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부동산에 전세나 월세로 들어갈 때 등기부등본에 신탁이라는 글자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임차인이 많습니다. 문제는 등기부에는 소유자로 등재된 수탁자만 나올 뿐, 그 부동산을 실제로 누가 임대할 권한이 있는지, 위탁자가 계약할 수 있는지는 등기부가 아니라 별도의 신탁원부에 적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공인중개사가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진행시키면, 임차인은 나중에야 자신이 대항력도 없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상대방조차 불분명한 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신탁부동산 중개에서 공인중개사가 어디까지 확인·설명할 의무가 있는지, 그 의무를 어겼을 때 실제로 어떤 사고가 벌어지는지, 그리고 피해를 본 임차인이 중개사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신탁부동산, 등기부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 것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면 소유권은 형식적으로 수탁자 명의로 이전되고, 원래 소유자였던 위탁자는 등기부상 소유자 지위를 잃습니다. 등기부등본 갑구를 보면 소유자란에 신탁회사 이름과 함께 "신탁"이라는 표시만 나올 뿐, 그 신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등기부 자체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신탁계약의 목적, 위탁자에게 임대 권한이 남아 있는지, 우선수익자가 누구이고 그 채권최고액이 얼마인지, 처분신탁인지 담보신탁인지 같은 핵심 정보는 모두 별도로 관리되는 신탁원부에만 기재되어 있습니다.
부동산등기법 제81조 제3항은 이 신탁원부를 "등기기록의 일부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신탁원부는 부수 서류가 아니라 등기의 일부이고, 등기소에서 별도로 발급받을 수 있는 공적 문서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등기부등본만 열람하고 신탁원부까지 발급받아 확인하는 절차를 건너뛰는 경우가 흔합니다. 등기부만 봐서는 "신탁이 되어 있구나"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임대차계약을 누구와 체결해야 유효한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 이 함정의 출발점입니다.
신탁의 종류도 확인해야 할 요소입니다. 담보 목적으로 소유권만 넘긴 담보신탁인지, 개발·매각을 전제로 한 처분신탁인지에 따라 임대차가 허용되는 범위와 우선수익자의 권리 순위가 달라집니다. 담보신탁이라면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이 우선수익자로 등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채권최고액이 신탁원부에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 금액이 보증금보다 크면, 훗날 공매가 진행되더라도 임차인은 우선수익자에게 밀려 배당을 거의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우선순위 관계 역시 등기부가 아니라 신탁원부를 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신탁부동산의 등기부는 "신탁되어 있다"는 사실만 보여줄 뿐, 임대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신탁원부를 따로 발급받아야 확인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 권한은 원칙적으로 누구에게 있나
신탁이 설정되면 신탁 목적 부동산에 대한 관리·처분 권한은 원칙적으로 수탁자에게 귀속됩니다. 임대차계약도 처분·관리 행위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는 위탁자가 아니라 수탁자가 임대인이 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2다93794 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임대인에게 그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밝히고 있는데, 이 법리는 신탁부동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실제 거래에서는 수탁자가 직접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로 나서는 경우보다, 신탁계약에서 위탁자에게 임대차 체결 권한을 미리 위임해 두고 위탁자 명의로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때 핵심은 그 위임 내용, 즉 위탁자가 어떤 범위에서 임대차를 체결할 수 있는지, 보증금 반환 채무는 누가 부담하는지가 신탁원부에 명시되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신탁원부에 이런 위임 근거가 없는데도 위탁자와 계약을 진행하면, 그 임대차 자체가 수탁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계약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탁자가 자금이 필요해 담보신탁으로 소유권을 넘겼지만, 신탁계약서에는 위탁자의 임대 권한에 관한 언급이 아예 없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위탁자가 독자적으로 세입자를 구해 계약을 체결하면, 그 계약은 애초에 권한 없는 자와 맺은 임대차가 됩니다. 세입자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갖췄더라도, 수탁자나 그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낙찰자에게는 그 임대차의 존재 자체를 주장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의 신탁원부 확인·설명의무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와 법령상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해 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그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부산고등법원 2020. 6. 24. 선고 2019나56060 판결은 이 조항을 신탁부동산에 적용해, 신탁관계가 설정된 부동산의 임대차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신탁관계에 관한 조사·확인을 거쳐 의뢰인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고 신탁관계 설정 사실 및 그 법적인 의미와 효과를 성실·정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등기부등본에 신탁이라는 표시만 확인시켜주고 "신탁이 되어 있지만 문제없다"는 식으로 구두 설명만 하는 것으로는 확인·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신탁원부를 실제로 발급받아 위탁자에게 임대 권한이 있는지, 수탁자의 사전 동의나 사후 승낙이 필요한지, 우선수익자의 채권이 보증금보다 앞서는지를 확인하고 그 내용을 의뢰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비로소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등기부에 적힌 "신탁" 표시를 보여주는 것과,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임대 권한과 우선수익자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의무다.
설명을 건너뛰었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사고
가장 흔한 사고는 중개사가 신탁원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위탁자와 계약을 진행시키는 경우입니다. 신탁원부에 위탁자의 임대 권한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임차인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도 수탁자에게 그 임대차를 주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후 위탁자가 대출 원리금을 연체해 신탁부동산이 공매로 넘어가면, 임차인은 낙찰자(수익자나 제3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하지 못한 채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상대방조차 애매해지는 상황에 놓입니다.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본소), 2019다300101(반소) 판결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약정하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었다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위탁자에게 있고 이 약정을 신탁원부에 기재해 두었으므로 임차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신탁원부에 이런 위임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위탁자와 계약한 임차인은 수탁자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없고, 자력이 부족한 위탁자만 상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개사가 이런 구조를 미리 설명했다면 임차인은 계약 자체를 재고하거나 수탁자의 별도 동의서를 요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설명 없이 계약이 진행되면, 임차인은 계약 체결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위험을 떠안은 채 계약서에 서명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가정을 해보면 이 문제가 왜 치명적인지 더 분명해집니다. 가령 보증금 2억원을 내고 들어간 임차인이 있는데, 신탁원부상 우선수익자인 금융기관의 채권최고액이 3억원으로 임차인보다 앞선 순위에 있다면, 공매 대금에서 우선수익자가 먼저 채권을 회수하고 남는 돈이 없어 임차인은 배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신탁원부상 임대 권한 위임 근거까지 없었다면, 임차인은 수탁자나 낙찰자를 상대로 대항력조차 주장할 수 없어 사실상 위탁자 개인의 자력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예외적으로 구제되는 경우 — 수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했다면
다만 수탁자의 동의 없이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임차인이 언제나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본소), 2018다44886(반소) 판결은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신탁이 종료되거나 신탁계약이 해지되어 위탁자가 다시 소유권을 회복한 경우에는, 그 임대차계약에 대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돌아온 이상, 그 시점부터는 위탁자가 적법한 임대인 지위를 갖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구제는 어디까지나 신탁 관계가 정리되어 위탁자가 실제로 소유권을 되찾았을 때 성립하는 예외입니다. 신탁이 계속 유지된 채 수탁자 동의도 없고 소유권 회복도 없는 상태에서 공매나 매각이 진행되면 이 예외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 당시 자신이 이런 예외적 구제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인지조차 알 수 없으므로, 애초에 신탁원부를 통해 권한 관계를 확인하고 계약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확인·설명의무 위반 중개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확인하지도, 그 내용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계약을 성사시켰고 그로 인해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해 보증금을 잃었다면, 이는 확인·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과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우선 계약 당시 중개사가 신탁원부를 제시했는지, 위탁자의 임대 권한이나 우선수익자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는지를 확인할 자료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신탁 관련 사항이 기재되어 있는지, 계약 과정의 문자메시지나 녹취가 남아 있는지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다만 임차인 스스로도 등기부의 신탁 표시를 보고도 별다른 확인 없이 계약을 진행한 사정이 있다면, 손해배상 액수 산정 시 임차인의 부주의가 과실상계 사유로 반영되어 배상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3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거나 공탁을 해두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중개사 개인의 자력만으로는 배상이 어려운 경우에도, 이 보증보험이나 공제를 통해 실제 배상을 받아낼 여지가 있으므로 청구 초기에 해당 중개사가 어느 공제에 가입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합니다.
공인중개사 배상책임보험(공제)이 가입되어 있는지 확인 — 중개사 개인 자력이 부족해도 공제로 배상받을 여지가 있음.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와 신탁원부 발급 여부를 먼저 확보.
손해액은 통상 반환받지 못한 보증금 상당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과실상계로 조정될 수 있음.
계약 전 임차인이 직접 확인해야 할 것들
중개사의 설명에만 기대지 않고 임차인 스스로 최소한의 확인을 해두면 사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신탁부동산은 등기부 열람만으로는 위험이 드러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계약 전 아래 사항을 직접 챙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등기부등본 갑구에서 "신탁" 표시를 확인했다면 등기소에서 신탁원부를 별도로 발급받아 임대 권한 위임 여부를 직접 확인.
계약 상대방이 위탁자라면, 신탁원부에 위탁자의 임대차 체결 권한이 명시되어 있는지 또는 수탁자의 사전 동의서가 있는지 확인.
우선수익자의 채권최고액과 보증금 액수를 비교해, 공매 시 배당받을 수 있는 순위인지 가늠.
계약서에 신탁 관계와 그 설명 내용을 받았다는 사실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명확히 기재해 둘 것.
자주 묻는 질문
Q. 등기부에 신탁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계약을 아예 하면 안 되나요?
A. 신탁 자체가 계약을 막는 사유는 아닙니다. 다만 위탁자와 계약하려면 신탁원부에 임대 권한 위임 근거가 있는지, 수탁자의 사전 동의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계약이 위험합니다.
Q. 중개사가 신탁원부를 보여주지 않고 구두로만 "문제없다"고 했다면 그것으로 설명의무를 다한 건가요?
A. 판례상 중개사는 신탁원부를 제시하고 그 법적 의미와 효과까지 성실·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신탁원부 발급 없이 구두 설명만으로 넘어갔다면 확인·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신탁부동산이 공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은 무조건 못 받나요?
A. 신탁원부에 위탁자의 임대 권한이 기재되어 수탁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대차라면 그 약정에 따라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여지가 남습니다. 다만 그런 기재가 없는 상태에서 위탁자와만 계약했다면 수탁자를 상대로 한 청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위탁자가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안전해지나요?
A. 판례는 위탁자가 수탁자 동의 없이 계약한 뒤 신탁이 종료되어 소유권을 회복한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는 소유권 회복이라는 사정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의 예외이지, 계약 당시부터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중개사에게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A. 계약 당시 신탁원부 제시 여부와 설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즉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와 계약 과정의 대화 기록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다만 임차인의 확인 부주의가 있었다면 배상 비율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맺음말
신탁부동산은 등기부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소유자로 등재된 수탁자와 실제 계약을 진행하는 위탁자가 다를 수 있고, 그 권한 관계는 등기부가 아니라 신탁원부에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공인중개사에게는 이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확인하고 그 내용을 성실히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건너뛴 채 성사된 계약에서 임차인이 대항력을 잃거나 보증금 반환 상대방을 특정하지 못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계약 전 신탁원부를 직접 발급받아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고, 이미 피해를 본 경우라면 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광교를 비롯한 신탁 방식 개발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특히 계약 전 권한 관계 확인이 중요한 만큼,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관련 서류부터 꼼꼼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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