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명의신탁 매도인 선의 여부, 수탁자 소유권과 부당이득 청구 | 매매/소유권 | 로톡
계약명의신탁 매도인 선의 여부, 수탁자 소유권과 부당이득 청구
법률가이드
매매/소유권 등

계약명의신탁 매도인 선의 여부, 수탁자 소유권과 부당이득 청구 

김상훈 변호사

가족이나 친한 지인에게 명의만 빌려 아파트나 상가를 사둔 뒤, 정작 그 사람이 등기부상 완전한 소유자처럼 행세하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는 바람에 낭패를 겪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 돈을 낸 사람과 등기 명의자가 다른 이런 구조를 계약명의신탁이라 하는데, 여기서 매도인이 애초에 이 사정을 몰랐는지(선의) 알았는지(악의)에 따라 법적 결론이 완전히 갈립니다. 특히 매도인이 몰랐던 경우라면, 명의신탁 약정 자체는 무효라도 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그대로 유효해 수탁자가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자가 되어버립니다. 실제 돈을 댄 사람은 부동산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수탁자에게 준 돈만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을 뿐이어서,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손에 쥐는 금액부터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계약명의신탁의 구조와 매도인 선의·악의가 가르는 갈림길

명의신탁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원래 소유자가 등기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옮겨두는 2자간 명의신탁, 신탁자가 매도인과 직접 계약을 맺고 등기만 제3자 명의로 하는 3자간(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그리고 매도인과의 계약 자체를 신탁자가 아니라 수탁자 명의로 체결하는 계약명의신탁이 그것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상황은 마지막 경우입니다 — 매매계약서에 매수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등기까지 마친 쪽이 실제 돈을 낸 신탁자가 아니라 명의만 빌려준 수탁자인 구조입니다.

세 유형을 구별하는 실익은 분명합니다. 2자간·3자간 명의신탁에서는 물권변동 자체가 무효가 되어 소유권이 원래 자리(2자간은 신탁자, 3자간은 매도인)에 남아 있을 여지가 있는 반면, 계약명의신탁에서는 매도인이 선의였다면 물권변동까지 유효하게 확정되어 수탁자가 완전한 소유자가 되어버립니다. 같은 "명의만 빌려준" 상황이라도 계약명의신탁이 신탁자에게 가장 불리한 구조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관건은 매도인이 계약 당시 이런 명의신탁 사정을 알았는지 여부입니다. 매도인이 몰랐다면(선의) 앞서 설명한 대로 수탁자가 소유권을 온전히 갖게 되고, 신탁자는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알고도 명의를 빌려주는 데 협조했다면(악의) 계약과 등기 모두 무효가 되어 소유권은 애초에 매도인에게 그대로 남고, 신탁자 역시 소유권을 얻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와 매도인 선의 시 수탁자의 완전한 소유권, 부당이득의 범위

계약명의신탁을 규율하는 근거 조문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4조입니다.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제2항은 그 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로 인한 물권변동도 원칙적으로 무효로 합니다. 그런데 제2항 단서가 핵심입니다 —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의 상대방 당사자, 즉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선의라면 이 단서가 그대로 적용되어, 명의신탁약정 자체는 무효이더라도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게 남습니다.

대법원도 이 결론을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은,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며 명의신탁자에 대하여는 다만 부당이득반환의무만을 부담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부당이득의 대상입니다. 같은 판결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 이루어진 계약명의신탁이라면 신탁자는 애초부터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명의신탁약정 무효로 신탁자가 입은 손해는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수탁자가 반환할 부당이득의 범위는 부동산이 아니라 그 매수자금 상당액(및 이에 대한 법정이자)에 그친다는 뜻입니다.

이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큰지는 숫자로 보면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어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매수자금 4억 원을 제공해 아파트를 매수했고, 그 사이 시세가 올라 현재 시가가 5억 5,000만 원이 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부동산 자체를 돌려받을 수 있다면 — 5억 5,000만 원 상당(시세 상승분까지 신탁자에게 귀속)

  • 매도인 선의로 확정된 계약명의신탁의 실제 결론 — 매수자금 4억 원(및 법정이자) 한도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만 인정

  • 차액 — 시세 상승분 1억 5,000만 원은 수탁자에게 그대로 귀속

명의만 빌려준 사람이 오히려 시세 상승의 이익을 온전히 가져가는 결과가 되는 셈이어서, 계약명의신탁 구조를 택할 때는 이 위험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매도인이 악의였던 경우와 비교하면 이 구별의 무게가 더 분명해집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에 응했다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이 그대로 적용되어 계약과 등기 모두 무효가 됩니다. 이때는 소유권이 애초에 매도인에게 그대로 남아 있고, 신탁자·수탁자 어느 쪽도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합니다. 신탁자로서는 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는 것은 선의의 경우와 마찬가지이지만, 부동산 자체를 둘러싼 분쟁의 구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 매도인을 상대로 계약금·중도금 반환이나 계약 무효를 원인으로 한 법률관계 정리가 별도로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제4조 제3항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나 물권변동의 무효는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합니다 — 수탁자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가 있다면, 그 제3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제3자의 권리 자체는 보호된다는 뜻입니다.

신탁자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수탁자가 내 돈으로 산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했으니 횡령이나 배임으로 고소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명의신탁 부동산을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한 행위에 대해 횡령죄·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확립해 왔습니다(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2자간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여야,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 성립하는데,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 관계는 법이 보호할 만한 위탁신임관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논리입니다.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는 이 법리가 더욱 분명하게 적용됩니다 — 수탁자가 처음부터 완전한 소유자이므로, 신탁자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이나 "타인의 사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탁자의 임의처분에 대해서는 형사 고소보다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사실상 유일한 실질적 구제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한편 계약명의신탁 자체는 신탁자에게 행정·형사 제재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어야 합니다. 부동산실명법 제5조는 명의신탁자에게 부동산가액의 100분의 3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7조는 명의신탁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국면과는 별개로 이런 제재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 10년이 적용되므로 당장 시효가 급박한 사안은 많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탁자의 자력이 나빠지거나 소재 파악이 어려워질 수 있어 빠르게 정리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매도인 선의·악의 확정부터 부당이득 청구, 필요하면 부동산 자체 이전 합의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매도인의 선의·악의부터 객관적으로 확정 — 계약 체결 경위, 계약서상 매수인 기재, 매도인의 진술이나 정황, 자금 흐름 등을 통해 매도인이 계약 당시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 판단이 이후 대응 전체의 방향을 가르므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 매수자금 제공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부터 확보 — 계좌이체 내역, 매매대금 지급 영수증, 신탁자·수탁자 사이의 약정서나 문자메시지, 등기부등본 등을 모읍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는 신탁자가 실제로 그 매수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신탁자 쪽이 입증해야 하므로, 자금 흐름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자료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 내용증명으로 반환 요구 시점을 명확히 — 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 액수와 반환 기한,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이행한다는 취지를 명시해 발송합니다. 협의로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소송 전 단계에서 요구 시점과 액수를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협의가 안 되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 청구 대상은 원칙적으로 제공한 매수자금 상당액과 그 법정이자이며, 소송이 진행되면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지연손해금이 가산됩니다. 수탁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소송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가압류부터 신청해 재산을 미리 묶어두어야 합니다.

  • 수탁자가 협조적이라면 부동산 자체를 돌려받는 별도 합의도 가능 — 부당이득반환의무의 이행에 갈음해 신탁자와 수탁자가 새로 합의하여 부동산 자체를 신탁자 앞으로 이전하기로 정하고 그에 따라 등기까지 마쳤다면, 그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수탁자와의 관계가 아직 회복 가능하다면, 소송보다 이런 별도 합의를 먼저 시도해볼 실익이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매도인의 선의·악의부터 서둘러 확인해야 하는 이유

계약명의신탁 분쟁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어차피 내 돈으로 산 건데 언젠가는 돌려받겠지"라며 아무 확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매도인이 선의였는지 악의였는지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대상과 범위가 완전히 달라지고, 수탁자의 자력이나 처분 여부에 따라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도 계속 바뀝니다.

명의만 빌려준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다면, 매도인의 선의·악의부터 먼저 점검하시고, 부당이득 청구와 증거 확보까지 염두에 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82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