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전달책 사건에서 사실상 모든 게 걸린 지점이 있습니다. 공동정범이냐, 방조냐.
이유는 간단합니다. 형법 제32조 제2항은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합니다. 필요적 감경이죠. 방조로 인정되면 반드시 깎이지만, 공동정범이면 정범의 형이 그대로 갑니다. 같은 사실관계인데 결과가 확 달라집니다.
그래서 1심에서 힘겹게 '방조' 판단을 받아냈는데 항소심에서 '공동정범'으로 뒤집힌다면 치명적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바로 그 상황을 다뤘는데, 주목한 건 공모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항소심이 그 판단을 할 수 있었느냐였습니다.
이상협 변호사의 이력
[학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 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경력]
(전) 법무법인(유) 광장 - 3대 로펌
(전) 법무법인(유) 지평
(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전) 경찰대학 교무과 경위
(현) 법률사무소 신임 대표변호사
(현) 경찰청 소송대리인
(현)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법률지원 전문변호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처벌 수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 제1항 : 전기통신금융사기 목적으로 타인에게 정보·명령을 입력하게 하는 행위 등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상습범은 2분의 1 가중)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은닉·가장) :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 제4조(수수) :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이심'과 '심판대상'은 다릅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합니다. "검사가 판결 전부에 항소했으니 항소심이 전부 다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형식적으로는 그 죄 전부가 항소심으로 옮겨(이심) 갑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옮겨간 것과 실제로 심판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검사가 항소이유서에서 양형부당만 주장하고, 무죄로 판단된 공동정범 부분은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면, 이심되었더라도 그 무죄 부분은 사실상 심판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에 포함된 사유에 관하여 심판하여야 한다." 항소이유서에 없는 건 원칙적으로 다룰 대상이 아닙니다.
직권으로도 안 됩니다
그럼 직권 통로는 없을까요? 두 갈래가 있긴 합니다.
제361조의4 제1항 단서 — 항소이유서를 안 내도 직권조사사유가 있으면 기각하지 않음
제364조 제2항 —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는 항소이유서에 없어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음
대법원은 두 통로를 모두 닫았습니다. 그 무죄 부분에 관한 1심의 위법은 직권조사사유도, 직권심판 대상도 아니다라고요.
그러므로 항소심이 직권으로 그 무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처벌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실질적입니다. 피고인은 검사의 항소이유서를 보고 무엇을 방어할지 정합니다. 검사가 "형이 가볍다"고만 다퉜다면 양형 방어를 준비하죠. 그런데 항소심이 갑자기 "사실은 공동정범"이라고 직권으로 판단해 버리면, 다툴 기회조차 없이 훨씬 무거운 죄로 처벌받습니다. 불의의 타격입니다.
실제 사건은 이랬습니다
검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을 각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습니다.
1심은 범죄수익은닉 부분은 유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은 공동정범은 아니고 방조범으로 유죄 → 공동정범 부분은 이유무죄.
피고인들은 방조 부분도 무죄라며 항소했고, 검사는 양형부당만 주장하며 무죄 부분은 항소이유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직권으로 암묵적·묵시적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해 공동정범 유죄로 뒤집고, 형까지 올렸습니다(각 징역 1년 / 1년 2개월).
대법원은 항소심 심판범위에 관한 법리오해로 보고 파기·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8460 판결). 원심이 근거로 든 종전 판례(2000도5000)도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심이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까지 상당히 공들여 판단했는데도, 대법원은 그 실체 판단에 아예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결론이 타당해 보여도, 심판할 수 없는 걸 심판하면 위법이기 때문입니다.
한 명이 이기면 같이 구제될 수 있습니다
이 쟁점을 상고이유로 주장한 건 일부 피고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파기이유가 공동피고인에게도 공통된다며 형사소송법 제392조에 따라 그 피고인에 대한 부분까지 함께 파기했습니다.
즉 공동피고인 중 한 명이 짚어낸 절차적 위법이, 같은 처지의 다른 피고인에게도 구제 효과를 미칠 수 있습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공동정범이 아니라고 확정된 게 아닙니다." 대법원은 공모·기능적 행위지배의 존부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절차만 문제 삼았습니다.
방조범 유죄와 범죄수익은닉 유죄는 그대로 남습니다. 무죄가 아니며, 환송심에서 형이 정해집니다.
검사가 항소이유로 제대로 다퉜다면 결론은 달랐을 것입니다. 이 판결은 검사의 항소이유 구성이 부실했던 사안에 관한 것이지, 공동정범 인정이 어렵다는 취지가 아닙니다.
보이스피싱은 중대한 조직범죄입니다. 수거·전달책이라도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공동정범으로 무겁게 처벌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검사가 전부 항소하면 전부 다시 보나요? 형식적으로 이심되지만, 항소이유서에 없는 이유무죄 부분은 사실상 심판대상이 아닙니다.
Q. 항소심은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지 않나요?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대법원은 이런 경우의 무죄 부분은 직권조사사유도 직권심판 대상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Q. 방조와 공동정범, 형량 차이가 큰가요? 큽니다. 종범의 형은 정범보다 반드시 감경됩니다.
Q. 무죄가 된 건가요? 아닙니다. 파기·환송이며 방조·범죄수익은닉 유죄는 남습니다.
Q. 상고이유로 주장 안 한 공동피고인도 구제되나요? 파기이유가 공통되면 형사소송법 제392조로 함께 파기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항소심은 항소이유에 포함된 사유를 심판합니다. 검사가 이유무죄 부분을 다투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이심돼도 사실상 심판대상이 아니고 직권으로도 뒤집을 수 없습니다.
방어의 관점에서 교훈은 분명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절차는 형식이 아니라 무기입니다. 검사의 항소이유서 한 장이 항소심의 운명을 가릅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공동정범이냐 방조냐는 형량을 결정적으로 가릅니다. "단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주장이 통할지는 일의 내용과 보수 수준, 지시 방식, 이상 징후를 인지한 시점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고, 1심에서 얻어낸 방조 판단을 항소심에서 지켜내는 것도 별개의 싸움입니다.
저는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수익은닉 사건에서 고의와 공모의 존부, 공동정범과 방조의 구별, 항소심의 심판범위를 중심으로 다투어 왔습니다. 모집 경위·지시 내용·보수 구조·대화 기록을 정리하고 검사의 항소이유서까지 검토해 단계별 전략을 세워 드립니다. 수거·전달책 혐의로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계시다면, 로톡 상담 요청 또는 로톡 기재 연락처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 관련 법령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등장인물은 익명 처리하였고 사실관계는 추상화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는 중대한 범죄이며,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