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뒤늦게 불거지는 문제 중 하나가 기존에 들어와 있는 임차인을 누가 내보내느냐는 것입니다. 매수인은 당연히 공실 상태로 넘겨받는 줄 알았는데 매도인은 계약서 어디에도 그런 약속은 없었다고 하고, 반대로 매도인은 명도까지 다 해주기로 했다고 믿었는데 매수인이 명도가 끝나지 않았다며 잔금 지급을 미루면서 다투는 경우도 흔합니다. 여기에 그 임차인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보호받는 세입자라면 문제는 한층 복잡해집니다 — 건물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 임차인을 곧바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명도책임이 매도인과 매수인 중 누구에게 있는지는 계약서에 어떤 문구가 들어 있는지, 그리고 임차인이 법적으로 어느 정도 보호받는 지위에 있는지라는 두 축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명도특약 유무와 임차인 대항력, 결론을 가르는 두 갈래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매도인에게는 재산권을 넘겨줄 의무가, 매수인에게는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각각 생깁니다(민법 제568조). 여기서 '넘겨준다'는 것이 단순히 소유권과 점유를 이전하는 것을 넘어, 기존 임차인까지 내보낸 완전한 공실 상태로 인도하는 것을 당연히 포함하는지가 이 분쟁의 출발점입니다.
원칙적으로 부동산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목적물을 계약 당시의 현황 그대로 넘기면 충분합니다. 임차인이 있는 상태 그대로 인도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채무불이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경우 매수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기존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당연승계합니다 — 매수인이 새로운 임대인이 되어 그 임차인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피하려는 매도인·매수인은 계약서에 별도의 명도 특약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잔금 지급일까지 매도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임차인을 내보내 공실 상태로 인도하기로 하는 조항입니다. 이런 특약이 있으면 명도는 매도인이 이행해야 할 계약상 채무가 되고, 특약이 없거나 애매하면 매수인이 새 임대인으로서 임차인 문제를 떠안는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여기에 임차인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췄는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결론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종전 계약 조건과 갱신요구권을 그대로 주장할 수 있어, 매수인이 "건물을 샀으니 나가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애초에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승계·특약·대항력이 만드는 세 갈래 책임구조
먼저 특약이 없는 경우의 원칙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매매목적물의 인도의무는 계약 당시의 현황대로 이전하면 족하다는 것이 원칙이므로, 매도인이 임차인을 내보내지 않은 채 그대로 인도했다고 해서 곧바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매수인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법률상 당연히 승계합니다 — 별도의 합의나 임차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법이 정한 당연승계입니다.
특약 문구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매대금이 임대수익이 있는 상태(수익형 물건)를 전제로 산정됐는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차 현황이 기재되어 매수인이 계약 당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계약서에 "현 시설 상태 인도" 같은 문구가 있는지 등입니다. 이런 사정이 확인되면 매수인이 임차인 있는 상태를 전제로 계약했다고 보아 매도인의 별도 명도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반대로 "공실 상태로 인도", "명도 완료 후 잔금 지급" 같은 문구가 명시돼 있으면 명도는 매도인의 명시적인 계약상 채무가 됩니다.
명도 특약을 매도인이 이행하지 못하면 이행지체(민법 제387조, 제544조) 또는 이행불능(제546조) 책임을 지고, 매수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한 뒤에도 이행이 없으면 계약을 해제하거나 계약을 유지한 채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390조). 매수인이 임차인의 존재를 계약 당시 전혀 몰랐고 그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라면, 제한물권 등 권리의 부담이 있는 경우의 매도인 담보책임을 정한 민법 제575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하자담보책임 문제로도 함께 검토됩니다 — 다만 이 경우에도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해제가 가능하고, 그 정도가 아니면 손해배상 청구에 그친다는 점은 다른 권리 하자와 같습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췄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상가건물 임차인은 건물의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을 마치면 그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해 대항력이 생깁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는 상태에서 건물이 매매되면, 매수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당연승계하므로 — 매매계약서에 "임차인은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어도 그 임차인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도 걸림돌이 됩니다. 임차인은 최초 임대차 계약일로부터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이 기간은 건물주가 매매·상속 등으로 바뀌어도 새로 시작되지 않고 최초 계약일 기준으로 누적됩니다.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이르도록 연체했거나, 임대인 동의 없이 무단으로 전대했거나, 건물 철거·재건축 계획을 미리 고지하고 그 계획대로 진행하는 경우 등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매수인이 "건물을 샀으니 나가 달라"고 요구해도 갱신거절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설령 갱신거절이 정당해 명도가 가능한 경우라도,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것까지 방해하면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명도 자체는 가능해졌더라도 권리금 문제로 다시 분쟁이 이어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매매대금 10억 원인 상가를 계약하면서 "잔금 지급일까지 매도인 책임으로 임차인을 명도해 공실로 인도한다"는 특약을 넣었는데, 매도인이 임차인과의 협의가 늦어져 명도가 2개월 지연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인근 시세상 해당 상가의 월 임대료 상당액이 300만 원이라면, 매수인은 그 지연 기간 동안 사용·수익하지 못한 손해로 다음과 같은 금액을 두고 다툴 수 있습니다.
명도 지연 2개월분 임대료 상당 손해 — 약 600만 원
매수인이 명도 지연을 이유로 잔금 지급까지 함께 미룬 경우 — 특약에 동시이행 관계가 명시돼 있는지에 따라 매수인의 지연이자 책임 여부가 갈림
명도 지연이 장기화돼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 계약해제 및 기지급 대금 반환·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계약 전 확인부터 강제집행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매도인·매수인 각자의 입장에서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계약 체결 전 임차 현황부터 확인 — 등기부등본과 별도로 관할 세무서에서 임대차현황서(확정일자 부여현황)를 열람해 임차인의 대항요건 구비 시점과 보증금·차임, 계약갱신요구권 잔여기간을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현장의 실제 점유자가 계약서상 임차인과 일치하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명도 특약을 넣는다면 문구를 구체적으로 — "매도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이행 기한, 미이행 시 위약금·해제권까지 명시해야 나중에 해석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명도와 잔금 지급을 동시이행 관계로 걸어 둘지도 이 단계에서 정해야 합니다.
매도인이 명도의무를 지는 경우 — 임차인과 이사비·권리금 상당 보상을 제시하며 원만한 합의를 먼저 시도하고, 결렬되면 임대차 종료 사유(기간 만료 또는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를 확정한 뒤 내용증명으로 인도를 최고합니다. 이후에도 응하지 않으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먼저 신청해 두고 건물인도청구소송(명도소송)으로 진행합니다.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 — 잔금 지급 후 임차인에게 임대인 변경과 보증금 입금계좌를 통지하고, 갱신요구권 잔여기간을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갱신을 거절할 사정이 있다면 기간 만료 전 6개월부터 1개월 사이에 통지해야 하며, 이 기간을 넘기면 자동으로 갱신됩니다.
판결 확정 후에도 나가지 않으면 강제집행 — 명도소송에서 승소해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임차인이 임의로 비워주지 않으면 집행관을 통한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으로 넘어갑니다. 명도가 최종 완료되기까지의 지연 기간에 대해서는 앞서 본 임대료 상당 손해를 별도로 정산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계약서 문구부터 다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
명도책임이 매도인과 매수인 중 누구에게 있는지는 계약서의 특약 문구, 그리고 임차인의 대항력과 갱신요구권 잔여기간이라는 두 축으로 갈립니다. 어느 쪽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알아서 정리되겠지"라며 시간을 흘려보내면, 명도가 가능한 사안도 갱신거절 시기를 놓쳐 불가능해지거나, 받을 수 있었던 지연손해금조차 청구 근거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상가 매매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계약을 마친 뒤 명도를 둘러싼 다툼이 시작됐다면, 계약서의 명도 관련 문구와 임차인의 대항력·갱신요구권 현황부터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