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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권대리 매매계약, 추인 거절 시 상대방 대응과 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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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권대리 매매계약, 추인 거절 시 상대방 대응과 배상책임 

김상훈 변호사

부동산을 사려고 계약까지 마쳤는데, 알고 보니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사람이 실제 소유자가 아니라 소유자의 대리인이라고 자칭한 제3자였던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에게 애초에 대리권이 없었고, 정작 진짜 소유자는 "그런 계약을 맺으라고 한 적 없다"며 추인을 거절하는 상황입니다. 계약금까지 이미 지급한 매수인 입장에서는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도 당혹스럽지만, 그렇다면 지급한 돈은 누구에게 돌려받아야 하는지, 계약을 맺은 상대방에게는 아무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것인지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인감도장이나 위임장 등 그럴듯한 서류를 보여줬던 경우라면, 정말 아무 구제수단이 없는 것인지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추인 거절로 확정되는 무효와 그 이후 남는 두 갈래 대응

무권대리란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계약은 본인이 나중에 이를 인정(추인)하면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되지만, 본인이 명시적으로 추인을 거절하면 그 순간 계약은 본인에 대한 관계에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 번 추인을 거절하고 나면 본인이 마음을 바꿔 나중에 다시 추인하더라도 그 계약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추인을 거절한 뒤 상대방(매수인)에게 남는 길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를 따져 본인에게 여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고, 둘째는 표현대리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맺은 무권대리인 개인에게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두 갈래 중 어느 쪽으로 갈지, 그리고 각 단계에서 무엇을 먼저 확보해 두어야 하는지에 따라 실제로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지가 갈립니다.

여기에 이미 지급한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누구에게서 돌려받아야 하는지도 함께 정리해야 할 문제입니다.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상 본인에게 이행을 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급한 돈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표현대리 성립 요건과 무권대리인의 무과실 배상책임, 상대방 보호의 두 축

무권대리행위의 효력은 민법 제130조에 따라 본인이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몰랐다면, 본인이 추인하기 전까지 민법 제134조에 따라 계약을 철회할 수 있고, 본인의 태도가 불분명해 답답한 경우에는 민법 제131조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추인 여부를 확답하라고 최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처럼 본인이 이미 명시적으로 추인을 거절한 뒤라면 철회권이나 최고권을 행사할 실익 자체가 사라집니다 — 추인 거절로 무효가 이미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이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표현대리의 성립 여부입니다.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본인이 그런 외관을 만드는 데 관여한 잘못이 있어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마치 대리권이 있었던 것처럼 취급해 본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제도입니다. 유형은 세 가지입니다.

  • 민법 제125조 — 본인이 제3자에게 대리권을 수여했다고 표시했으나 실제로는 수여하지 않은 경우

  • 민법 제126조 — 대리인에게 어떤 기본대리권은 있었으나 그 권한을 넘어선 행위를 한 경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 민법 제129조 — 대리권이 있었으나 이미 소멸된 뒤에 대리행위를 한 경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유형은 민법 제126조입니다.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무권대리인에게 법률행위에 관한 기본대리권이 실제로 있어야 하고(단순한 사실행위 위임은 기본대리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그 사람에게 이 계약을 체결할 권한까지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인감도장·인감증명서·위임장 등을 실제로 제시받았는지, 본인 명의의 등기필증이나 계약 관련 서류를 함께 확인했는지 등이 정당한 이유 판단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판례는 이 정당한 이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표현대리를 주장하는 상대방 쪽에 두고 있으므로, 계약 체결 당시 어떤 서류와 정황을 근거로 상대방의 권한을 믿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표현대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무권대리인 개인의 책임으로 넘어갑니다. 민법 제135조는 대리인으로 계약을 맺은 자가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본인의 추인도 얻지 못한 경우,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의 이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책임은 무권대리인의 고의·과실을 따지지 않는 무과실책임이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상대방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다만 이 책임에는 두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 상대방이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민법 제135조 제2항) — 이 경우 무권대리인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무권대리인이 제한능력자인 경우 — 역시 책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손해배상을 선택했을 때 그 범위도 쟁점이 됩니다. 무권대리인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악의) 몰랐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있었던 경우에는 계약이 이행됐을 때 얻었을 이익, 즉 이행이익 상당액까지 배상 범위에 포함되고, 경과실에 그친 경우에는 계약을 믿은 데서 생긴 손해인 신뢰이익으로 범위가 좁혀집니다. 이미 지급한 계약금이나 중도금은 무권대리인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로 별도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표현대리 정황 확보부터 무권대리인 책임 추궁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계약 체결 당시 정황부터 증거로 정리 — 인감증명서·위임장·본인 명의 서류를 실제로 확인했는지, 본인과 직접 통화하거나 대면한 적이 있는지, 계약 장소·경위가 통상적이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둡니다. 이 정황이 표현대리의 정당한 이유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되고, 증명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 표현대리 성립 여부부터 먼저 검토 — 기본대리권의 존재, 정당한 이유의 정도를 따져 본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지 판단합니다. 표현대리가 인정되면 무권대리인 개인을 상대하는 것보다 회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므로, 이 검토를 건너뛰고 바로 무권대리인에게만 청구하는 것은 손해 회복 범위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 표현대리가 어렵다면 무권대리인에게 이행 또는 손해배상 선택 청구 — 민법 제135조에 따라 계약 이행(목적물 인도·소유권이전)을 구할 수도 있지만, 무권대리인이 애초에 목적물에 대한 권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제로는 손해배상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때 무권대리인의 악의·중과실 여부를 함께 주장해 이행이익 상당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지급한 계약금·중도금은 부당이득반환청구로 별도 회수 —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인 이상 이미 건넨 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전된 것이므로, 이를 수령한 무권대리인(또는 실제로 돈을 받은 자)을 상대로 반환을 구합니다. 손해배상청구와 부당이득반환청구는 함께 제기할 수 있습니다.

  • 내용증명으로 청구 의사와 선택권 행사를 명확히 — 이행과 손해배상 중 무엇을 선택하는지, 언제까지 응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행한다는 취지를 명시해 발송해 두면 이후 절차에서 청구의 시점과 범위를 다투는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무권대리인의 자력이 줄기 전에 움직여야 하는 이유

무권대리 매매계약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본인의 추인 거절 소식을 듣고 "계약이 무효니 방법이 없다"며 포기하는 것입니다. 표현대리 요건을 갖췄는지, 무권대리인에게 어떤 책임을 얼마나 물을 수 있는지는 계약 체결 당시의 구체적 정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서둘러 확인하지 않으면 정황 증거부터 흐려질 수 있습니다.

특히 무권대리인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재산 상태가 이후에도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표현대리 여부와 배상 범위를 확인하는 즉시 필요하다면 가압류 등 보전조치까지 함께 검토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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