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못 받게 되자 "그럼 이 집으로 대신 받겠다"며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먼저 "부동산으로 대신 갚겠다"고 제안해 소유권이 넘어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넘겨받은 부동산의 가치가 원래 빌려준 돈보다 훨씬 크다면, 채권자가 그 차액까지 그냥 가져도 되는 것인지, 채무자는 그 차액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는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집니다. 계약서에 "대물변제로 채무는 전부 소멸한다"고 적혀 있어도, 실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대물변제로 넘어온 부동산, 청산금 문제가 남는 이유
"대물변제"란 원래 갚기로 한 돈 대신 다른 재산을 넘겨줘서 채무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민법 제466조). 그런데 실무에서 벌어지는 분쟁 대부분은 이 대물변제가 처음부터 "돈을 못 갚으면 집을 넘긴다"는 형태로 미리 약속된 경우입니다. 이런 형태의 약정을 대물변제예약이라 하는데, 여기서 넘어가는 부동산의 가치가 원래 빌려준 원리금보다 크면, 법은 이를 순수한 대물변제로 보지 않고 사실상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취급합니다.
그 결과 채권자가 부동산을 넘겨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그 가치 전부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리금을 초과하는 부분, 즉 청산금은 원래 채무자의 몫으로 남아 있고 채권자는 이를 정산해 돌려줄 의무를 집니다. 문제는 채권자가 "대물변제로 이미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넘어왔으니 정산할 것이 없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상황은 보통 두 갈래로 나뉩니다.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전히 마쳐진 경우와, 가등기만 해둔 채 본등기는 아직인 경우입니다.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채무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과 그 시급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등기가 이미 넘어갔다면 청산금 자체를 청구하는 절차로, 가등기 단계라면 본등기를 저지하거나 원리금을 갚고 가등기를 말소시키는 절차로 접근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대물변제예약의 효력 제한과 청산금 통지·청산기간의 의미
이 분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대물변제예약 당시 목적물의 가액이 채무 원리금을 초과했는지입니다. 민법 제607조는 차용액 및 이에 붙인 이자의 합산액을 넘는 재산권 이전을 예약할 수 없다고 정하고, 제608조는 이를 위반한 당사자의 약정은 그 효력이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아무리 계약서에 "대물변제로 채무가 전부 소멸한다"고 써 두었더라도, 목적물 가액이 원리금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약정 자체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소유권 이전 자체가 통째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이런 경우 대물변제예약으로서는 무효이지만, 담보 목적의 양도담보(약한 의미의 양도담보) 설정 약정으로서는 유효하다고 봅니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51220 판결). 다만 이 판결은 소유권이전등기를 아직 마치지 않은 단계라면 담보권이 설정되기 이전이므로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등기담보법) 제3조의 담보권 실행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채권자는 그 약정을 근거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등기를 마쳤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국면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등기까지 마쳐 담보권이 설정된 단계라면 가등기담보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채권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려면 채권의 변제기가 지난 후 목적부동산의 평가액과 청산금액을 채무자에게 통지하고, 그 통지가 도달한 날부터 2개월의 청산기간이 지나야 합니다(가등기담보법 제3조). 청산기간이 지난 뒤에는 청산금을 채무자에게 지급함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 및 부동산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데, 청산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은 무효입니다(같은 법 제4조).
여기서 채권자가 흔히 쓰는 수법이 청산금을 실제보다 낮게 통지하거나 아예 "청산금이 없다"고 통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등기담보법 제9조는 채권자가 일단 통지한 청산금 평가액에 대해서는 스스로 다툴 수 없다고 구속력을 인정합니다 — 낮게 통지해 놓고 나중에 "사실은 더 낮았다"고 번복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구속력은 통지된 평가액 자체에 대한 것이고, 그 계산의 기초가 되는 채권액(원리금)까지 구속하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액이 얼마인지는 별도로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채무자 쪽에서 적극적으로 쓸 수 있는 방어수단도 있습니다. 가등기담보법 제11조는 채무자등이 청산금채권을 지급받을 때까지 이자·손해금을 포함한 채무액을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 말소청구권은 채무의 변제기가 지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하는 제척기간이 걸려 있고, 그 사이 선의의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했다면 더는 행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8다215947 판결 참고). 제척기간이 지나 채권자가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더라도, 가등기담보법 제4조에 따라 산정한 청산금을 지급할 의무 자체는 남습니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채무 원리금이 1억 원인 상태에서 시가 1억 8천만 원짜리 부동산을 대물변제 명목으로 넘겼다면, 그 차액인 8천만 원이 청산금으로 정산 대상이 됩니다. 채권자가 이를 무시하고 "대물변제로 다 끝났다"고 주장하며 별도 정산 없이 소유권을 넘겨받으려 한다면, 앞서 본 청산기간·통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상 그 소유권 취득 자체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목적물 가액 확인부터 청산금 청구·말소청구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고 대응합니다.
목적물 가액과 등기 단계부터 확인 — 등기부등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미 마쳐졌는지, 아니면 가등기 상태로 남아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계약 체결 당시 시세·감정평가 자료로 목적물 가액이 채무 원리금을 초과하는지를 계산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청산금 통지 여부와 내용 점검 — 채권자가 가등기담보법 제3조에 따른 통지를 했는지, 했다면 그 평가액과 청산금액이 얼마로 적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통지가 없었거나 청산기간(통지 도달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채권자의 소유권 취득 자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그 시점에 맞춰 대응 수위를 조정합니다.
청산금 청구 또는 원리금 변제 후 말소청구 — 이미 등기가 넘어가 소유권을 되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청산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으로, 아직 가등기 단계이거나 등기 말소가 가능한 시점이라면 채무 원리금(이자·손해금 포함)을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가등기담보법 제11조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구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다만 변제기로부터 10년이 지났거나 선의의 제3자가 이미 소유권을 취득했다면 말소청구는 어려우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산금 액수를 다투는 경우 감정평가로 대응 — 채권자가 통지한 평가액이 시세보다 낮다고 판단되면, 그 평가액 자체에 채권자가 구속되는 것과 별개로 채무액(원리금) 산정이 맞는지, 시가감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소송에서 다툽니다. 실거래가 자료·인근 매매사례·공인된 감정평가서를 확보해두면 청산금 액수를 다투는 절차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채권자 입장이라면 절차를 갖춰 확정적으로 취득 — 반대로 부동산을 넘겨받은 채권자 쪽이라면, 청산금평가액을 정확히 산정해 서면으로 통지하고 청산기간 2개월을 지킨 뒤 청산금을 실제로 지급해야 소유권을 다툼 없이 확정적으로 취득할 수 있습니다. 절차를 생략한 채 등기만 넘겨받으면 나중에 채무자가 제기하는 말소청구나 청산금 반환 주장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대물변제라는 이름에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
"대물변제로 넘어갔다"는 말만 듣고 지레 포기하거나, 반대로 "등기만 넘겨받으면 끝"이라고 안심하는 것 모두 위험합니다. 목적물 가액과 등기 단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면, 채무자는 10년의 제척기간이나 선의의 제3자 등장으로 말소청구권 자체를 잃을 수 있고, 채권자는 통지·청산기간 절차를 갖추지 못한 채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대물변제로 넘어온 부동산을 둘러싼 청산금 문제로 어느 쪽에 서 있든, 목적물 가액과 등기 단계부터 먼저 점검하시고 청산금 청구나 말소청구까지 염두에 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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