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떼면 업무방해일까, 손괴일까?
현수막 떼면 업무방해일까, 손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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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떼면 업무방해일까, 손괴일까? 

이상협 변호사

재개발 추진위와 반대 단체, 입주자대표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 조합 내부 파벌 — 이해가 갈리는 곳엔 늘 현수막이 걸리고, 상대편은 그걸 떼어냅니다. 그러면 곧바로 고소장이 날아옵니다. "우리 단체 입장을 알리는 홍보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죠.

실무에서 업무방해죄는 이런 갈등 국면에서 상당히 넓게 쓰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여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현수막 거는 게 과연 형법이 보호하는 '업무'냐"를 정면으로 물은 것입니다.

이상협 변호사의 이력

[학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 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경력]

(전) 법무법인(유) 광장 - 3대 로펌

(전) 법무법인(유) 지평

(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전) 경찰대학 교무과 경위


두 죄는 별개입니다

  • 업무방해(형법 제314조 제1항) :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 벌금

  • 재물손괴(형법 제366조) :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

이 구분이 결론을 갈랐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업무방해는 안 되지만 손괴는 됩니다.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대법원이 확립한 정의는 이렇습니다.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업무'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입니다.

방점은 '계속적으로 종사하는'에 있습니다. 한 번 하고 마는 일, 지위와 무관한 일회성 행위는 업무가 아닙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단순한 의사표현으로서, 일회적·일시적으로 현수막을 걸어 사실이나 의견을 알리는 것은 업무방해죄의 '업무'가 아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한 번 거는 현수막이라도, 계속성 있는 본래 업무의 일환이거나 본래 업무와 밀접불가분한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업무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가게가 영업을 위해 홍보 현수막을 거는 것은 본래 업무와 직결됩니다. 반면 상대를 겨냥한 일회성 반대 의사 표시는 성격이 다르죠.

구별 기준은 이렇습니다. 본래 업무의 종류·성격, 설치 시기와 장소, 경위와 목적, 기재 내용과 방해된 업무의 관련성을 종합해서 봅니다.


"반대 의견을 막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가장 무게 있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업무를 통한 사람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다시 짚었습니다.

그렇다면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단순히 의견을 개진하거나 상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것을 방해한 행위는 그 보호법익과 결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갈등 국면에서 업무방해죄가 상대를 압박하는 카드로 남용되는 것을 경계한 판시입니다.

덧붙여, "나에겐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주장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그 자유는 추상적·관념적 권리일 뿐, 그 자체가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구체적·계속적 사회활동으로서의 사무는 아니다라고요.


실제 사건은 이랬습니다

재개발 사업 방식을 두고 추진위와 지주 단체가 대립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지주 단체장은 추진위의 주민총회 당일, "총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내용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는 사실과 함께, 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총회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였습니다. 추진위원장은 이를 발견하고 과도로 끈을 잘라 떼어냈습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현수막 내용이 그 단체의 구성·운영·활동·사업 추진계획을 알리는 것이 아니었고, 총회 일정에 맞춘 일회적 설치에 불과했으며, 결국 상대의 총회 개최를 저지하려는 의도의 일회성 의사표시였다는 것입니다. 회장으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도, 본래 업무와 밀접불가분한 사무도 아니라고 보아 파기·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도1665 판결).


그런데, 손괴는 유죄로 남았습니다

여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업무방해는 파기됐지만 재물손괴는 유죄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피고인은 정당방위·정당행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현수막을 뜯는 건 업무방해가 아닐 수 있어도, 재물손괴는 된다."

현수막은 타인의 재물이고, 끈을 잘라 버리면 효용을 해한 것입니다. "내용이 부당해서 떼어냈다"는 사정은 원칙적으로 위법성을 없애주지 못합니다. 자력구제는 법이 아주 좁게만 허용하니까요.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 이 판결은 파기·환송이지 무죄 확정이 아닙니다. 손괴는 유죄라 처벌을 면한 것도 아닙니다.

  • 모든 현수막이 '업무'에서 빠지는 것도 아닙니다. 영업 홍보 현수막처럼 본래 업무와 밀접한 것이면 보호받습니다.

  • 내용이 허위이거나 명예훼손적이어도 스스로 뜯는 건 답이 아닙니다. 명예훼손 고소, 게시금지 가처분, 행정기관 신고 같은 합법적 절차로 가셔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 현수막을 떼면 업무방해인가요? 그 설치가 계속적 사무이거나 본래 업무와 밀접불가분한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일회적 반대 의사 표시라면 업무로 보기 어렵습니다.

Q. 그럼 떼도 되나요? 아닙니다. 재물손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손괴는 유죄로 유지됐습니다.

Q. 내용이 명예훼손이면 떼도 되나요? 정당방위·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고소나 가처분 등 절차로 대응하셔야 합니다.

Q. 가게 홍보 현수막을 떼면요? 영업이라는 본래 업무와 직결되므로 업무방해가 성립할 여지가 큽니다. 이 사안과는 다릅니다.

Q. 고소하는 입장에선 뭘 봐야 하나요? 업무방해로만 가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재물손괴 등 실제로 성립하는 죄명을 정확히 구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리하며

이 판결의 의미는 업무방해죄의 외연을 명확히 했다는 데 있습니다. 업무방해죄가 지키는 건 업무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활동이지, 대립 관계에서 오가는 의견 표명 자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현수막은 뜯어도 된다"로 읽으시면 곤란합니다. 손괴는 그대로 유죄였으니까요. 결국 교훈은 둘입니다. 고소당했다면 '업무' 해당성부터 다투되, 애초에 뜯지 말 것. 부당한 현수막엔 법이 마련한 절차로 가는 게 유일하게 안전합니다.

제가 현수막·게시물의 내용과 설치 경위, 총회 일정, 대립 구조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대응 순서를 잡아 드리겠습니다. 조합·단체 갈등으로 고소를 당하셨거나 고소를 고민 중이시라면, 로톡 상담 요청 또는 로톡 기재 연락처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 관련 법령·대법원 판례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등장인물·단체·지역은 익명 처리하였고 사실관계는 추상화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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