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등기 말소 후 대항력 — 위탁자와 맺은 임대차 효력은
신탁등기 말소 후 대항력 — 위탁자와 맺은 임대차 효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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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건축/부동산 일반

신탁등기 말소 후 대항력 — 위탁자와 맺은 임대차 효력은 

강대현 변호사

부동산이 신탁회사(수탁자) 명의로 신탁등기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원래 소유자였던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맺는 임차인이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나중입니다. 신탁이 끝나 신탁등기가 말소되고 소유권이 다시 위탁자에게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임차인이 "이제 등기부가 깨끗해졌으니 내 임대차도 정상적으로 보호받겠구나"라고 안심합니다. 그러나 신탁 기간 중 위탁자와 맺은 임대차는 애초에 대항력이 발생한 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말소 이후의 대항력은 그 이전으로 소급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요건을 갖춰야 '새로' 생기는 것이어서, 이 시점 차이를 모르면 보증금을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신탁등기 말소 전후로 임차인의 대항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언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신탁부동산에서 위탁자가 임대인이 될 수 없는 이유

부동산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신탁이 설정되고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그 부동산에 관한 대내외적 소유권과 관리·처분권은 전부 수탁자에게 넘어갑니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본소), 2018다44886(반소) 판결은 이 경우 주택을 임대할 수 있는 적법한 권한 역시 원칙적으로 수탁자에게 있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등기부상 소유자가 아닌 위탁자는 더 이상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위탁자가 여전히 실질적인 관리자처럼 행세하며 임차인과 계약을 맺는 일이 흔합니다. 신탁 사실을 등기부에서 확인하지 않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임대인이 원래 알던 소유자와 같은 사람이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 판결에 따르면 수탁자로부터 임대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 설정 이후 위탁자와 체결한 임대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쳤더라도 그 대항요건이 정작 소유자인 수탁자를 상대로는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탁이 설정되면 임대 권한도 소유권과 함께 수탁자에게 넘어간다 — 위탁자와 맺은 임대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의 출발점 자체가 없다.

예외 — 신탁원부에 위탁자 임대 특약이 기재된 경우

다만 모든 경우에 위탁자와의 임대차가 무력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본소), 2019다300101(반소) 판결은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정하고, 이러한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면 그 약정이 임차인을 포함한 제3자에게도 대항력을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신탁원부는 등기부의 일부로 취급되므로, 그 안에 위탁자의 임대 권한이 명시되어 있다면 위탁자와의 계약도 유효한 임대차로 인정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신탁원부에 그런 약정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는 수탁자가 아니라 위탁자에게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임대는 유효해도 보증금을 돌려줄 책임은 여전히 위탁자 개인에게 남아 있어, 수탁자를 상대로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계약 전 등기소나 인터넷등기소에서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임대 권한 관련 특약이 있는지, 있다면 보증금 반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탁등기 말소,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돌아오는 과정

신탁이 종료되면 신탁재산의 귀속 문제가 남습니다. 신탁법 제101조는 신탁이 종료된 경우 신탁재산은 신탁행위(신탁계약)에서 정한 귀속권리자에게 귀속하고, 별도로 정한 자가 없으면 수익자에게, 그마저 없으면 위탁자와 그 상속인에게 귀속한다고 규정합니다. 담보신탁 등 실무에서는 대출금 상환이 끝나는 등 신탁 목적이 달성되면 위탁자를 귀속권리자로 지정해 둔 경우가 많아, 신탁이 끝나면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신탁재산이 귀속권리자에게 현실적으로 이전될 때까지는 그 신탁이 여전히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신탁계약상 종료 사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탁자가 소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등기부상 수탁자 명의의 신탁등기가 말소되고 위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또는 신탁재산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제로 마쳐진 시점이 소유권 회복의 기준이 됩니다. 등기부를 직접 확인해 말소 여부와 소유권이전등기일을 정확히 짚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항력은 부활이 아니라 새로 발생한다

신탁등기가 말소되고 위탁자가 다시 등기부상 소유자가 되면, 이제 임대인과 소유자가 같은 사람이 됩니다. 여기서 흔히 하는 오해가 "신탁 기간 중 갖춰뒀던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그대로 살아나 처음 전입한 날짜로 대항력이 인정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신탁 기간 중에는 애초에 수탁자를 상대로 한 대항력이 발생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정확히 말하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 회복 이후 요건을 새로 갖춰 '발생'하는 것입니다.

발생 시점을 가르는 기준은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9306 판결이 제시한 법리입니다. 이 판결은 임대차 계약 당시에는 임대인이 소유자가 아니었다가 이후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하되, 주민등록(전입신고)만으로도 제3자가 그 점유를 임차권에 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소유권을 취득하는 '즉시' 대항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신탁등기 말소 사안에도 이 법리가 유추 적용될 수 있어, 임차인이 신탁 기간 내내 전입신고와 점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는 즉시 혹은 늦어도 그 다음 날 0시부터는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2023년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계속 거주해 오다가, 2026년에 신탁이 종료되어 위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임차인의 대항력은 최초 전입신고일인 2023년이 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2026년의 그 날 또는 다음 날 0시를 기준으로 발생합니다. 그 3년의 공백 동안 그 부동산에 다른 권리(수탁자 명의 담보권 등)가 설정되어 있었다면, 임차인은 그 권리보다 후순위가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계약서상 계약일이 오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선순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신탁 기간 중 갖춘 전입신고는 최초 시점으로 소급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 대항력은 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 발생한다.

확정일자와 우선변제권은 어느 시점 기준인가

대항력과 별개로 우선변제권도 짚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에 따른 우선변제권은 대항요건에 더해 확정일자까지 갖춰야 인정되는데, 신탁 기간 중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미리 받아두었다 하더라도 그 확정일자가 곧바로 순위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확정일자 자체는 유효하게 존재하지만, 그 확정일자가 실질적인 우선변제권으로 기능하려면 대항요건과 마찬가지로 임대인(위탁자)이 소유자 지위를 회복한 이후여야 합니다.

따라서 신탁등기 말소 이후 배당 순위를 다투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확정일자를 받은 날짜가 아니라 위탁자의 소유권 회복(신탁등기 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을 기준으로 순위가 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점 이후 그 부동산에 새로 근저당권이 설정되거나 가압류가 들어온 경우, 그 권리와 임차인의 우선변제권 사이의 선후 관계도 결국 소유권 회복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하게 됩니다. 확정일자를 일찍 받아뒀다는 사실만으로 순위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말소 전 설정된 담보권이 남아있다면 — 말소기준권리 문제

신탁이 끝나 등기부가 말소된다고 해서 그 부동산이 항상 깨끗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담보신탁의 경우 신탁 기간 중 수탁자가 우선수익자(대출은행 등)를 위해 신탁부동산에 별도의 담보를 설정해 둔 경우가 있고, 신탁 종료와 동시에 위탁자 앞으로 다시 근저당권이 설정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담보권이 신탁등기 말소보다 먼저 등기부에 남아 있거나 말소와 동시에 새로 설정된다면, 이 담보권이 새로운 말소기준권리가 되어 임차인의 대항력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임차인의 대항력 취득 시점(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한 시점 또는 그 다음 날)이 이러한 담보권의 설정일보다 앞선다면 선순위 임차인으로서 보증금을 온전히 지킬 여지가 남지만, 뒤진다면 그 부동산이 다시 경매에 넘어갈 경우 후순위로 밀려 배당액이 부족한 만큼 손해를 볼 위험이 있습니다. 신탁등기가 말소됐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말소 직후 등기부를 다시 발급받아 새로 설정된 권리가 있는지, 있다면 그 설정일이 언제인지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무에서는 신탁등기 말소와 위탁자 명의 소유권이전등기, 그리고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새 근저당권 설정이 같은 날 한꺼번에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부를 접수 순서(순위번호)까지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소유권이전등기와 근저당권 설정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 놓치기 쉽습니다. 같은 날 접수된 권리라도 순위번호로 선후가 갈리므로, 등기사항증명서의 갑구·을구를 함께 대조해 자신의 대항력 발생 시점과 새 담보권의 순위번호를 직접 비교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 신탁등기 말소와 동시에 위탁자 앞으로 근저당권이 새로 설정되는 경우가 실무상 드물지 않음.

  • 새 담보권의 설정일과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시점(소유권 회복일 또는 그 다음 날)을 반드시 비교할 것.

  • 담보권이 임차인보다 선순위라면 경매 시 임차권이 소멸하고 배당액이 사실상 전부가 될 수 있음.

임차인이 시점별로 확인해야 할 것들

신탁부동산에 얽힌 임대차는 계약 전, 신탁 존속 중, 말소 이후 세 단계로 나누어 각각 확인할 지점이 다릅니다. 계약 전이라면 등기부와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신탁 여부와 위탁자의 임대 권한 특약 유무부터 확인해야 하고, 이미 신탁 기간 중 위탁자와 계약을 맺어 거주하고 있다면 전입신고와 점유를 끊김 없이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말소 소식을 들었다면 그 즉시 등기부를 새로 발급받아 실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는지, 새로운 담보권이 붙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져야 합니다.

  • 계약 전 — 등기부와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신탁 여부, 위탁자 임대 권한 특약 유무를 확인.

  • 신탁 존속 중 —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점유)를 중단 없이 유지, 확정일자도 미리 받아둘 것.

  • 말소 확인 시 — 등기부를 재발급해 위탁자 명의 소유권이전등기일과 신규 담보권 설정 여부를 대조.

  • 분쟁 소지가 있다면 배당요구·명도소송 등 절차에 대비해 계약서·전입신고·점유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

자주 묻는 질문

Q. 신탁 기간 중 위탁자와 맺은 임대차는 무효인가요?

A. 계약 자체가 무효는 아닙니다. 위탁자와 임차인 사이의 채권적 임대차계약으로서는 유효하지만, 수탁자로부터 위임받은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계약을 근거로 수탁자나 신탁부동산의 새 소유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Q. 신탁원부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A. 등기소나 인터넷등기소에서 해당 부동산의 등기사항증명서를 발급받으면서 신탁원부 열람·발급을 함께 신청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탁원부에는 신탁의 목적, 수익자, 위탁자의 임대 권한 관련 특약 등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Q. 신탁등기 말소 소식을 듣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전입신고와 점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는 시점부터는 원칙적으로 대항력이 새로 발생합니다. 다만 그 사이 새로운 담보권이 설정되거나 부동산이 다시 처분될 위험이 있으므로, 등기부를 재확인하지 않고 방치하면 뒤늦게 불리한 상황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Q. 확정일자를 신탁 기간 중에 미리 받아두면 아무 의미가 없나요?

A.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확정일자 자체는 유효하게 존재하며, 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그 확정일자를 기초로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순위 산정의 기준 시점이 확정일자를 받은 날이 아니라 소유권 회복 시점에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Q. 신탁원부에 위탁자 임대 권한이 기재되어 있으면 보증금도 수탁자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신탁원부에 위탁자의 임대 권한이 기재되어 대항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판례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는 여전히 위탁자에게 있다고 보았습니다. 수탁자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맺음말

신탁부동산에서 위탁자와 맺은 임대차는 신탁 기간 중에는 원칙적으로 대항력의 출발점 자체가 없고, 신탁등기가 말소된다고 해서 그 이전 시점으로 소급해 보호받는 것도 아닙니다. 대항력은 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 발생하며, 그 순간까지 전입신고와 점유를 끊김 없이 유지하고 있었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신탁등기 말소 소식을 들었다면 안심하고 넘어가기보다, 등기부를 다시 발급받아 소유권이전등기일과 새로 설정된 권리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계약 단계에서부터 신탁원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이런 혼란 자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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