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세금계산서 상담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항변이 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사업하는 회사다. 세금계산서만 사고파는 자료상이 아니다. 그러니 해당 없지 않으냐"는 것입니다.
'허위세금계산서'라고 하면 아무 실체 없이 계산서만 끊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자료상을 떠올리기 쉬우니, 이해가 가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답은 단호합니다. 자료상만 처벌되는 게 아닙니다. 멀쩡히 사업하는 기업이라도, 그 계산서에 적힌 거래가 실제로 없었다면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이상협 변호사의 이력
[학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 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경력]
(전) 법무법인(유) 광장 - 3대 로펌
(전) 법무법인(유) 지평
(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전) 경찰대학 교무과 경위
왜 이 죄가 무서운가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 : 재화·용역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하거나(제1호),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거짓 기재해 제출하면(제3호) 3년 이하 징역 또는 세액의 3배 이하 벌금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8조의2 제1항 : 영리 목적으로 위 죄를 범하고 공급가액 합계 50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 유기징역(제1호), 30억 이상 50억 미만이면 1년 이상 유기징역(제2호) + 부가가치세액의 2~5배 벌금 병과
특가법은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성립을 기본 구성요건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제10조 제3항이 되느냐"가 전부이고, 공급가액이 누적 50억을 넘는 순간 형량이 급격히 뜁니다.
'실물거래가 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
대법원이 이번에 분명히 했습니다.
당사자 사이의 구속력 있는 합의 또는 법률상의 원인에 기초하여,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재화나 용역의 공급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뜻합니다.
두 가지가 다 있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계약서만으로는 부족하고,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이 조항의 취지가 실물거래 없는 계산서 수수를 막아 세금계산서 수수질서를 정상화하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일치'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현실의 거래는 계산서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다 허위일까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공급가액·품목·단가·수량이 실제 거래와 완전히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아래 사정들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그 계산서가 실제 거래를 '유효하게 표상'한다고 볼 정도에는 이르러야 합니다.
거래가 이루어진 경위
거래일자와 계산서 작성일자의 선후관계
전후 계산서의 발급관계
실재 거래와 기재 내용의 동일·유사 정도
방어의 관점에서 읽으면 이렇습니다. 사소한 불일치는 다툴 여지가 있지만, 거래의 실질 자체가 없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 사건은 이랬습니다
한 회사의 최대주주 겸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이런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회사 소속 근로자들에게서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 마치 회사와 독립한 개인사업체인 것처럼 위탁판매점을 열고, 그 명의로 명목상 위탁판매계약서를 쓴 뒤, 근로자들이 회사에 위탁판매 용역을 공급했다는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그 금액을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에 넣어 제출한 것입니다.
대법원의 논리는 명료했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근로자들은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가 아니라 납세의무도 세금계산서 발급의무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한 일은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 제공일 뿐입니다.
그 근로 제공은 계산서에 적힌 '위탁판매 용역 공급'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료상이 아니어도 제10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고, 합계표는 제3호에 해당합니다.
결국 상고 기각, 유죄가 유지됐습니다(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도13674 판결). 명의만 빌려 개인사업체의 외관을 씌운다고 없던 용역 거래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전 — 공소장변경이 부메랑이 됐습니다
같은 판결에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판단도 나왔습니다.
공소장변경으로 공소사실이 바뀌어 법정형에 차이가 생기면, 변경된 공소사실의 법정형이 공소시효의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기소 당시 기준으로는 시효가 남아 있었어도, 변경 후 기준으로 이미 완성됐다면 면소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특가법(조세)로 기소했다가, 항소심에서 포탈세액을 감액하며 적용법조를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런데 종합소득세 같은 신고·납부방식 조세의 포탈은 신고·납부기한이 지난 때 기수가 되고, 2015. 12. 29. 개정 전에 범한 그 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었습니다(현행은 7년). 기수 시점에서 5년이 지난 뒤 기소된 터라, 면소했어야 하는데 원심이 유죄를 선고해 파기·환송됐습니다.
공소장변경은 검사의 무기이지만, 동시에 공소시효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파기환송 = 전부 무죄가 아닙니다. 허위세금계산서 부분은 유죄로 유지됐습니다. 파기된 건 시효가 완성된 일부 포탈 부분이고, 경합범이라 하나의 형이 선고된 탓에 전부 파기된 것뿐입니다.
면소는 무죄와 다릅니다. 실체 판단 없이 절차를 종결하는 것이지 "죄가 없다"는 확인이 아닙니다.
현행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이 사건에 5년이 적용된 건 2015년 개정 전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명의대여가 곧 허위세금계산서는 아닙니다. 실제로 독립된 사업 실체를 갖추고 용역을 공급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료상이 아니면 안 되나요? 됩니다. 행위주체는 자료상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실체 있는 기업도 그 거래가 실재하지 않으면 성립합니다.
Q. 계산서 내용이 조금 다르면 다 허위인가요? 아닙니다. 완전 일치는 필요 없고, 실제 거래를 유효하게 표상하는 정도면 됩니다.
Q. 직원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내고 계산서를 받으면요? 그 직원이 독립 사업자로서 용역을 공급한 게 아니라 근로만 제공했다면, 실물거래 없는 계산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처벌은 어느 정도인가요? 3년 이하 징역 또는 세액 3배 이하 벌금이고, 영리 목적 + 공급가액 50억 이상이면 3년 이상 유기징역에 벌금이 병과됩니다.
Q. 공소장변경되면 공소시효는요? 변경된 공소사실의 법정형이 기준입니다. 그 기준으로 완성됐다면 면소해야 합니다.
정리하며
이 판결은 두 가지를 알려줍니다. 실체 판단에서는 형식(계약서·명의·사업자등록)이 아니라 실질(과세대상 재화·용역이 실제로 공급됐는가)이 전부이고, 자료상이 아니라는 항변은 통하지 않습니다. 절차에서는 공소장변경으로 법정형이 달라지면 공소시효를 다시 계산해야 하고, 완성됐다면 실체 판단 없이 면소해야 합니다.
교훈은 이렇습니다. 실질을 만들지 못하면 형식으로 버틸 수 없지만, 절차의 문턱은 끝까지 점검해야 합니다.
제가 계약서·거래명세·자금흐름·세금계산서를 시간순으로 대조해 대응 순서를 잡아 드리겠습니다. 세무조사나 조세 관련 수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로톡 상담 요청 또는 아래 연락처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 관련 법령·대법원 판례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등장인물·법인은 익명 처리하였고 사실관계는 추상화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행위 시의 법률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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