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친구와 장난쳤는데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을까요?
"아이들끼리 장난이었는데 학교폭력 신고를 당했습니다."
학교폭력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친구를 장난으로 밀쳤는데 상대 학생이 넘어졌습니다.
단체 채팅방에서 말다툼을 했습니다.
친구들끼리 서로 장난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런 일도 모두 학교폭력이 될까요?
많은 부모님들은 "학교폭력으로 신고됐으니 학교폭력이 맞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신고를 당한 학생과 부모님은 "이 정도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나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학교폭력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폭력 여부는 신고 자체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사건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합니다.
실제 사건을 수행하며 다시 생각하게 된 질문
최근 저희 사무실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맡으면서 이 문제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사건 기록과 여러 학생들의 진술을 검토해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 역시 당시 상황을 위협적이거나 강압적인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사건 이후에도 학생들은 함께 학교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상대방 보호자의 문제 제기로 학교폭력 절차가 시작되었고, 결국 학폭위를 넘어 법원의 판단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사건의 결론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또한 모든 학교폭력 신고가 과도하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집단폭행이나 지속적인 괴롭힘처럼 반드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하는 학교폭력은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이 사건을 수행하면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을 과연 같은 기준으로 학교폭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
최근 법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은 2024. 8. 22. 선고 2024구합62418 판결에서 의미 있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모든 신체접촉이나 갈등을 발생 경위와 평소 관계, 당시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 학교폭력으로 판단하면,
"처벌이나 선도가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양산될 수 있고, 오히려 학교폭력예방법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고 판시했습니다.
저 역시 이 판결의 취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학교폭력을 가볍게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학생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갈등까지 모두 법적 분쟁으로 확대하는 것이 과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폭력은 '신고'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변호사님, 이 정도도 학교폭력인가요?"
이 질문에 단순히 "맞습니다" 또는 "아닙니다"라고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평소 학생들의 관계는 어땠는지
단순한 장난이었는지, 반복적인 괴롭힘이었는지
피해학생이 실제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사건 이후 관계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은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건 전체의 맥락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도 '교육'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많은 분들은 학교폭력예방법을 처벌을 위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은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 보호뿐 아니라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 그리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학교폭력 조치는 단순한 제재가 아니라 학생에게 적절한 훈육과 선도를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교육적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3. 2. 23. 선고 2019헌바93 결정).
또한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이라는 균형 있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7헌바140 결정).
변호사의 한마디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고가 되었는가"가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사건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학교폭력 사건은 초기 진술과 자료 준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신고를 당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도, 반대로 가볍게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하고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 편 예고
소년사건 Legal Notes #2
「학교폭력예방법은 왜 만들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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