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사고 냈는데 동승자가 "내가 운전했다"고 해줬다면?
술 마시고 사고 냈는데 동승자가 "내가 운전했다"고 해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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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사고 냈는데 동승자가 "내가 운전했다"고 해줬다면? 

장선 변호사

음주운전 사고가 나면 순간적으로 "누가 대신 운전자라고 해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동승자가 먼저 "내가 운전한 걸로 하겠다"고 나서서 그 제안에 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2025도11170)로, 이런 상황에 응한 실제 운전자도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나요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A씨는, 조수석에 있던 동승자 B씨가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하겠다"고 제안하자 이에 응해 자리를 바꿔 앉았습니다. B씨는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자라고 거짓 진술하며 음주 측정에 응했고, A씨도 보험회사에 "B씨가 운전했다"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사고 경위를 수상히 여긴 보험회사의 추궁으로 실제 운전자가 A씨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A씨를 음주운전죄뿐 아니라, B씨의 거짓 진술을 도운 것에 대해 범인도피방조죄로도 기소했습니다.

결론 — 자리를 바꿔준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입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래 범인이 스스로 도망가거나 숨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적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시켜 가짜 범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진짜 범인을 찾아야 할 수사력이 엉뚱한 사람에게 쏠리고 수사 방향 자체가 왜곡되기 때문에, 그 가짜 진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고 그저 "묵인하거나 도와준"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입니다.

참고로, 이 판결에는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대법관 11명 중 5명은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 "범인이 스스로 도망가는 건 죄가 안 되는데, 남이 대신 거짓말해주는 걸 옆에서 도와준 것까지 처벌하는 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다수 의견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렇게 팽팽하게 갈릴 만큼 논쟁적인 쟁점입니다.

그럼 어디까지가 처벌 대상일까요

모든 도움 요청이 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법원은 진범이 스스로 도피하면서 필요한 물자·자금·장소 등을 제공받는 정도의 ‘통상적 도피행위’는 방어권 남용으로 보지 않아 처벌되지 않습니다. 결국 ‘허위 범인을 수사기관에 내세워 수사 방향 자체를 왜곡시키는 유형(범인 조작형 도피행위)’인지, 아니면 ‘도피에 필요한 자금·물자·장소 등을 제공받아 진범이 스스로 도피하는 통상적 유형’ 인지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실제 사건에서 매우 중요하고,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음주운전 사고 직후의 판단은 이후 형사처벌 범위를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동승자나 지인이 대신 나서겠다고 하더라도 이에 응하기보다는, 사실대로 진술하고 변호인과 함께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셨다면 개별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으니 전문가와 상담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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