고소인(현장소장)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첫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가 이후 절차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준비 없이 “현장 경비로 썼다”고만 진술하면 구체적 지출 근거를 대지 못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실제 지출 내역을 정리하지 못한 채 무조건 부인하면 신빙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기성금 유용을 의심받고 있거나, 반대로 현장소장의 기성금 유용을 의심하고 있는 회사 측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별 기성금 입출금 내역과 지출 증빙(인건비 지급대장, 자재 세금계산서, 장비 임차 영수증 등)을 시기별로 정리합니다.
현장소장에게 자금 관리 권한이 어떤 방식으로 위임됐는지(구두 지시, 위임장, 사규 등) 확인합니다.
개인 계좌로 흘러간 자금이 있는지, 있다면 그 경위와 이후 사용처를 통장 거래내역으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건설 현장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진술 방향을 정리하고 형사 대응과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현장소장의 기성금 문제는 “그래도 현장을 몇 년째 맡겨온 사람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혹은 반대로 “곧 소명하면 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성금을 관리해온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어떤 자료가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출 내역, 위임 범위, 계좌 흐름에 대한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기성금 유용을 의심받는 현장소장 입장에서도 “현장 경비로 썼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지출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 경위와 증빙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건설 현장 자금 분쟁에서 자금을 관리한 현장소장 쪽과 이를 문제 삼는 회사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이 사건의 결론을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지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지금이 바로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여러 현장의 기성금을 돌려막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는 없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보전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실제로 손해가 없었다는 점, 반환·합의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회사가 구두로 자금 관리를 맡겨서 재량껏 썼는데도 횡령이 되나요?
A. 구두 위임이었더라도 그 위임 범위를 벗어난 지출이라면 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임의 구체적 범위와 실제 지출 내역이 일치하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Q. 현장 경비로 썼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
A. 그 주장이 통하려면 실제로 소유자(회사)의 이익을 위해 처분됐다는 사실을 구체적 증빙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출 내역이 불분명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현장의 소액 유용도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Q. 회사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도 있는데, 그래도 현장소장만 처벌받나요?
A. 회사의 관리 소홀은 횡령죄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다만 회사도 내부통제 미비로 민사상 책임 문제가 함께 불거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특히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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