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되면 흔히 이득액이 5억원, 50억원을 넘느냐가 형량을 가르는 결정적 쟁점이 됩니다. 그런데 검사가 주장하는 이득액이 애초에 구체적인 숫자로 확정될 수 없는 사안도 적지 않습니다. 연대보증이나 담보제공처럼 실제 손해가 훗날 채무자의 자력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 무형자산이나 지분의 가치평가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를 적용할 수 없고 형법상 배임죄로만 처벌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해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득액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기준이 무엇이고, 그 결과 형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특경법 배임죄의 구조 — 이득액이 형량을 가른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3조는 형법상 사기·공갈·횡령·배임죄(제355조, 제356조 포함)를 범한 사람이 그 범죄행위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도 있습니다. 형법상 단순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이득액이 5억원을 넘는지 여부 하나로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특경법 배임 사건에서는 임무위배 여부 못지않게 이득액이 실제 얼마인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그런데 이득액은 늘 명확한 숫자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담보로 잡힌 재산의 가치평가가 다투어지거나, 연대보증한 채무의 최종 손해가 주채무자의 향후 변제 여부에 달려 있는 경우처럼, 사건 당시 시점에서는 손해가 얼마나 될지 확정할 수 없는 사안이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나옵니다. 이런 사안에서 검사가 보증채무액이나 담보설정액 전부를 그대로 이득액으로 계산해 특경법으로 기소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 계산 방식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으면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업무상배임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그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 판결은 연대보증 사안에서 원심이 대출 원리금 상당액을 그대로 이득액으로 인정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주채무자가 보증 당시 채무를 변제할 자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면, 보증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이득액)가 대출금 전액과 같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법리의 근거는 죄형균형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입니다.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이라는 하나의 숫자를 기준으로 형량 구간을 나누는 가중처벌 규정이므로, 그 숫자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산정해 가중처벌하면 실제 죄책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되는 결과가 생깁니다. 반대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특정·입증하지 못했다고 해서 배임죄 자체가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상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얼마인지를 범죄 성립요건으로 삼지 않으므로, 임무위배행위와 손해발생이라는 요건만 충족되면 특경법 적용 없이도 형법 제355조 제2항 또는 제356조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배임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있어도 그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를 적용할 수 없다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의 핵심 법리다.
이득액 산정불능이 실제로 문제되는 유형들
이득액 산정불능 법리가 실무에서 적용되는 사안은 대체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문제된 재산상 이익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얼마인지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재판 시점까지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들 유형에 공통됩니다.
연대보증·담보제공형 배임 — 회사가 타인의 채무를 위해 연대보증하거나 회사 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경우. 실제 손해는 주채무자가 나중에 변제하는지에 달려 있어 보증·담보설정 시점에는 확정할 수 없다.
신용공여·자금대여형 배임 — 특수관계인 등에게 담보 없이 자금을 대여한 경우. 대여금 전액이 아니라 회수불능이 확정된 부분만 손해로 볼 수 있어 대여 시점에는 산정이 어렵다.
무형자산·지분 가치평가형 배임 — 비상장주식·영업권·지식재산권처럼 객관적 시가가 형성돼 있지 않은 자산을 저가에 처분·양도한 경우. 평가방법에 따라 가액이 크게 갈린다.
미실현 이익형 배임 — 장부상 평가이익에 그치고 아직 현금화·확정되지 않은 이익을 곧바로 이득액으로 계산한 경우.
검사가 편의상 계약서상 액면금액이나 담보설정액을 그대로 이득액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변호인 입장에서는 그 금액이 실제로 회사에 발생한 손해(=이득액)와 같다고 볼 근거가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위 유형에 해당하는 사안일수록 검사 측 산정 방식에 다툴 지점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은 이득액 산정 가능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나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인정되려면 단순히 피고인 측이 정확한 금액을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문제된 거래의 성격, 담보나 보증이 설정된 시점의 채무자 자력, 담보목적물의 환가가치, 사후에 실제 회수되거나 변제된 금액 등 객관적 자료를 종합적으로 심리합니다. 이 심리 결과 손해액이 확정적인 숫자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이득액 산정불능으로 보아 특경법 적용을 배제합니다.
반대로 담보물의 시가나 회수불능액이 감정평가·회계자료 등으로 명확히 뒷받침된다면, 법원은 그 자료를 근거로 이득액을 특정하고 특경법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즉 이득액 산정불능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지, 배임 사건이라고 해서 당연히 주어지는 방어수단이 아닙니다. 검사의 이득액 계산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거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내야 법원이 산정불능을 인정합니다.
이득액 산정불능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자력·담보가치·회수결과 등 객관적 자료로 손해가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다퉈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득액 산정불능이 인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인정되면 특경법 제3조 자체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득액 구간에 따른 가중처벌(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3년 이상 유기징역, 50억원 이상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서 벗어납니다. 대신 형법상 배임죄 조항이 적용되는데,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경우라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그 외의 경우라면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칩니다.
형량 구간뿐 아니라 벌금 병과 구조도 달라집니다.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추가로 병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이득액 자체가 산정되지 않으면 이 벌금 병과의 근거도 함께 사라집니다. 다만 배임죄가 아예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임무위배행위와 재산상 손해발생이라는 배임죄의 본질적 요건은 이득액과 무관하게 별도로 심리·판단되므로, 이득액 산정불능을 다투는 전략은 무죄를 구하는 방어가 아니라 가중처벌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수사·재판 단계에서 다투는 방법
실제 사건에서 이득액 산정불능을 다투려면, 검사가 제시한 이득액 산정 근거 자체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연대보증·담보제공 사안이라면 보증·담보설정 당시 주채무자의 재무상태, 신용등급, 다른 채권자와의 관계, 이후 실제 변제 내역 등을 확인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담보물 가치가 문제라면 감정평가서나 공시지가, 실거래가 자료 등으로 검사 측이 제시한 가액과 실제 가치 사이의 간극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재산상 손해가 현실적으로 확정된 것인지, 아니면 장래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위험에 불과한 것인지도 구분해서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임죄의 손해에는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지만, 위험에 그치는 단계에서 그 위험의 크기를 특정 금액으로 환산할 근거가 없다면 이 또한 이득액 산정불능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됩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런 자료를 준비해두면, 기소 단계에서 적용법조 자체가 특경법에서 형법상 배임죄로 조정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보증·담보 설정 당시 주채무자(또는 거래상대방)의 재무상태 자료.
담보목적물의 감정평가서·공시지가·실거래가 등 객관적 가치자료.
이후 실제 변제·회수 내역과 그 시점을 보여주는 자료.
검사 측이 제시한 이득액 산정 근거의 산출 방식과 전제.
주의할 점 — 산정불능이 곧 무혐의를 뜻하지 않는다
이득액 산정불능 법리를 근거로 특경법 적용을 배제받았다고 해서 형사책임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되더라도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집행유예 여부, 추징·몰수 여부가 별도로 다투어집니다. 또한 하나의 사건에서 여러 피해자나 여러 거래가 문제되는 경우, 그중 일부 거래는 이득액이 명확히 산정되고 나머지 일부만 산정불능에 해당할 수도 있어, 사건 전체가 아니라 개별 거래 단위로 산정 가능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울러 검사가 처음에는 특경법으로 기소했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이득액 산정불능이 인정되면 공소장이 형법상 배임죄로 변경되거나 예비적 죄명이 추가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처음부터 이득액 산정 근거를 다투는 준비를 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득액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일수록 수사 초기의 대응이 이후 형량을 좌우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인정되면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이득액 산정불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의 적용만 배제할 뿐입니다. 임무위배행위와 재산상 손해발생이라는 배임죄의 요건이 인정되면 형법 제355조 제2항 또는 제356조에 따라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중처벌 구간을 벗어나는 만큼 형량 자체는 크게 낮아집니다.
Q. 연대보증을 섰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죄 이득액이 보증금액 전부로 계산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보증 당시 주채무자에게 충분한 변제자력이 있었다면 보증금액 전부를 이득액으로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주채무자의 자력이 부족했다는 자료가 있으면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이득액이 5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계산되면 어떻게 되나요?
A.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 5억원 이상을 요건으로 하므로, 5억원 미만이면 특경법이 아닌 형법상 배임죄로만 처벌됩니다. 다만 이는 이득액이 확정된 경우의 이야기이고, 이득액 자체를 산정할 수 없는 경우와는 법리적 근거가 다릅니다. 두 쟁점은 구분해서 주장해야 혼선이 없습니다.
Q. 감정평가나 회계자료가 있으면 항상 이득액이 산정 가능한 것으로 보나요?
A. 그런 자료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산정 가능하다고 단정되지는 않습니다. 자료들 사이에 평가금액이 크게 엇갈리거나 평가 시점·전제가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여전히 이득액을 하나의 확정 숫자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할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자료의 존재가 아니라 그 자료가 손해액을 얼마나 확정적으로 뒷받침하는지가 관건입니다.
Q.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쟁점을 준비해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이득액 산정 근거가 되는 재무상태·감정자료·변제내역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초기부터 관련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재판 단계의 방어에 유리합니다. 늦게 준비할수록 반박 자료를 갖추기 어려워집니다.
Q. 특경법에서 형법상 배임죄로 바뀌면 재판 절차도 처음부터 다시 하나요?
A. 보통 공소장 변경 절차를 통해 적용법조가 조정되며, 별도의 새로운 재판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적용법조가 바뀌면 양형기준과 선고형량 구간이 달라지므로 변론 전략도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합니다. 절차가 이어지는 만큼 기존에 제출한 자료도 그대로 활용됩니다.
맺음말
특경법 배임 사건에서 이득액은 형량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지만, 모든 사건에서 이득액이 명확한 숫자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대보증·담보제공, 무형자산 가치평가, 미실현 이익처럼 손해의 크기 자체가 유동적인 사안이라면 이득액 산정불능을 근거로 특경법 적용을 배제할 여지가 있는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다만 이는 무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가중처벌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다루는 특경법 배임 사건에서도 이득액 산정 근거를 둘러싼 다툼은 자주 나타나는 만큼,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재무자료와 감정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대응하는 것이 형량을 낮추는 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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