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은 아파트 주차장을 쓸 수 있을까 — 집합건물 ‘일부공용부분’에 관한 판례평석
상가 임차인은 아파트 주차장을 쓸 수 있을까 — 집합건물 ‘일부공용부분’에 관한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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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임차인은 아파트 주차장을 쓸 수 있을까 — 집합건물 ‘일부공용부분’에 관한 판례평석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상가가 딸린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벌어지는 분쟁이 있습니다. 바로 주차장 문제입니다. 상가 임차인은 “나도 같은 단지를 이용하는 사람인데 단지 주차장을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그 주차장은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용을 막는 식입니다.

최근 부산고등법원은 이 문제를 ‘집합건물의 일부공용부분’ 법리로 풀어낸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같은 단지 안에 있더라도 어떤 공용부분은 일부 구분소유자에게만 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라 소개해 드립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아파트 단지는 공동주택 3개 동과 상가(근린생활시설), 경로당·관리사무소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단지입니다. 상가는 공동주택과 구조·외관상 분리·독립된 별개의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고, 기능과 용도도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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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들은 이 상가의 임차인이고, 피고는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및 그 전 대표자)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상가 임차인들에게 관리비를 부과하고 단지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자, 원고들은 세 가지를 함께 청구했습니다. 첫째 관리비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둘째 주차 등을 방해하지 말라는 금지청구, 셋째 손해배상이었습니다.

법원의 결론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결론에서 같았습니다. 정리하면, 원고들이 별지 목록에 적힌 일부 관리비(공동전기료·청소비·경비비)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점은 인정되었지만(채무부존재확인 인용), 주차 방해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은 원고들의 항소와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의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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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법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주차장을 둘러싼 일부공용부분’ 쟁점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핵심 법리 — 집합건물의 ‘공용부분’과 ‘일부공용부분’

집합건물(아파트처럼 하나의 건물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소유하는 건물)의 공용부분은 원칙적으로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일부 구분소유자에게만 제공되는 부분, 이른바 ‘일부공용부분’은 그 일부 구분소유자들만의 공유에 속합니다.

어떤 부분이 전원을 위한 것인지 일부를 위한 것인지는, 등기에 일부공용부분이라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거나 소유자들의 합의가 있으면 그에 따릅니다. 그렇지 않다면 건물의 구조·용도·이용 상황, 설계도면, 분양계약서나 건축물대장의 공용부분 기재 내용 등을 종합해, 구분소유가 성립할 당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 용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여러 동의 집합건물로 이루어진 단지에서 특정 건물 부분이 단지 전체 구분소유자의 공유인지, 일부 구분소유자만의 공유인지를 가릴 때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 주차구획은 누구의 것인가

법원은 이 사건 주차장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보았습니다.

먼저 이 단지는 관련 법규에 따라 세대별·면적별로 주차대수를 산정해 설계되었는데, 공동주택 219세대에 대해 219대(지상 36대, 지하 183대), 상가 3호실에 대해 3대, 합계 222대의 주차구획이 설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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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상가 몫인 3대는 상가가 위치한 동의 1층 노상(출입구 부근)에 설치되었고, 준공도면에도 그 부분이 ‘상가주차’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단지 관리규약은 주차대수를 ‘219대’로만 정하고 있을 뿐, 상가 몫 3대는 포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법원은, 상가 동 1층 노상의 주차구획 3대는 상가 구분소유자만을 위한 일부공용부분이고, 나머지 219대는 공동주택 구분소유자만을 위한 일부공용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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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219대분 주차장은 상가 구분소유자(또는 그 임차인)에게 제공되는 공용부분이 아니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상가 임차인의 그 주차장 이용을 제한했더라도 이는 임차인의 사용수익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원고들의 방해금지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평석 — 이 판결이 주는 시사점

첫째, 같은 단지라도 주차장이 ‘모두의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 울타리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시설을 함께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가와 주거가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설계 단계부터 주차 몫이 따로 산정되어 있다면, 주차장도 그 용도에 따라 귀속 주체가 갈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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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판단의 핵심은 ‘객관적 자료’입니다. 일부공용부분인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장이나 희망이 아니라 설계도면, 준공도면, 분양계약서, 건축물대장, 관리규약의 기재 같은 객관적 자료로 판가름납니다. 이 사건에서도 ‘상가주차’라는 준공도면 기재와 관리규약의 주차대수 산정 내용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분쟁에 대비하려면 이런 자료들을 미리 확보하고 검토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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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관리비와 주차는 별개로 따져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일부 관리비 부담은 부정되었지만(채무부존재확인 인용), 주차장 이용 제한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관리비를 내야 하느냐’의 문제와 ‘어떤 공용부분을 쓸 수 있느냐’의 문제는 서로 다른 근거로 판단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마치며

상가가 포함된 복합 단지에서는 주차장, 출입, 관리비 분담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때 “단지 안에 있으니 당연히 쓸 수 있다”는 직관과 달리, 법은 그 시설이 ‘누구를 위한 공용부분인지’를 객관적 자료에 따라 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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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의 분양이나 임차, 또는 단지 관리 과정에서 주차·공용부분 분쟁이 우려된다면, 설계도면과 관리규약 등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권리의 범위를 미리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분쟁의 결과는 결국 ‘어떤 자료가 무엇을 말해 주는가’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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