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우승 박신영 변호사입니다.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벌금이나 징역과 같은 형사처벌로만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는 사건의 성질, 동기와 결과,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 피해자의 의사와 가정환경 등을 고려하여 형사처벌보다는 보호처분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건을 가정법원에 송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법원에서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 여부를 심리하는 절차를 가정보호사건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 제40조에서 정한 보호처분의 내용과 실무상 주의할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가정보호사건 보호처분이란?
법원은 가정보호사건을 심리한 결과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결정으로 가정폭력처벌법 제40조 제1항에 규정된 보호처분을 명할 수 있습니다.
보호처분은 징역이나 벌금과 같은 형벌이 아닙니다. 가정폭력행위자의 환경을 조정하고 성행을 교정하는 한편, 피해자와 다른 가정구성원을 보호하여 가정폭력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 특별한 처분입니다.
법원은 사건의 내용에 따라 한 가지 보호처분만 명할 수도 있고, 여러 처분을 함께 명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보호처분의 병과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2. 가정보호사건 보호처분의 종류
가. 제1호 :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접근행위 제한
제1호 처분은 가정폭력행위자가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주거, 직장, 학교 또는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거리와 대상 장소는 사건의 위험성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에 따라 결정됩니다.
접근행위 제한은 가정보호사건에서 피해자의 신체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처분입니다. 부부가 별거하고 있거나 폭력의 재발 가능성이 높고, 피해자가 행위자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다른 처분과 함께 부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접근금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는 피해자가 먼저 만나자고 하거나 연락하였더라도 임의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법원의 결정을 변경하거나 취소받기 전에는 직접 만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나. 제2호 :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행위 제한
제2호 처분은 가정폭력행위자가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전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이메일, SNS 메시지, 영상통화 등 전기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연락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제1호의 물리적 접근 제한과 제2호의 전기통신 접근 제한이 함께 부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찾아가지는 않았더라도 문자메시지 한 통이나 카카오톡 메시지 한 건을 보낸 것만으로도 처분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사과하려고 연락했다", "자녀의 안부를 확인하려고 했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했다"는 사정만으로 위반 책임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 양육이나 재산 정리 등으로 연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변호사, 가족, 지정된 제3자 등을 통한 연락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법원에 보호처분의 변경 또는 종료를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다. 제3호 : 친권행사의 제한
세 번째 처분은 친권자인 가정폭력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 친권행사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주로 자녀가 직접적인 가정폭력 피해자인 경우나 배우자에 대한 폭력이 자녀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경우 문제 됩니다.
친권행사 제한은 곧바로 친권을 상실시키는 처분이 아닙니다. 일정 기간 동안 자녀의 거주지 결정, 전학, 의료행위 동의 등 친권에 기초한 권한의 전부 또는 일부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처분입니다.
법원이 친권행사를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피해아동을 다른 친권자나 친족 또는 적절한 시설로 인도할 수도 있습니다.
친권행사 제한 여부는 부모의 권리보다 피해아동의 안전과 복리를 우선하여 판단됩니다.
라. 제4호 : 사회봉사·수강명령
제4호 처분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회봉사명령 또는 수강명령입니다.
사회봉사명령은 가정폭력행위자가 일정한 시간 동안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처분입니다.
수강명령은 가정폭력 예방교육, 분노조절교육, 비폭력 대화교육, 알코올 문제 개선교육 또는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을 이수하도록 하는 처분입니다.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은 폭력의 원인을 돌아보고 행동방식을 개선하여 재범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최초 보호처분에서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의 시간은 각각 200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마. 제5호 : 보호관찰
제5호 처분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관찰입니다.
보호관찰이 내려지면 가정폭력행위자는 일정 기간 보호관찰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며 생활해야 합니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보호관찰관의 방문이나 면담에 응하고, 주거 이전이나 장기간 여행 등 중요한 변동사항을 신고하며, 법원이나 보호관찰관이 정한 준수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보호관찰은 시설에 수용하는 처분은 아니므로 사회생활을 계속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 국가기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보호관찰은 단순히 일정 시간 동안 특정 행위를 하도록 하는 사회봉사·수강명령과 달리, 보호관찰기간 전체에 걸쳐 생활태도와 재범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독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호관찰 중 다시 가정폭력을 행사하거나 준수사항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경우에는 보호처분이 변경 또는 취소되거나 사건이 다시 형사절차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바. 제6호 : 보호시설에의 감호위탁
제6호 처분은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설치한 감호위탁시설 또는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보호시설에 가정폭력행위자를 감호위탁하는 처분입니다.
감호위탁은 행위자를 일정 기간 감호위탁시설 등에서 생활하도록 하여 피해자와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생활지도와 교육을 통해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보호처분입니다. 법원은 감호위탁시설에서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을 교정하기 위한 교육과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폭력의 정도가 중하거나 재범의 위험성이 높고, 피해자와 즉시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주로 검토됩니다. 다른 보호처분에 비해 신체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하는 처분인 만큼, 실제 부과 빈도는 비교적 높지 않지만 행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편입니다.
사. 제7호 : 의료기관에의 치료위탁
제7호 처분은 가정폭력행위자를 의료기관에 위탁하여 치료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정폭력이 알코올 의존, 정신질환, 충동조절의 어려움 또는 그 밖의 치료가 필요한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치료위탁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보호처분을 결정하기 전 행위자의 정신적·심리적 상태, 폭력의 동기와 원인, 가정환경 등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거나 보호관찰소 등에 조사를 명할 수 있습니다.
치료위탁은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 자체보다 폭력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치료하여 장기적인 재범 가능성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 이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나 알코올 치료를 받고 있었거나 사건 이후 자발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였다면, 관련 진료자료와 치료계획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처분 결정에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아. 제8호 : 상담소 등에의 상담위탁
제8호처분은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등에 가정폭력행위자의 상담을 위탁하는 것입니다.
상담위탁이 내려지면 행위자는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상담기관에 출석하여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상담은 단순한 형식적 면담이 아니라 가정폭력의 원인, 부부갈등의 양상, 감정조절의 문제, 의사소통 방식, 재범 위험성 등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상담위탁은 초범이거나 폭력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고, 행위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가족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사건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상담위탁이 다른 처분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하여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상담기관의 출석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거나 상담을 반복적으로 거부하면 보호처분의 변경이나 취소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3. 보호처분은 여러 개가 동시에 내려질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상 보호처분은 서로 병과할 수 있습니다. 접근행위 제한과 전기통신 접근 제한이 함께 내려지거나, 보호관찰과 수강명령이 함께 내려질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접근행위 제한, 보호관찰, 상담위탁이 동시에 부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처분이 내려지는지는 단순히 폭행의 정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사건 발생 경위, 폭력의 방법과 정도, 피해자의 상해 여부, 반복성, 자녀의 존재, 피해자의 처벌 및 보호 의사, 합의 여부, 행위자의 반성 정도, 상담과 치료 노력, 재범 위험성 및 가족관계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4. 보호처분의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최초 보호처분의 기간은 6개월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 역시 각각 200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보호처분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보호처분의 종류나 기간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종전 보호처분 기간을 모두 합산한 총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 역시 종전 시간을 포함하여 각각 400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보호처분이 처음부터 장기간 부과되는 것은 아니며, 최초에는 6개월 이내로 결정되고 이후 사건의 경과와 집행 상황에 따라 변경 여부가 판단됩니다.
5. 보호처분을 위반하면 어떻게 될까요?
보호처분 위반의 효과는 처분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접근행위 제한(제1호)이나 전기통신 접근 제한(제2호), 친권행사 제한(제3호)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가정폭력처벌법상 보호처분 불이행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사회봉사·수강명령(제4호), 보호관찰(제5호), 감호위탁(제6호), 치료위탁(제7호), 상담위탁(제8호)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원이 보호처분을 취소할 수 있고,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 다시 형사절차가 진행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6. 보호처분을 받으면 전과가 남나요?
가정보호사건에서 내려지는 보호처분은 벌금이나 징역과 같은 형사처벌이 아니므로 일반적인 의미의 형사 전과가 남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호처분을 받은 사실이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후 다시 동종의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종전 가정보호사건 처리 내역이나 보호처분 전력이 재범 위험성과 처분 필요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또한 보호처분 위반으로 별도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그 형사판결은 당연히 별개의 전과가 될 수 있습니다.
7. 가정보호사건에서 유리한 처분을 받기 위해서는
가정보호사건은 형사처벌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접근금지나 보호관찰, 사회봉사·수강명령, 치료위탁 등이 함께 부과되면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접근 제한을 위반하면 별도의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행위자가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있는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지, 폭력의 원인을 개선하기 위하여 실제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있는지, 피해자와 자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였는지 등을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사건 초기부터 다음과 같은 자료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 경위와 폭력 발생 원인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의견서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문
재발방지계획서
상담확인서,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알코올 치료자료
가족이나 직장동료의 탄원서
부양가족 및 직장관계 자료
다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데 직접 합의를 요구하거나 반복하여 연락하는 것은 오히려 접근금지 위반이나 추가적인 가정폭력·스토킹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8. 마치며
가정보호사건은 형사처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접근행위 제한,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치료위탁 등은 모두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접근행위 제한이나 전기통신 접근 제한을 위반할 경우에는 별도의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실무상 보호처분의 종류와 기간은 단순히 사건 당시의 폭행 정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건 이후의 반성 정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상담 및 치료 여부, 재발방지 계획, 재범 가능성 등도 법원이 중요하게 살펴보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경찰 조사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반성문, 상담확인서, 치료자료, 재발방지계획서 등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여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초기 대응이 충실할수록 향후 보호처분의 내용과 사건의 진행 방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정보호사건으로 경찰 또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법원의 심리를 앞두고 있다면,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증거관계,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적절한 대응방향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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