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회사 이름이 들어간 기사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전화가 끊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되면 거래처는 계약을 재검토하겠다는 연락을 보내오고, 채용 중이던 인재는 입사를 망설이며, 투자자들의 문의도 날카로워집니다. 문제는 회사가 아무리 "그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해도, 원 기사가 이미 포털과 SNS를 통해 퍼진 뒤라 해명 글 하나로는 좀처럼 따라잡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 회사가 기댈 수 있는 절차가 바로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정정보도·반론보도·손해배상, 세 갈래 대응의 차이
언론 오보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을 때 검토할 수 있는 절차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정정보도청구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언론사가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아 다시 싣게 하는 절차이고, 반론보도청구는 보도 내용의 진위와 무관하게 회사 측 입장을 함께 실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여기에 이미 발생한 매출 감소·거래 중단·신용 하락 등 금전적 손해를 배상받는 손해배상청구가 더해집니다.
세 가지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닙니다.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는 동시에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은 이 둘과 별도로 또는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법인 역시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신용과 명예의 주체가 되므로, "법인이라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전제입니다. 실무에서 회사·정당·노동조합 등 법인격 없는 단체까지도 정정보도청구권의 주체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정정보도청구권에는 짧은 청구기간이 걸려 있어, 이 기간을 넘기면 가장 신속한 회복 수단 하나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대응 순서를 정하기 전에 언제까지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정정보도청구 요건·청구기간과 법인의 손해배상 법리
정정보도청구권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제14조에 근거합니다.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 (1) 문제된 보도가 의견표명이 아니라 사실적 주장을 내용으로 할 것, (2) 그 사실적 주장이 진실에 배치될 것, (3) 그로 인해 회사에 피해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청구에는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언론사가 "취재원을 믿었을 뿐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하더라도, 보도 내용이 객관적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 증명되면 정정보도 자체는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기간은 이중으로 제한됩니다. 해당 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 그리고 보도가 있은 날부터 6개월이 경과하면 그 전이라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둘 중 먼저 도래하는 시점이 기준이므로, 보도를 뒤늦게 인지했다는 사정만으로 6개월이 지난 뒤까지 청구권이 살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보를 인지한 즉시 날짜부터 기록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청구 방식도 법이 정해 두었습니다. 언론사등의 대표자에게 서면으로 청구해야 하고, 정정 대상 보도의 내용, 청구 이유, 원하는 정정보도문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제15조). 언론사는 청구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통지해야 하고, 수용한다면 청구받은 날부터 7일 내에 같은 채널·지면·장소에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정정보도를 방송하거나 게재해야 합니다. 원 기사가 실렸던 자리와 무관한 곳에 작게 실어주는 방식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다투기 어려운 경우에는 반론보도청구권(제16조)이 대안이 됩니다. 반론보도는 보도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 측 입장을 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어서 정정보도보다 요건 다툼이 단순합니다. 만약 오보가 임원의 형사 혐의를 다룬 것이었고 이후 무죄가 확정됐다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추후보도청구권(제17조)을 별도로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언론사가 청구를 거부하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18조). 이때 손해배상까지 함께 조정받으려면 원하는 배상 금액을 명시해 신청해야 합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법원에 정정보도청구등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제26조), 이 소송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병합해 함께 다툴 수 있으며 소송 도중에도 청구 형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는 언론중재법 제30조와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 법리입니다.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언론사가 정정보도 등 시정 조치를 취했는지, 취했다면 얼마나 신속했는지를 참작합니다 — 같은 오보라도 언론사가 즉시 정정에 응했는지, 끝까지 다투다 소송까지 갔는지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회사와 같은 법인도 사회적 신용과 명예의 주체가 되므로, 민법 제751조 제1항이 정한 재산 이외의 손해, 즉 수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사회통념상 금전평가가 가능한 무형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37710 판결). 법인의 목적사업 수행에 영향을 줄 정도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면 그 자체로 배상 대상이 되는 것이지, 대표이사 개인의 정신적 고통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 제조업체가 "핵심 부품 결함 은폐" 의혹 기사로 주요 거래처 세 곳으로부터 계약 재검토 통보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회사가 보도 다음 날 정정보도를 청구해 언론사가 7일 내 정정보도문을 원 기사와 같은 지면에 게재했다면, 이후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신속한 시정 조치가 배상액을 낮추는 요소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언론사가 청구를 거부하고 조정에서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소송까지 간 경우라면, 그런 참작 요소 없이 매출 감소분과 무형의 신용훼손 손해가 그대로 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조정·소송까지 단계별 대응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보도 즉시 증거부터 확보 — 기사 원문, 게재 일시, 조회수·공유 수, 방송이라면 방영 시각과 화면 캡처를 남겨야 합니다. 온라인 기사는 언론사가 조용히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어, 청구 전에 원본을 캡처·공증 등으로 고정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는 다툼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정정보도·반론보도를 함께, 서면으로 — 언론사 대표자 앞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하되, 정정 대상 문장을 특정하고 원하는 정정보도문 초안까지 함께 제시해야 협의가 빨라집니다. 안 날부터 3개월, 있은 날부터 6개월 기한을 넘기지 않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손해 자료를 수치로 정리 —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주장만으로는 손해배상액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보도 전후 매출 변동, 계약 해지·보류 통보 문서, 거래처의 문의·항의 이메일, 채용 지원자 감소 등 구체적 수치와 문서로 손해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거부되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 — 3일 내 수용 통지가 없거나 거부됐다면 조정을 신청하고, 손해배상까지 받으려면 신청서에 배상 희망 금액을 명시합니다. 조정 절차는 소송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정정보도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먼저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조정 불성립 시 정정보도청구등의 소 — 손해배상 청구를 병합해 함께 제기하고, 소송 진행 중에도 상황에 맞게 청구 형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악의적 허위·비방이라면 형사 고소도 병행 검토 — 보도가 단순 취재 오류를 넘어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실은 것이라면 형법 제309조의 출판물등에의한명예훼손 고소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어, 이 부분은 보도의 취재 경위와 의도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정정보도 청구기한부터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언론 오보로 회사 이미지가 흔들릴 때 가장 위험한 태도는 기사가 알아서 묻히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정정보도청구권은 보도를 안 날부터 3개월이라는 짧은 기한 안에서만 행사할 수 있어, 대응을 미루는 사이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회복 수단 하나가 먼저 사라집니다.
언론 오보로 피해를 입었다면, 보도를 인지한 날짜부터 먼저 확인하시고,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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