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를 받던 중 조사관이 특정 계좌 흐름이나 가지급금 내역을 캐묻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세금이 조금 더 나오는 정도로 끝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면서 회사 자금이 대표자나 특정 임원 개인 용도로 흘러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국세청은 그 금액을 과세 문제로만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고, 회사 내부의 감사·주주·새 경영진이 그 세무조사 자료를 근거로 업무상횡령 형사고발을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세무조사 대응만 준비하다가 어느 순간 형사사건 피고발인 신분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이유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세무조사에서 형사고발까지, 자금유용이 흘러가는 경로
세무조사는 원래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세금 신고가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매출누락, 가공경비 계상, 특수관계자와의 부당거래 등이 발견되고 그 자금의 최종 귀속처가 대표자나 임원 개인으로 확인되면, 국세청은 이를 단순한 세무조정 사안이 아니라 사외유출 문제로 다룹니다. 이 단계에서 세무조사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유출 규모가 크거나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되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어 검찰 고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회사 내부적으로 별도의 문제가 하나 더 생깁니다.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나 경정결정서에는 자금이 언제, 얼마나, 누구에게로 흘러갔는지가 비교적 상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새로 취임한 대표이사, 감사, 또는 지분을 가진 다른 주주 입장에서는 이 자료가 곧 회사 자금이 임의로 유용됐다는 증거로 읽힙니다. 조세 문제와 별개로, 회사가 그 임원을 상대로 업무상횡령 혐의로 형사고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문제는 두 절차가 서로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세무조사·과세 단계에서는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대표자 상여로 처분해 세금을 매길 수 있지만, 형사 절차에서는 그보다 훨씬 엄격하게 보관자 지위와 불법영득의사를 검사가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세무조사 단계에서 별다른 소명 없이 넘어갔던 자금 사용 내역이, 형사 단계에서는 고발의 핵심 증거로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인정상여 처분과 불법영득의사, 과세와 형사책임은 별개입니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세무상 처분과 형사책임이 법적으로 별개라는 점입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는 사외로 유출된 금액의 귀속이 불분명한 경우 이를 대표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상여(인정상여)로 처분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과세 편의를 위한 소득처분 규정으로, "귀속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세금은 매겨집니다. 반면 업무상횡령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보관 중인 타인의 재물을 횡령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여기서는 실제로 누가 얼마를 어떻게 가져갔는지, 그리고 그 사람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를 검사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세무조사에서 인정상여로 처분됐다는 사실 자체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려면 ①행위자가 업무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고 ②그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해야 하며 ③그 처분이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돼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대목이 바로 이 불법영득의사입니다.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인출했더라도, 이자·변제기 약정이나 이사회 결의 등 절차 없이 대표이사가 임의로 인출해 사적으로 썼다면 통상 횡령으로 판단됩니다. 반대로 그 자금이 계열사 운영자금으로 실제 투입됐거나, 대표이사가 개인 돈을 회사에 빌려주고 돌려받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가지급금 형태를 취한 경우처럼 회사의 이익을 위한 처분이었다는 점이 소명되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다수 있습니다. 세무조사에서 "가공경비"로 분류된 지출이라도, 실제로는 접대비·판촉비 등 세법상 요건을 못 갖췄을 뿐 업무 관련성 자체는 있었다는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형사 단계에서는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유출 금액이 크다면 형법 제356조가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횡령·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어 형법상 단순 업무상횡령(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보다 형량 구간 자체가 크게 올라갑니다. 세무조사에서 산정된 사외유출 총액과 형사고발에서 문제 삼는 이득액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여러 사업연도에 걸쳐 반복된 지출 중 실제로 사적 유용에 해당하는 부분만 따로 추려내는 작업이 이득액 구간, 나아가 적용 법조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시간 계산도 중요합니다. 업무상횡령죄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자금을 유용한 경우 마지막 유용 행위를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진행되므로, "몇 년 전 일이니 이제 괜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세무조사 결과가 회사에 통지된 시점과 실제 고발이 접수되는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생길 수 있는데, 그 사이 회사 측이 계좌 자료·전표·품의서 등을 정리해 고발장에 첨부하는 작업을 진행하므로, 통지를 받은 직후부터 자료를 정리해두지 않으면 형사 단계에서 반박 자료를 새로 찾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세무조사 소명 단계부터 형사 대응까지 다섯 단계
세무조사 중 자금유용 정황이 지적된 순간부터,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을 준비합니다.
세무조사 소명 단계에서 자금 사용처부터 정리 — 지적된 지출 항목마다 업무 관련성을 뒷받침할 자료(품의서, 이사회·주주총회 의사록, 거래처와의 계약서, 실제 집행 내역)를 모읍니다. 세무조사 단계에서 소명이 부족하면 인정상여로 확정되기 쉽고, 그 확정 결과가 형사고발의 출발점이 되므로 이 단계의 대응 밀도가 이후 형사 대응의 난이도를 좌우합니다.
과세전적부심사·불복 절차 병행 — 경정 통지 전이라면 과세전적부심사를, 이미 경정됐다면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 등 조세 불복 절차를 함께 검토합니다. 과세 처분이 취소되거나 금액이 줄어들면 그만큼 형사고발의 근거 자료도 함께 흔들리므로, 세무 불복과 형사 방어는 별개가 아니라 한 축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가지급금 정산·변제 계획 즉시 마련 — 아직 회수되지 않은 가지급금이 있다면, 변제 계획서를 작성하고 실제 상환을 시작한 이력을 남겨둡니다. 이자·변제기 약정 없이 방치된 가지급금은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이기 쉬운 반면, 정산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반대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발·수사 개시에 대비한 증거 보전 — 회사 내부 회계 시스템 접근권이 아직 있는 단계라면 관련 전표·품의서·이메일 등을 별도로 확보해 둡니다. 형사고발 이후에는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이 이어질 수 있는데, 이 시점에는 이미 자료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확보가 결정적입니다. 조사·수사 단계에서는 진술 하나하나가 이후 재판 증거로 남으므로, 출석 전 변호인과 진술 방향을 반드시 맞춰두어야 합니다.
이득액 산정 다투기 — 고발장이나 공소장에 기재된 사외유출 총액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중 업무 관련성이 소명되는 부분·이미 정산된 부분·이중 계상된 부분을 하나씩 걸러냅니다. 이득액 구간에 따라 형법상 단순 업무상횡령으로 남는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규모로 확대되는지가 갈리므로 이 작업의 실익이 큽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세무조사 초기 소명이 형사 리스크를 가릅니다
세무조사 중 자금유용 정황이 지적됐을 때 "세금만 더 내면 끝나겠지"라고 넘기면, 그 조사 결과가 그대로 형사고발의 근거 자료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과세와 형사책임은 요건도 다르고 절차도 다르지만, 세무조사 단계에서 확정된 사실관계가 형사 단계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대응의 밀도가 이후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세무조사 중 회사 자금 사용 내역을 지적받았거나 이미 업무상횡령 형사고발을 통보받으셨다면, 세무 불복과 형사 방어를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시점인지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