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은 '때리는 것'만이 아닙니다
말다툼 끝에 상대를 밀치거나 멱살을 잡은 일로 폭행 입건되어 "이게 무슨 폭행이냐"며 당황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형법상 폭행은 흔히 떠올리는 주먹질보다 훨씬 넓습니다. 폭행죄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뜻하는데(형법 제260조), 상처나 멍이 남지 않아도 성립합니다. 대법원도 폭행을 신체에 고통을 주는 물리력의 작용으로 봅니다(대법원 2000도5716). 그래서 밀치기, 멱살 잡기, 잡아 끄는 행위는 다치게 하지 않았더라도 폭행입니다.
침을 뱉어도, 닿지 않아도 폭행
의외로 여겨지는 지점은 여기부터입니다. 상대의 얼굴이나 몸에 침을 뱉는 행위도 폭행으로 처벌됩니다. 실제로 술자리에서 상대에게 침을 뱉은 사람에게 폭행죄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고단6439). 더 나아가 뱉은 침이 몸에 닿지 않았더라도 폭행이 될 수 있습니다. 운전 시비 중 상대 차량 창문 틈으로 침을 뱉은 사건에서, 법원은 "폭행은 반드시 신체에 접촉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차 안에 사람이 있음을 알고 그를 향해 침을 뱉은 이상 폭행"이라고 판단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노705, 대법원 2022도1842). 폭행이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일 뿐 접촉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법리(대법원 2016도9302)에 따른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접촉이 폭행은 아닙니다
반대로, 신체를 향한 힘이라고 해서 무조건 폭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법한 공격이라고 볼 만한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붙잡는 손을 뿌리치는 정도의 가벼운 접촉은 정황에 따라 폭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 예가 있고(헌법재판소 2014헌마818), 욕설만으로는 그 자체로 폭행이 되지 않습니다(대법원 90도2153). 앞서 본 침 사건도 1심에서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가 났다가 항소심에서 뒤집혔을 만큼, 행위의 정도와 고의가 함께 따져집니다.
폭행으로 입건됐다면
결국 폭행 사건의 결론은 "밀쳤다·침을 뱉었다"는 말 자체보다, 그런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입증)와 그것이 불법한 유형력에 이르렀는지에서 갈립니다. CCTV와 목격자, 진술의 일관성이 관건이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면 무죄가 되기도 합니다. 또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형법 제260조 제3항)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어, 합의 여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사실관계와 대응 방향을 초기에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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