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거래처 관리를 맡았던 직원이 퇴사하면서 거래처 명단과 단가·결제조건 자료를 통째로 가지고 나가 동종 업체를 차리거나 경쟁사로 옮겨가는 사례로, 회사가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하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직원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직접 관리하던 거래처니 가져가도 문제없다”, “회사 자료가 아니라 내 인맥으로 만든 관계다”라는 생각으로 거래처 연락처와 단가, 결제조건 자료를 가지고 나간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가 매출 감소를 확인하고 문제를 삼으면, “내 영업력으로 뚫은 거래처다”라는 항변만으로는 형사·민사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거래처 명단이나 단가·조건 자료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요건을 다 갖추지 못하더라도,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축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출 규모가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직원이 거래처를 빼돌리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업무상배임죄로 이어지는지,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준비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직원이 관리하던 거래처 정보도 회사의 자산이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거래처 명단·단가·결제조건은 ‘영업비밀’이 아니어도 업무상배임의 보호 대상이 됩니다.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영업 담당 직원이 거래처와의 계약 체결·단가 협상·대금 회수 업무를 맡고 있었다면, 그 직원은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것이고, 그 지위에서 취급한 거래처 정보는 회사의 사무 수행 과정에서 형성된 자산입니다.
실무에서는 “내가 직접 뚫은 거래처니 내 인맥이다”라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인맥과 회사 자산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거래처 담당자 연락처뿐 아니라 단가, 마진율, 결제조건, 거래 이력처럼 회사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축적한 정보라면, 이는 개인의 영업력과 별개로 회사에 귀속되는 자산입니다.
이런 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을 모두 갖추지 못하더라도, 판례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라면 그 무단 반출·이용만으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거래처 명단과 거래조건은 담당 직원의 개인 영업력이 아니라, 그 직원이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회사의 자산입니다.
2. 거래처 자료를 빼돌려 유출하거나 이용한 시점에 배임죄는 이미 완성됩니다
실제로 거래를 성사시켰는지와 무관하게, 반출·이용 목적이 확인되면 그 시점에 기수가 됩니다.
배임죄는 재산상 손해의 결과 발생을 필요로 하는 결과범이지만, 판례는 회사 자료의 무단 반출 자체를 임무위배행위로 보아 그 반출 시점에 범죄가 완성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도9433 판결).
즉 “아직 새 회사로 옮기지 않았다”, “거래처와 실제로 계약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처벌을 면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자료를 회사 밖으로 빼내면서 경쟁업체에서 쓰거나 개인 영업에 활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만 확인되면, 그 반출 행위 자체로 배임죄는 완성됩니다.
다만 실제로 거래처를 빼앗아 회사가 매출을 잃었는지 여부는 배임죄의 성립 자체보다는 손해액 산정, 특경법 적용 여부, 그리고 뒤에서 살펴볼 손해배상 청구 금액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거래처 자료를 경쟁 목적으로 반출한 순간 배임죄는 완성되며, 그 이후 실제 이용 여부는 양형과 손해액 판단의 문제일 뿐입니다.
3. 퇴사하면서 자료를 반환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나가도 배임이 성립합니다
퇴사 시점의 반환·폐기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별도의 배임행위가 됩니다.
회사 자료를 정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적법하게 받아 보관하고 있던 직원이라도, 퇴사할 때는 그 자료를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를 지키지 않고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나갔다면, 반출 자체가 적법했더라도 반환·폐기 의무 위반으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다만 주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은 퇴사한 직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더 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퇴사 이후에 비로소 자료를 이용하거나 유출하는 행위는 이미 재직 중 또는 퇴사 시점에 성립한 배임행위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배임죄의 성립 시점은 어디까지나 재직 중의 반출 또는 퇴사 시점의 반환·폐기 의무 위반이지, 퇴사 후 한참 지나 자료를 꺼내 쓴 시점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회사가 뒤늦게 문제를 알아차리고 “퇴사하고 몇 달 뒤 그 거래처와 거래를 시작했다”는 사정만으로 고소장을 준비하면, 배임죄의 성립 시점과 행위자의 지위를 다투는 데서 난항을 겪을 수 있습니다. 퇴사 직전·직후의 자료 반출·미반환 정황을 최대한 함께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퇴사 시 자료를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나갔다면, 그 반환·폐기 의무 위반 자체가 별도의 업무상배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4. 빼돌린 거래처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득액이 커질수록 형법이 아니라 특경법이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갑니다.
업무상배임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출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 즉 옮겨간 경쟁업체가 취득한 이득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득액은 회사가 입은 손해액이 아니라 행위자나 제3자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도 실무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거래처 하나를 빼돌린 것처럼 보여도, 그 거래처와의 연간 거래규모와 향후 예상되는 거래기간까지 반영해 이득액이 산정되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반면 초범인지, 유출 경위, 피해 회복 여부 등은 배임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는 함께 준비해야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형사 수사기록은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가장 확실한 입증자료가 됩니다.
거래처를 빼돌린 직원에 대한 형사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른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회사는 직원의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를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또는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액은 통상 그 거래처와의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향후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출·영업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거래처를 완전히 빼앗겼는지 일부 거래만 이전됐는지에 따라 청구 규모가 달라집니다.
거래처 유출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직원이 관리하던 거래처 목록, 단가·결제조건 자료가 회사 내부 시스템에서 언제 조회·다운로드됐는지 접속 기록을 확인합니다.
퇴사 전후 이메일·메신저·외장저장매체 반출 정황, 그리고 퇴사 시 자료 반환·폐기 확인서를 받았는지를 확인합니다.
문제된 거래처와의 최근 수개월간 주문·매출 변동 내역을 정리해 실제 거래 이전 여부와 손해 규모를 가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거래처 유출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거래처를 빼돌린 직원 문제는 “설마 그 정도까지 했겠나”, “일단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자료는 이미 활용되고 거래처와의 관계는 굳어져 버립니다.
거래처를 빼앗긴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어떤 자료가 반출됐고 그 자료가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거래처 이관을 의심받는 직원 입장에서도 “내가 개척한 인맥”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자료의 성격, 반출 경위, 퇴사 시 반환 여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거래처 유출과 관련한 업무상배임 사건에서 자료를 유출당한 회사 측과, 반대로 배임 혐의를 받는 직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료가 사라지기 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직접 개척한 거래처인데, 퇴사하면서 데려가도 문제되나요?
A. 문제될 수 있습니다. 거래처와의 인간관계 자체는 개인의 것이라도, 단가·결제조건·거래이력 같은 회사 자료를 이용해 거래를 이전했다면 그 자료 이용 부분이 업무상배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아직 그 거래처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경쟁 목적으로 자료를 반출한 시점에 배임죄가 완성된다고 보므로, 실제 계약 체결 여부는 처벌 여부보다는 손해액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입니다.
Q. 퇴사한 지 이미 몇 달이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배임죄의 성립 시점은 재직 중 반출 또는 퇴사 시점의 반환·폐기 의무 위반이므로, 그 시점의 정황(반출 기록, 반환 여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거래처 정보가 영업비밀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도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더라도,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축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라면 업무상배임죄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Q.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A. 통상 그 거래처와의 계속적 거래에서 향후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출·영업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형사 수사기록이 손해액 입증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됩니다.
Q.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형사 고소로 확보되는 수사기록(자료 접속 로그, 진술 등)이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이득액이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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