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재건축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임차인들은 곧바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지부터 걱정합니다. 그러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려면 몇 가지 법정 요건을 갖추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갱신거절 자체가 정당한 사유 없는 거절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임대인이 재건축 계획을 계약 체결 당시가 아니라 임대차 도중에 뒤늦게 통보했거나, 실제로는 재건축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계약만 끝내려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다툴 여지가 상당히 넓습니다. 이 글에서는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어떤 요건을 갖춰야 정당한지, 그리고 이때 권리금 회수기회는 어떻게 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정 사유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의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동시에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법으로 미리 정해두고 있습니다. 차임을 3기 이상 연체한 경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임대인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임차인이 무단으로 전대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고, 실무에서 임대인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사유가 바로 건물의 철거·재건축을 위해 점유를 회복해야 한다는 제7호입니다.
문제는 "재건축할 계획이다"라는 말 한마디로 이 사유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제7호는 다시 세 가지 세부 요건 중 하나를 임대인이 구체적으로 입증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면 임대인의 갱신거절은 정당한 사유 없는 거절로 취급되어 임차인의 갱신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합니다. 재건축이라는 단어만으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임대인이 많지만, 실제로는 법이 정한 문턱이 낮지 않습니다.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재건축 계획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지 않고, 법이 정한 세 가지 세부 요건 중 하나를 임대인이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정당한 사유로 인정된다.
재건축 갱신거절의 세 가지 요건 — 가목·나목·다목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가 정한 세 가지 요건은 서로 대체 관계에 있어, 임대인은 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됩니다. 첫째 가목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사시기와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실제로 그 계획대로 진행하는 경우입니다. 둘째 나목은 건물이 노후·훼손되거나 일부가 멸실되는 등 객관적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입니다. 셋째 다목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나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로, 이때는 임대인의 개인적 의사와 무관하게 법령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근거가 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가목입니다. "구체적으로 고지"했는지가 관건인데, 단순히 "언젠가 재건축할 수도 있다"는 식의 막연한 언급으로는 부족하고, 공사 시기와 기간, 대략적인 진행 방식까지 임차인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알려야 합니다. 나목은 임대인의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부족해 안전진단 결과나 건축물 노후도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고, 다목은 정비구역 지정, 사업시행인가 등 행정절차가 실제로 개시되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가목 — 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소요기간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대로 진행하는 경우.
나목 — 건물의 노후·훼손·일부 멸실 등으로 객관적인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목 —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재건축이 실제로 진행 중인 경우.
세 요건은 대체 관계 — 임대인은 이 중 하나만 구체적으로 입증하면 됨.
핵심은 '계약 체결 당시' 고지 — 뒤늦은 통보는 가목이 되지 않는다
가목의 문언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즉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이미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렸어야 하고, 계약이 진행되는 도중이나 갱신 시점에 임박해서야 재건축 계획을 통보했다면 가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상가를 매수한 새 건물주가 매수 후에야 비로소 "몇 년 안에 재건축하겠다"고 알리는 사례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은데, 이런 경우 가목만으로는 갱신거절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나목이나 다목에 해당하는 별도의 사정이 있는지를 따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임대인이 실제로는 재건축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명목으로 재건축을 언급하는 경우를 가려내기 위함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임대차 기간 중 갑자기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다면, 임차인으로서는 그 건물이 실제로 얼마나 노후했는지, 안전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관련 인허가가 진행 중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단순히 소유자가 바뀌었다거나 건물주의 사업계획이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나목·다목 요건이 자동으로 충족되지 않습니다.
임차인의 10년 갱신요구권과 재건축 거절은 별개의 문턱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2018년 10월 16일 개정으로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었고, 그 이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됩니다). 이 10년 제한과 재건축 갱신거절 요건은 서로 다른 문턱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10년이 아직 지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제7호의 재건축 요건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면 그 시점에 갱신을 거절할 수 있고, 반대로 재건축 계획이 전혀 없더라도 이미 10년이 지났다면 임차인은 더 이상 갱신을 요구할 법적 권리 자체가 없습니다.
즉 임차인 입장에서는 "아직 10년이 안 됐으니 안전하다"고만 생각할 수 없고, 임대인 입장에서도 "10년이 지났으니 재건축 요건을 따로 갖출 필요가 없다"고 단순화할 수 없습니다. 두 제도는 각자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실무에서는 10년이 지나지 않은 임대차에서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다가 가목·나목·다목 중 어느 요건도 갖추지 못해 갱신거절이 정당한 사유 없는 거절로 판단되는 사례가 흔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에 처음 상가 임대차계약을 맺은 임차인이라면 원칙적으로 2033년까지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중 2027년에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 한다면, 아직 10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그 시점에 가목·나목·다목 중 하나를 갖췄는지가 곧바로 심사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2033년이 지난 뒤라면 임대인이 재건축 계획을 전혀 밝히지 않아도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자체가 소멸하므로, 두 제도를 같은 잣대로 섞어서 판단하면 안 됩니다.
재건축을 이유로 거절해도 권리금 회수기회는 원칙적으로 별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면서도, 그 단서에서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 보호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언만 보면 재건축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할 의무에서 곧바로 벗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225329 판결은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서로 다른 별개의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임대인은 건물이 노후해 재건축이나 대수선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이유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을 거절했는데, 대법원은 갱신요구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권리금 보호의무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건축이라는 단어를 꺼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금 보호의무가 자동으로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제10조 제1항 제7호가 요구하는 구체적 요건을 실제로 갖췄는지가 그대로 다시 심사된다는 취지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별개의 제도이므로,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는 임대인이라도 제10조 제1항 제7호의 구체적 요건을 실제로 갖추지 못하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재건축한다더니 실행하지 않았다면 — 임차인이 다툴 수 있는 지점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일단 받아들여졌더라도, 임대인이 이후 실제로 재건축을 진행하지 않고 건물을 그대로 두거나 다른 임차인에게 새로 임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 애초의 갱신거절이 진정한 재건축 의사 없이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한 명목상의 사유에 불과했다고 다툴 여지가 생기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행사로 평가되어 임차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런 분쟁에서 임차인에게 유리한 자료는 갱신거절 통지서(어떤 요건을 근거로 들었는지), 건물의 준공 연도와 노후도를 보여주는 자료, 안전진단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정비구역 지정이나 사업시행인가 등 행정절차가 실제로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갱신거절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되지 않았거나, 재건축이 아니라 단순 리모델링이나 다른 임차인 유치로 이어졌다면, 애초의 재건축 사유가 형식적이었다는 정황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갱신거절 통지서 — 가목·나목·다목 중 어떤 요건을 근거로 들었는지 확인.
안전진단 결과·건축물대장상 노후도 — 나목 주장의 객관적 근거인지 확인.
정비구역 지정·사업시행인가 등 행정절차 진행 여부 — 다목 주장인지 확인.
거절 이후 실제 착공 여부·재임대 여부 — 사유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자료.
노후·안전 문제로 거절하는 경우 — 나목·다목이 실제로 인정되는 기준
나목은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 등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정하고 있는데, 단순히 건물이 지어진 지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건축물의 구조 안전에 실제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 예컨대 정밀안전진단 결과나 정밀점검 보고서, 관할 지자체의 위험건축물 지정 여부 등이 함께 제시되어야 나목 요건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거나, 그 밖에 다른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철거·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이 경우에는 임대인 개인의 계획이 아니라 법령상 절차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 자체가 근거가 되므로, 정비구역 지정 고시나 사업시행인가 등 공적 자료로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만 되고 실제 사업 진행이 기약 없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때도 실질적인 진행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상가 건물에서 외벽 균열이나 누수가 반복되고 있다면, 임대인이 이를 촬영한 사진 몇 장만 제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정밀안전진단 결과보고서처럼 전문기관이 발급한 자료가 있어야 나목 요건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해당 상가가 이미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사업시행인가까지 고시되었다면, 임대인이 별도로 노후도를 입증하지 않아도 다목만으로 갱신거절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두 요건 중 어느 쪽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임대인이 준비해야 할 자료의 성격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면 무조건 나가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임대인이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의 세 가지 요건(가목·나목·다목) 중 어느 하나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은 정당한 사유 없는 거절로 취급되어 임차인의 갱신요구가 그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계약 도중에 재건축 계획을 처음 들었는데 나가야 하나요?
A. 가목은 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으로 고지된 경우만 인정하므로, 계약 도중 뒤늦게 통보받았다면 가목만으로는 거절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건물의 노후·안전 문제나 다른 법령에 따른 절차가 별도로 인정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하면 권리금은 포기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별개의 제도로 보고 있어, 재건축 사유를 내세운 임대인이라도 제10조 제1항 제7호의 요건을 실제로 갖추지 못하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Q. 임대인이 재건축한다고 해놓고 실제로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갱신거절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착공하지 않거나 다른 임차인을 새로 들였다면, 애초의 재건축 사유가 명목상의 것이었다고 다툴 수 있고, 이 경우 신의칙 위반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Q. 10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재건축을 이유로 거절당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10년 갱신요구기간과 재건축 갱신거절 요건은 별개의 문턱이라, 10년이 남아있어도 임대인이 제7호 요건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면 그 시점에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Q. 나목(안전사고 우려)은 어떤 자료로 입증하나요?
A. 정밀안전진단 결과나 정밀점검 보고서, 관할 지자체의 위험건축물 지정 여부 등 객관적 자료가 주로 활용됩니다. 단순히 건물이 오래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나목 요건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맺음말
상가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임대인이 "재건축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계약 체결 당시의 구체적 고지, 건물의 객관적 노후 상태, 관련 법령상 절차의 진행 여부 중 하나를 실제로 갖췄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갱신거절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별개의 심사를 거치므로, 재건축이라는 단어만으로 모든 권리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거절을 통보받았다면 통지서에 담긴 근거가 가목·나목·다목 중 무엇인지부터 확인하고, 그 근거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따져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노후 상가 재건축과 관련한 갱신거절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통지를 받은 시점에 자신의 권리관계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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