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찍혔다는데 부인할 수 있을까
CCTV에 찍혔다는데 부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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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찍혔다는데 부인할 수 있을까 

임승빈 변호사

 

임승빈 변호사입니다.

 

"거치대 CCTV에 다 찍혔다고 하는데 부인할 수 있을까요?" "영상이 있다면 이미 끝난 것 아닌가요?" 자전거 절도 CCTV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자전거 사건에서 영상이 실제로 쓰이는 자리는 많은 분들이 짐작하는 곳과 다릅니다. 영상은 "가져갔다"를 증명하기 위해서보다, "어디까지 갔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이 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전거 사건에서 CCTV의 승부처는 거치대 앞 몇 초가 아니라 그 이후의 이동 경로에 있습니다. 일반 자전거는 형법 제331조의2가 정한 자동차등 불법사용죄의 객체가 아니어서, 결론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의 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어디까지 갔고 마지막에 어디에 두었는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거치대 영상이 실제로 담는 것과 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전거 사건에서 경로 추적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경로가 이어질수록 반환 의사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영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영상에 찍혔으면 그냥 인정하는 수밖에 없나요?"

 

1. 거치대 영상이 담는 것과 담지 못하는 것

 

자전거 거치대를 비추는 카메라는 대체로 건물 출입구나 주차장을 위해 설치된 것이어서, 거치대 자체는 화면의 가장자리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끌어내는 장면은 담기더라도 그 앞뒤의 사정은 잘리는 일이 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영상이 원래 담을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점입니다. 카메라는 행동을 기록할 뿐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기록하지 못합니다. 자전거 사건의 쟁점이 불법영득의사라는 내심의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한계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 화각의 한계 — 거치대는 대체로 다른 목적으로 설치된 카메라의 가장자리에 걸리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앞뒤 사정이 잘려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의사는 찍히지 않습니다 — 영상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을 기록할 뿐이어서 돌려놓을 생각이 있었는지 자체를 직접 보여 주지는 못합니다
  • 착각의 정황도 담깁니다 — 주변을 둘러보거나 다른 자전거를 먼저 살피는 장면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착각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영상의 해석은 다툼 대상 — 같은 장면이라도 어떤 맥락 속에 놓느냐에 따라 읽히는 의미가 달라지므로 실제 내용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영상이 있다"는 말만 듣고 사건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릅니다. 실제로 무엇이 어떻게 찍혀 있는지는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고, 확인해 보면 예상과 다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 자전거 사건에서 영상은 경로를 위해 쓰인다

 

매장 절도 사건에서 영상은 대체로 "가져갔다"를 확인하는 데 쓰입니다. 그런데 자전거 사건은 다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간 사실 자체는 대체로 다투지 않고, 그 이후의 동선이 실제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 자전거는 형법 제331조의2의 객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일시 사용만을 처벌하는 조문이 없기 때문에 남는 것은 절도죄이고, 그 성립은 불법영득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영상을 이어 붙여 어디로 향했고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확인하려 합니다.

 

  • 다투는 지점이 다릅니다 — 매장 절도 사건과 달리 자전거 사건은 탄 사실보다 그 이후의 동선이 실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영상을 이어 붙입니다 — 거치대 한 대만이 아니라 이동 방향에 놓인 여러 카메라의 화면이 시간 순서대로 연결되어 하나의 경로로 검토됩니다
  • 멈춘 지점의 무게 — 최종적으로 자전거를 세워 둔 장소가 원래 자리인지 전혀 다른 곳인지가 반환 의사 판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 보관 기간의 문제 — 영상이 언제까지 남아 있는지는 설치 환경과 장비마다 크게 달라서 일반적인 기간으로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자전거 사건에서 영상은 유죄를 확정하는 도장이 아니라 반환 의사를 가늠하는 재료로 쓰입니다. 그렇다면 그 재료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 조문 원문은 형법 제331조의2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경로가 이어질수록 달라지는 판단

 

같은 영상이라도 경로가 어떻게 이어지느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은 크게 달라집니다. 짧은 구간을 돌아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궤적과, 한 방향으로 계속 멀어지는 궤적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경로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잠깐 탔을 뿐"이라는 설명은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이동 구간이 짧고 마지막 지점이 출발지 부근이라면, 그 궤적 자체가 반환 의사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 궤적의 모양 —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형태인지 한 방향으로 계속 멀어지는 형태인지에 따라 같은 거리라도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 중간에 멈춘 지점 — 어딘가에 한동안 세워 두었다가 다시 타고 이동한 흔적이 있다면 그 사정이 어떤 의미인지 별도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 시간의 경과 — 몇 분 만에 끝난 짧은 이동인지 하루를 넘긴 점유인지는 여러 영상에 남은 시각 정보를 통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 유리한 구간의 확보 — 되돌아온 장면이 담겼을 카메라가 주변에 있다면 그 영상이 사라지기 전에 존재 여부부터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하는 영상은 혐의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수집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본인에게 유리한 구간의 영상은 아무도 따로 찾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 영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영상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하나는 무조건 부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확인도 하기 전에 전부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전거 사건에서는 두 반응 모두 위험합니다.

 

무조건 부인하면, 이후 영상이 제시됐을 때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무너집니다. 반대로 전부 인정해 버리면, 다툴 여지가 있던 불법영득의사 부분까지 함께 정리되어 남는 것은 양형뿐인 국면으로 들어갑니다.

 

  • 무조건 부인의 대가 — 이후 영상이 제시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함께 흔들려 정작 필요한 다른 주장까지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집니다
  • 성급한 전부 인정 — 내용을 확인해 보기도 전에 모두 인정해 버리면 충분히 다툴 수 있었던 불법영득의사 부분까지 함께 정리됩니다
  • 기억부터 복원할 것 — 영상을 보기 전에 그날의 시간과 동선을 스스로 정리해 두어야 나중에 진술이 흔들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영상 확인의 순서 — 어떤 자료가 존재하고 그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를 확인한 뒤에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순서입니다

 

결과를 미리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으며, 그 영상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결국 핵심은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있습니다. 자전거 사건은 짧은 구간을 돌아 제자리에 돌려놓은 경우부터, 생활권을 벗어나 상당 거리를 이동한 경우, 나아가 다른 곳에 옮겨 두거나 처분한 경우까지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고, 영상에 남은 궤적이 어디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막연한 불안에 휩싸이거나 반대로 근거 없이 안심하기보다, 내 사건의 경로가 그 스펙트럼의 어디쯤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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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불리해 보이는 정황이 있어도, 어느 요건을 어떻게 다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영상이 있어도 남는 쟁점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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