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비나 접대비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긁어 상품권을 산 뒤, 이를 상품권 매입업체에 되팔아 현금을 받는 이른바 '상품권 깡'을 하는 임직원이 적지 않습니다. 회삿돈이 곧바로 자기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상품권을 거쳐 현금화되는 구조라 회계상 문제없는 지출처럼 보이지만, 그 현금이 개인 용도로 쓰이는 순간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이 방식은 지출결의서와 카드 매출전표만 놓고 보면 정상적인 업무 지출처럼 보여 한동안 발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복되다가,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에야 적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법인카드 상품권 깡이 어떤 요건에서 업무상횡령죄로 처벌되는지, 법원이 실제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이득액이 커졌을 때 형량이 어떻게 가중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품권 깡, 왜 법인카드 유용의 통로로 쓰이나
전형적인 흐름은 이렇습니다. 임직원이 법인카드로 문화상품권·모바일상품권·백화점상품권 등을 구매하면서 지출결의서에는 명절선물비, 거래처 접대비, 판촉비, 복리후생비 등 그럴듯한 명목을 붙입니다. 이렇게 구매한 상품권은 실제로 거래처나 직원에게 배분되지 않고, 곧바로 상품권 매입업체나 개인 매입상에게 넘겨져 액면가의 상당 부분이 현금으로 바뀝니다. 그렇게 손에 들어온 현금은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 생활비나 채무 변제, 유흥비 등으로 소비되는데, 이 마지막 단계 하나 때문에 나머지 절차 전체가 범죄로 평가됩니다.
회계상으로는 카드 매출전표와 지출결의서만 남고, 실제 상품권이 누구에게 어떻게 쓰였는지는 증빙하기 어려워 상당 기간 정상 지출로 위장됩니다. 문제는 이 위장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정기 감사나 세무조사, 내부고발, 결재권자 교체에 따른 인수인계 등을 계기로 지출결의서상 명목과 실제 물품 인도 여부가 대사되면, 상품권을 받았다는 거래처나 직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납니다. 그 시점에는 이미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반복된 금액이 누적돼 있어, 처음 적발됐을 때보다 훨씬 큰 액수로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굳이 상품권을 거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법인카드로 곧바로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은 카드사 전산에 현금서비스 거래로 남아 즉시 눈에 띄지만, 상품권 구매는 겉보기에 정상적인 물품 결제와 다르지 않아 승인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습니다. 상품권이라는 '물품성'을 한 단계 거치면서 현금화 사실 자체를 회계 서류상으로는 숨길 수 있다는 점이 이 방식이 반복적으로 쓰이는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다만 이는 발각 시점을 늦출 뿐, 형사책임의 유무나 범위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지출결의서상 흔히 붙는 위장 명목 — 명절선물비, 거래처 접대비, 판촉비, 복리후생비, 포상금
현금화 경로 — 매입업체·개인 매입상을 통해 액면가 대비 할인된 금액으로 즉시 현금 교환
발각 계기 — 정기 감사, 세무조사, 내부고발, 결재권자 교체 시 인수인계 대사
상품권 구매 자체는 정상 지출처럼 보이지만, 그 상품권이 현금화돼 개인 용도로 쓰이는 순간부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
성립 요건 — 업무상횡령죄, 형법 제355조·제356조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했을 때 성립하며,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회사 업무로 법인카드를 맡아 쓰는 임직원은 회사 자금에 대한 '보관자' 지위에 있고, 이 보관이 업무상 지위에서 이뤄졌다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돼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크게 높아집니다.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요건이 함께 인정돼야 합니다. 회사 재물, 즉 법인카드 결제대금에 대한 보관자 지위에 있을 것, 그 보관이 업무상 지위에서 비롯됐을 것, 재물이 임직원 개인이 아닌 회사 소유일 것, 그리고 불법영득의사를 겉으로 드러내는 구체적 행위가 있을 것입니다. 상품권 깡 사안에서는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권을 현금화해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자신의 것으로 처분하는 행위가 바로 불법영득의사를 외부로 드러내는 지점입니다.
보관자 지위 — 법인카드 사용 권한을 부여받아 회사 자금을 사실상 관리
업무상 지위 — 회사 업무(구매·경리·복리후생 등) 처리 과정에서 보관이 이뤄짐
재물의 타인성 — 법인카드 결제대금은 회사 소유이지 임직원 개인 소유가 아님
불법영득의사의 발현 — 상품권을 현금화해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구체적 행위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 지출 목적의 실재성과 현금의 종착지
수사기관과 법원이 상품권 깡 사안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상품권 구매의 명목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입니다. 지출결의서에 적힌 명절선물, 거래처 접대, 판촉 등 목적대로 상품권이 실제 지급됐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현금화만을 목적으로 구매가 이뤄졌는지를 결재 문서, 수령 확인서, 거래처 진술 등으로 확인합니다. 명목상 수령자로 기재된 거래처나 직원이 실제로는 상품권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면, 그 지출 자체가 처음부터 허위였다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두 번째로 보는 것은 현금화된 돈의 종착지입니다. 상품권을 매입업체에 넘기고 받은 현금이 회사 계좌로 다시 들어왔는지, 아니면 임직원 개인계좌나 개인채무 변제, 생활비 등으로 흘러갔는지를 계좌추적과 카드사용내역 대사를 통해 확인합니다. 세 번째로는 반복성과 규칙성입니다. 급여일 직전에 반복되거나, 결재 없이도 처리 가능한 한도 바로 아래 금액으로 쪼개 결제하는 이른바 분할결제 패턴이 나타나면, 우발적 실수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이뤄진 행위라는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지출 명목의 실재성 — 상품권 수령자·수령 사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현금의 종착지 — 매입대금이 개인계좌·개인채무 변제로 흘러갔는지
반복성·규칙성 — 급여일 전후 반복, 결재한도 이하로 쪼갠 분할결제 패턴
회계 정합성 — 지출결의서상 거래처와 실제 상품권 매입처 일치 여부
법원은 상품권 구매 명목이 실재했는지, 현금화된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 행위가 반복·계획적이었는지를 함께 살펴 불법영득의사를 판단한다.
불법영득의사 — 회사 이익을 위한 처분과의 경계
불법영득의사의 판단 기준을 다룬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도6728 판결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란 보관자가 위탁 취지에 반해 소유자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그 재물에 대한 소유자의 권한을 배제하고 마치 자기 소유물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를 뜻하며, 보관자가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이 기준을 상품권 깡 사안에 대입하면 경계가 뚜렷해집니다. 만약 상품권을 실제로 거래처 접대나 직원 복지 목적으로 구매해 그대로 지급했다면, 설령 세부 절차에 흠이 있었더라도 그 처분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상품권을 현금화해 그 돈이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의 채무 변제나 생활비로 쓰였다면, 이는 명백히 자기 이익을 위한 처분이어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 전형적인 사안이 됩니다. 결국 핵심은 '상품권을 샀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상품권 또는 현금화한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쓰였는가입니다.
이득액이 커지면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가중처벌
상품권 깡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반복되면,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를 넘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횡령·배임 등으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합니다. 상품권 깡은 건당 금액이 크지 않아 소액처럼 보여도, 매달 수백만원씩 수년간 반복되면 이 문턱을 넘기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습니다. 결재 없이 처리 가능한 한도 이하로 여러 번 나눠 결제하면 매번 소액이니 가벼운 처벌만 받으리라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범의 아래 일정 기간 반복된 행위는 포괄일죄로 취급돼 그 기간 전체의 이득액이 합산됩니다. 오히려 결재한도 바로 아래 금액으로 반복해서 쪼갠 결제 패턴은, 내부통제를 피하려는 계획적 의도를 보여주는 정황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재한도 이하로 나눠 결제해도 동일한 범의로 반복된 행위는 포괄일죄로 묶여 이득액이 합산된다 — 분할결제는 처벌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계획성을 보여주는 정황이 될 수 있다.
이득액을 산정하는 기준도 오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상품권을 매입업체에 넘길 때는 통상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만 현금으로 손에 쥐게 되는데, 실제로 자신이 챙긴 현금만이 이득액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상횡령죄에서 이득액은 행위자가 실제로 손에 쥔 할인 후 현금이 아니라, 보관하던 재물 자체의 가액, 즉 법인카드로 결제된 상품권 대금 전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할인율을 이유로 이득액이 줄어든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함께 따라붙는 혐의 — 문서위조와 업무상배임 사이
상품권 깡 과정에서 지출 명목을 그럴듯하게 꾸미기 위해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하거나, 실제로 물품을 받지 않은 거래처·직원의 서명을 임의로 기재했다면, 업무상횡령죄와 별도로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형법 제231조, 제234조) 혐의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결재 시스템에 전자문서로 허위 내용을 입력한 경우에도 사실상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 단순히 자금을 유용했다는 문제를 넘어 회계 서류 자체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는 추가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한편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업무상횡령이 아니라 업무상배임으로 구성되기도 합니다. 대법원 2018도1926 판결은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업무상배임의 범의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느 죄명으로 기소되든 처벌 수위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취지를 확인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사안을 횡령으로 구성하든 배임으로 구성하든, 임직원 입장에서 방어해야 할 실익의 크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발각되는 경로와 변제의 효과
상품권 깡은 대개 정기 감사, 세무조사, 내부고발, 결재권자 교체에 따른 인수인계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특히 국세청이나 회계법인이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접대비·복리후생비 지출 증빙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실제 수령자가 확인되지 않는 상품권 구매 건이 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의심 정황이 포착되면 회사는 대개 내부 감사를 거쳐 형사고소로 이어지고, 수사기관은 계좌추적을 통해 상품권 매입업체로부터 받은 현금의 흐름을 상당 부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발각된 뒤 임직원이 자주 하는 대응이 전액 변제입니다. 그러나 업무상횡령죄는 상품권을 현금화해 개인적으로 처분한 시점에 이미 기수에 이르러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이후 전액을 변제하더라도 범죄 성립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변제 사실은 양형에서 피해 회복 여부로 참작돼 형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회사와의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표시로 이어지면 실제 선고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회사 쪽에서도 형사고소만으로 끝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절차와는 별개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함께 제기해, 형사 판결과 무관하게 민사상으로도 유용한 금액 전부를 반환받으려 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입니다. 형사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민사상 반환의무까지 자동으로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형사와 민사 양쪽에서 각각 어떤 책임이 남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품권 깡 자체가 불법인가요?
A. 상품권을 할인해 현금으로 바꿔주는 거래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고, 대부업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도 있습니다. 사인 간에 상품권을 사고파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 사안에서 문제는 '상품권 깡'이라는 현금화 방식이 아니라 그 원천이 회사 법인카드였다는 데 있습니다. 임직원이 회사 자금으로 상품권을 사서 개인적으로 현금화해 취득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무상횡령죄를 성립시킵니다.
Q. 회삿돈을 나중에 다 갚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상품권을 현금화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시점에 이미 횡령죄는 기수에 이르러 성립하고, 이후 변제는 범죄 성립 자체를 없애지 못합니다. 다만 전액 변제와 회사와의 합의는 양형에서 피해 회복 여부로 참작돼 형량을 낮추는 데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발각 전에 스스로 신고하거나 조사에 적극 협조한 사정도 함께 참작될 여지가 있습니다.
Q. 매번 결재한도 이하로 나눠 결제하면 소액이라 괜찮나요?
A. 아닙니다. 동일한 범의로 반복된 행위는 포괄일죄로 묶여 이득액이 합산되고, 결재한도 바로 아래로 쪼갠 결제 패턴은 오히려 계획적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상사의 결재를 받고 진행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나요?
A. 형식적 결재만으로는 면책되지 않습니다. 결재권자가 지출 목적의 허위성을 인식했거나 묵인했다면 오히려 함께 책임질 수 있고, 반대로 결재권자를 속인 것이라면 임직원 본인의 책임이 더 명확해집니다.
Q. 업무상횡령과 업무상배임 중 어느 혐의로 기소되나요?
A.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업무상횡령 또는 업무상배임으로 구성될 수 있는데, 대법원은 어느 죄명으로 의율되든 처벌 수위에 실질적 차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Q. 이득액이 크면 형량이 얼마나 늘어나나요?
A.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서 현금화하는 방식은 회계상 정상 지출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가볍게 여겨지기 쉽지만, 그 현금이 개인 용도로 쓰이는 순간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고 반복된 금액이 쌓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가중처벌 구간까지 넘어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상품권 구매 명목의 실재성과 현금의 최종 종착지, 반복성을 함께 살펴 불법영득의사를 판단하므로, 결재한도를 피해 나눠 결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을 줄일 수 없습니다.
이미 상품권 깡으로 인한 조사나 고소를 앞두고 있다면, 지출 명목과 실제 현금 흐름을 스스로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법인카드를 둘러싼 횡령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사안의 성격과 이득액 규모부터 정확히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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