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상금 손해 없어도 청구될까 — 손해배상액 예정과 입증책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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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상금 손해 없어도 청구될까 — 손해배상액 예정과 입증책임 정리 

강대현 변호사

계약 상대방이 납기를 어겨 지체상금 청구서를 받아 들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실제로 손해가 없었는데도 이 돈을 다 내야 하나'입니다. 반대로 청구하는 쪽에서는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해야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걱정하기도 합니다.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직관은 모두 절반만 맞습니다. 이 글에서는 손해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지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나치게 과다한 금액을 감액받는 길까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지체상금이란 무엇인가 — 왜 '손해 없어도' 문제가 되나

지체상금은 계약에서 정한 납기나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을 때, 지체된 기간에 비례해 물어주기로 미리 약정한 금액을 말합니다. 공사도급계약에서 '지체 1일당 계약금액의 1000분의 1' 같은 조항이 대표적이고, 물품공급이나 용역계약에도 같은 형태로 흔히 들어갑니다. 계약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막상 납기를 며칠 넘기고 나면 청구서에 적힌 금액이 예상보다 커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지체한 쪽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반박이 "실제로 상대방이 입은 손해가 없는데 왜 이 돈을 다 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납품이 일주일 늦었지만 상대방이 그 물건을 당장 쓸 데가 없어 아무런 실질적 불이익이 없었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손해가 없으니 지체상금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법은 이 직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핵심은 지체상금이 '실제 손해를 사후에 계산해 물어주는 돈'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이 생기면 얼마를 물지 미리 정해 둔 돈'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 성질을 법적으로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체상금은 실제 손해를 정산하는 돈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정해 둔 금액이므로, 손해의 유무만으로 지급 여부가 갈리지 않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 —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우리 민법은 제398조 제4항에서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지체상금 역시 계약불이행에 대비한 위약금의 일종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대법원도 지체상금 약정을 수급인이 일의 완성을 지체한 데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왔습니다(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다14846 판결).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채무자가 물어야 할 배상액을 당사자가 미리 합의해 정해 두는 것입니다. 그 목적은 손해가 실제로 얼마나 발생했는지 일일이 따지는 입증의 어려움을 없애고, 분쟁을 사전에 정리해 법률관계를 간단히 해결하려는 데 있습니다. 동시에 채무자에게 '늦으면 이만큼 물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주어 이행을 확보하려는 기능도 합니다.

여기서 '추정'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추정은 반대되는 사정을 증명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지체상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은 원칙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취급합니다. 이 출발점이 이후의 입증책임 구조를 결정합니다.

손해 발생·손해액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지체상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되면, 청구하는 채권자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됩니다.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50350 판결). 손해가 실제로 얼마였는지는 청구의 요건이 아닌 것입니다.

반대로 채무자가 "실제로는 손해가 전혀 없었다" 또는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증명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예정액의 지급을 면하거나 곧바로 감액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손해배상액 예정 제도의 핵심 효과입니다. 손해의 발생 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곤란을 배제하겠다는 것이 애초에 이 약정을 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납품이 열흘 늦었지만 발주처가 그 사이 아무 손해도 보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도 발주처는 지체 일수에 약정 요율을 곱한 지체상금을 청구할 수 있고, 지체한 업체는 '손해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지급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손해가 없었다는 사정은 뒤에서 볼 '감액'의 참작 요소가 될 뿐, 청구 자체를 막는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되고, 채무자는 손해가 없었음을 증명해도 예정액 지급을 면하지 못합니다(대법원 2000다50350).

입증책임은 어떻게 나뉘나 — 각자 증명할 것

손해배상액 예정이 걸린 지체상금 분쟁에서 당사자별로 증명해야 할 몫은 명확하게 갈립니다. 아래와 같이 정리하면 자기 사건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쉽습니다.

  • 청구하는 채권자 — 지체상금 약정의 존재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납기 도과 사실), 지체 일수만 증명하면 됩니다. 손해가 실제로 얼마 생겼는지는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 지급을 다투는 채무자 — 지체가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점, 지체 일수 계산이 틀렸다는 점, 또는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는 점을 증명해 감액을 구하는 것이 방어의 축이 됩니다.

  •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는 쪽 —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이라는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추정에 따라 예정으로 처리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채무자의 방어가 '손해가 없었다'는 사실 자체를 겨누어서는 승산이 낮다는 것입니다. 손해 부존재는 청구를 막는 사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지체 일수의 기산점과 종기, 공제받을 수 있는 정당한 지연 사유, 그리고 금액이 과다하다는 사정을 자료로 촘촘히 갖추는 쪽이 실질적인 결과를 바꿉니다.

손해가 없거나 적으면 감액될 수 있다 — 제398조 제2항

손해가 없어도 지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서 약정액을 무조건 다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감액은 당사자가 청구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채무자에게 실질적인 방어 수단이 됩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과다 여부를 판단할까요. 대법원은 계약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실제의 손해와 지체상금액의 대비, 그 당시의 거래관행 및 경제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약정에 따라 산정한 지체상금액이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감액할 수 있다고 합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24600 판결, 대법원 99다14846 판결). 즉 손해가 없거나 적었다는 사정은 청구를 막지는 못해도, 감액 단계에서는 중요한 참작 요소로 되살아납니다.

다만 감액은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해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00다50350 판결). 단순히 손해가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 자동 감액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평에 반할 정도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감액을 노린다면 요율과 총액, 실제 손해 규모, 지체 경위를 구체적 수치로 대비해 '부당 과다'를 설득력 있게 보여 주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위약벌로 정해졌다면 — 추정을 깨는 특약과 감액 불가

같은 위약금이라도 그 성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로 인정되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위약벌은 채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제재금의 성격이어서, 채권자는 위약벌과 별도로 실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를 미리 정산해 둔 예정과는 목적과 구조가 다른 것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감액 가능성입니다. 판례는 위약벌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감액할 수 없다고 봅니다. 대신 그 벌이 의무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우면 그 전부 또는 일부가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감액이라는 유연한 조정 대신 유효냐 무효냐라는 다소 극단적인 판단으로 가는 셈이어서, 채무자 입장에서는 예정보다 방어가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보았듯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단지 '위약벌'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약벌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약정의 문언과 동기,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따라서 조항 하나의 명칭에 매달리기보다 계약 전체의 취지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해제·귀책사유 —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쟁점

지체상금 분쟁에서 의외로 다툼이 되는 지점이 '계약이 해제되면 지체상금도 사라지는가'입니다. 대법원은 공사도급계약에서 약정 준공기한이 지난 뒤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지체상금 약정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99다14846 판결).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때까지 쌓인 지체 책임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이 귀책사유입니다. 당사자의 통상적인 의사는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만 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천재지변이나 발주처 사정 등 채무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지체가 생긴 부분은 지체 일수에서 공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귀책사유를 묻지 않는다'는 약정은 엄격하게 제한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므로, 지체 원인을 시기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정리하면, 지체상금을 다툴 때는 손해 유무보다 세 가지 축 — 지체 일수(기산점·공제 사유), 귀책사유, 금액의 과다 여부 — 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각 축마다 필요한 자료가 다르므로, 계약서와 공정표, 왕래한 문서를 시간순으로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실제로 손해를 전혀 안 봤는데도 지체상금을 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과 액수를 증명하지 않고도 예정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0다50350 판결). 손해가 없었다는 사정은 지급을 막는 사유가 아니라, 뒤에서 감액을 다툴 때의 참작 요소가 됩니다.

Q. 지체상금 청구를 하려면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되는 한, 청구하는 쪽은 약정의 존재와 지체 사실, 지체 일수만 증명하면 됩니다.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는 청구의 요건이 아니어서 따로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지 않아도 되도록 미리 정해 둔 것이 지체상금 약정의 취지입니다.

Q. 지체상금이 너무 과한데 줄일 방법이 있나요?

A.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부당히 과다한 예정액을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계약당사자의 지위, 지체상금을 정한 동기, 실제 손해와 지체상금액의 대비, 거래관행 등을 종합해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범위를 넘어 과다하면 감액됩니다(대법원 2014다24600 판결). 다만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어서, 과다하다는 사정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Q.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써 있으면 감액이 안 되나요?

A. 위약벌로 최종 인정되면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한 감액은 어렵고, 지나치게 무거우면 공서양속 위반으로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다만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명칭만으로 위약벌이 되는 것은 아니고 약정의 문언과 동기,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종합해 성질을 판단합니다.

Q. 계약이 해제되면 그동안 쌓인 지체상금도 없어지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약정 준공기한이 지난 뒤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지체상금 약정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99다14846 판결). 해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때까지의 지체 책임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해제 시점과 지체 기간을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Q. 제 잘못이 아닌 사유로 늦은 기간도 지체상금에 포함되나요?

A.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통상 의사는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지체에 대해서만 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천재지변이나 상대방 사정 등 채무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지체된 부분은 지체 일수에서 공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를 인정받으려면 지체 원인과 기간을 시기별로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맺음말

지체상금은 '손해를 사후에 정산하는 돈'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정해 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청구하는 쪽은 손해액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지체한 쪽은 손해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지급을 면하지 못합니다. 대신 방어의 무게중심은 지체 일수, 귀책사유, 금액의 과다 여부라는 세 축으로 옮겨 갑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요율과 총액, 실제 손해 규모, 지체 경위를 얼마나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로 대비하느냐에 따라 감액 폭이 크게 달라집니다. 반대로 청구하는 입장이라면 약정과 지체 사실을 명확히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청구의 뼈대가 완성됩니다. 위약벌인지 예정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므로, 계약서 문구와 그 취지를 함께 살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체상금 청구를 받았거나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면, 계약서와 공정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한 뒤 수원·경기 지역에서 계약 분쟁을 다뤄 온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유불리를 짚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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