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에서 후임병에게 험한 말을 하거나 사적으로 얼차려를 준 일이 문제 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이것이 형사처벌까지 갈 사안인지일 것입니다. 반대로 폭언과 가혹행위를 당한 쪽이라면 신고를 해도 훈계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군에서의 폭언·가혹행위는 단순한 내무 갈등이 아니라 군형법과 군인사법이 형사처벌과 징계를 이중으로 예정해 둔 영역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조문이 적용되는지, 직권남용과 위력행사는 무엇으로 갈리는지, 피해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는지, 그리고 형사절차와 징계절차가 어떻게 따로 굴러가는지를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후임병 폭언·가혹행위에 적용되는 법 — 복무기본법 제26조와 군형법 제62조
군에서 후임병에게 폭언을 하거나 사적으로 얼차려를 준 행위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층위에서 문제가 됩니다. 가장 먼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6조는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사적 제재 및 직권남용의 금지라는 표제 그대로 군인의 복무상 의무를 선언한 금지규범입니다. 다만 이 조문 자체에 형벌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위반 사실만으로 곧바로 징역형이 선고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형사처벌의 근거 조문은 군형법 제62조입니다. 현행 조문(시행 2022. 7. 1.)은 두 개의 항으로 나뉘는데, 제1항은 직권을 남용하여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위력을 행사하여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두 항을 나란히 놓으면 곧바로 눈에 띄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1항에는 벌금형이 아예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직권남용형 가혹행위로 유죄가 인정되면 선고형은 징역형의 범위(집행유예 포함)에서 정해지고, 벌금으로 마무리될 여지가 구조적으로 없습니다.
세 번째 층위가 징계입니다. 형사처벌과 징계는 목적도 절차도 다르므로, 수사기관에서 기소유예를 받거나 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더라도 그와 별개로 강등이나 군기교육 같은 징계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분대장이 후임병을 반복적으로 세워 두고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한 사안이라면, 복무기본법 제26조 위반이라는 복무의무 위반이 징계사유가 되는 동시에 군형법 제62조의 학대·가혹행위로 수사가 개시될 수 있습니다. 두 절차는 병렬로 굴러가며, 한쪽 결과가 다른 쪽을 자동으로 정해 주지 않습니다.
복무기본법 제26조 — 구타·폭언·가혹행위·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와 직권남용을 금지하는 복무상 의무 규정으로, 위반은 징계사유가 됩니다.
군형법 제62조 — 학대·가혹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으로, 직권남용형(제1항)과 위력행사형(제2항)으로 나뉩니다.
군인사법상 징계 — 형사절차와 병행해 진행되며, 형사처분 결과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같은 행위가 복무의무 위반(징계)과 학대·가혹행위(형사)로 동시에 평가될 수 있고, 한쪽에서 가볍게 처리되었다는 사정이 다른 쪽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직권남용이냐 위력행사냐 — 군형법 제62조 제1항과 제2항을 가르는 기준
제62조 제1항과 제2항은 법정형 차이가 작지 않기 때문에, 어느 항으로 의율되는지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갈림길은 행위자가 직권을 남용했는지, 아니면 직권 없이 위력을 행사했는지에 있습니다. 직권남용은 일반적으로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지만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밖의 행위를 하는 경우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사람이 그 권한을 빌미로 학대·가혹행위에 나아갔을 때 제1항이 문제 됩니다.
반면 위력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뜻하는 것으로, 유형적인 힘뿐 아니라 지위·계급·집단성에서 비롯되는 무형적 압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병 상호간에는 지휘권이라 부를 만한 직권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한 행위는 제1항보다 제2항(위력행사)으로 의율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같은 병이라도 분대장처럼 일정한 지휘·통솔 권한을 부여받은 지위에 있다면 제1항의 직권을 인정할 여지가 생깁니다. 결국 계급 그 자체보다 행위 당시 어떤 권한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가 관건입니다.
구체적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소대의 부사관이 훈련 미숙을 이유로 특정 후임병만 근무 시간 외에 반복해 불러 세워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개인 정비 시간을 박탈했다면, 이는 훈육이라는 직무의 외형을 빌린 것이므로 제1항이 우선 검토됩니다. 반대로 같은 생활관의 선임병이 계급 서열과 분위기를 이용해 동일한 행위를 했다면, 직권은 없더라도 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은 인정될 수 있어 제2항이 검토됩니다. 두 사안은 불법의 실질이 비슷해 보여도 적용 조항, 법정형 상한(5년과 3년), 그리고 벌금형 선택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첫 진술 단계에서 자신이 어떤 지위에서 무엇을 근거로 지시했는지를 정확히 정리해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계급이 아니라 “행위 당시 사용한 권한의 성격”이 제1항(직권남용)과 제2항(위력행사)을 가릅니다. 제1항에는 벌금형 선택지가 없습니다.
폭언만으로도 가혹행위가 될까 — 학대·가혹한 행위의 판단
군형법 제62조는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라고만 정할 뿐 그 정의를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문언상 학대·가혹행위는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에 국한되지 않고, 정신적 고통이나 수치심을 주는 행위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복무기본법 제26조가 구타와 폭언을 나란히 금지 대상으로 열거한 것도 같은 취지로 읽힙니다. 따라서 손을 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제62조의 적용이 당연히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거친 언사가 오갔다고 해서 모두 가혹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군은 조직 특성상 지시와 질책, 정당한 군기훈련이 예정된 곳이므로, 문제의 핵심은 그 행위가 정당한 직무 수행이나 훈육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입니다. 판단에서는 발언의 내용과 표현의 수위, 반복성과 지속기간, 이루어진 시간과 장소(근무시간인지 개인 정비·취침 시간인지), 특정인을 겨냥했는지, 다른 인원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졌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한 차례의 격한 질책과, 수개월에 걸쳐 특정 후임병만을 겨냥한 조롱의 반복은 같은 평면에서 평가되지 않습니다.
가정 예시로 대비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훈련 중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큰 소리로 즉시 시정을 지시한 경우라면, 표현이 다소 거칠었더라도 정당한 직무 수행의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취침 점호가 끝난 뒤 후임병을 따로 불러 신체적 특징이나 가정환경을 들어 조롱하기를 되풀이했다면, 직무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고 오로지 고통과 수치심을 주기 위한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단어를 썼더라도 맥락이 결론을 가르는 셈입니다.
표현의 내용과 수위 — 업무상 지적인지, 인격·외모·가정환경을 겨냥한 모멸인지 구분됩니다.
반복성과 지속기간 — 일회적 질책인지, 특정인을 향해 장기간 되풀이되었는지가 크게 작용합니다.
시간과 장소 — 근무·훈련 중인지, 개인 정비 시간이나 취침 후 별도로 불러낸 것인지가 직무 관련성을 좌우합니다.
목적과 직무 관련성 — 군기 유지·안전 확보라는 목적이 실제로 있었는지, 아니면 사적 감정의 표출인지 살핍니다.
상대에게 미친 영향 —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부대 적응 곤란, 의료기록 등이 정황 자료가 됩니다.
신체 접촉이 없어도 학대·가혹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정당한 직무·훈육의 범위를 벗어났는가”입니다.
폭행·협박이 함께 있었다면 — 군사기지 안에서는 합의해도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
폭언에 그치지 않고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별도의 문제가 겹칩니다. 일반 형법에서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1항)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협박죄(형법 제283조 제1항)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집니다. 그리고 두 죄는 각각 형법 제260조 제3항과 제283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민간의 폭행 사건이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군에서는 이 전제가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군형법 제60조의6은 군인등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상 군사기지, 군사시설, 군용항공기와 군용에 공하는 함선에서 군인등을 폭행 또는 협박한 경우에는 형법 제260조 제3항 및 제283조 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장소들에서 벌어진 군인 간 폭행·협박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제외되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그 사정만으로 공소제기가 막히지 않습니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집단생활이라는 군 조직의 특수성상 진정한 처벌불원 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입법이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 조항의 적용 범위에 관해서는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927 판결을 참고할 만합니다. 이 판결은 주한미군 기지에서 발생한 우리 군인 사이의 폭행 사건에서, 그곳이 대한민국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 해당하는 이상 외국군의 기지라는 이유만으로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의 군사기지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보아,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형법 제260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국군 기지라는 점을 들어 반의사불벌 규정을 적용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파기환송되었습니다. 장소 요건을 좁게 해석해 합의만 믿고 사건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애초에 군형법 제62조의 학대·가혹행위죄에는 반의사불벌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형법 제260조 제3항 같은 조항은 폭행죄·협박죄에 붙어 있는 것이므로, 가혹행위로 의율되는 순간 “합의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논리는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 의사는 기소 여부의 재량 판단과 양형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사건 종결을 보장하는 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접근해야 합니다.
군사기지·군사시설 안에서의 군인 간 폭행·협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군형법 제60조의6). 가혹행위죄에는 그런 규정이 아예 없습니다. 합의는 양형 요소일 뿐 종결 사유가 아닙니다.
폭언이 모욕죄·협박죄로 따로 문제 되는 경우 — 소추조건의 차이
같은 폭언이라도 어떤 죄명으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절차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조문이 “공연히”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모욕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모욕죄는 형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고,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
이 차이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갈리는지 보겠습니다. 생활관에서 다른 병사들이 듣는 가운데 후임병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여지가 커서 모욕죄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만 폭언을 반복했다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모욕죄로 의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공연성이 없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라도, 지속적인 폭언이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평가된다면 군형법 제62조의 학대·가혹행위는 별개로 검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혹행위죄에는 공연성 요건도, 친고죄 규정도 없습니다.
협박죄 역시 결이 다릅니다. 협박은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욕설이나 감정적 언사와는 구별됩니다. 다만 폭언 과정에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구체적 해악을 고지했다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고, 그 장소가 군사기지·군사시설이라면 앞서 본 군형법 제60조의6에 따라 반의사불벌 규정이 배제됩니다. 참고로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제3항에 따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할 수 있는데, 군사기지 내 폭행·협박에는 이 논의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군형법 제62조(학대·가혹행위) — 공연성 불요, 친고죄 아님, 반의사불벌 규정 없음.
형법 제311조(모욕) — 공연성 필요, 친고죄이므로 고소가 있어야 하고 고소기간은 6개월입니다.
형법 제283조(협박) — 구체적 해악의 고지 필요, 원칙적으로 반의사불벌죄이나 군사기지 등에서는 배제됩니다.
단둘이 있는 자리의 폭언은 모욕죄로 의율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반복되면 군형법 제62조의 가혹행위는 여전히 검토 대상입니다.
형사절차와 따로 굴러가는 징계 — 병 징계의 종류와 징계시효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부대에서는 징계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병에 대한 징계는 군인사법 제57조 제2항이 정하는데, 과거의 영창 제도는 2020년 2월 4일 개정으로 폐지되어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된 현행법에서는 신체 구금 방식의 징계가 사라졌습니다. 현재 병에 대한 징계처분은 강등, 군기교육, 감봉, 휴가단축, 근신, 견책의 여섯 가지로 구분됩니다. 신체 구금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가볍게 볼 일은 아닙니다. 강등이나 군기교육은 복무 전반과 기록에 실질적인 영향을 남깁니다.
강등 — 해당 계급에서 1계급을 낮추는 처분입니다.
군기교육 — 국방부령으로 정하는 기관에서 군인 정신과 복무 태도 등을 교육·훈련하며, 기간은 15일 이내입니다.
감봉 — 보수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액하며, 기간은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입니다.
휴가단축 — 복무기간 중 정해진 휴가일수를 줄이며, 1회 5일 이내이고 복무기간 중 총 15일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근신·견책 — 근신은 지정된 장소에서 비행을 반성하게 하는 처분이고, 견책은 비행을 규명해 훈계하는 처분입니다.
징계에도 시효가 있습니다. 군인사법 제60조의3 제1항은 징계의결등의 요구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성폭력범죄·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성희롱에 해당하는 경우 10년, 군인사법 제56조의2 제1항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5년, 그 밖의 징계사유는 3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폭언·가혹행위는 원칙적으로 마지막 유형에 해당하므로 3년의 시효가 적용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행위가 언제 종료되었는지, 반복된 행위를 하나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기산점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역이 임박한 경우를 걱정하는 분도 많습니다. 징계는 군인 신분을 전제로 하는 처분이므로 전역 후에는 징계처분을 하기 어렵지만, 형사책임은 성질이 다릅니다. 형사절차는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까지 신분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전역했다는 사정만으로 군형법 제62조의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전역 후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영창은 폐지되었지만 강등·군기교육은 남아 있습니다. 폭언·가혹행위의 징계시효는 원칙적으로 3년이며, 전역은 형사책임을 지워 주지 않습니다.
조사·징계 통보를 받았다면 — 대응 순서와 실무 유의점
가장 먼저 할 일은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복원하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고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폭언·가혹행위 사건은 대부분 진술로 다투어지므로, 근무일지·훈련 일정·상황일지·문자메시지처럼 시점을 특정해 주는 객관적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억에 의존한 진술을 먼저 해 버린 뒤 자료가 이를 뒤집으면 신빙성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신이 어느 조항으로 조사받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앞서 보았듯 군형법 제62조 제1항과 제2항은 법정형과 벌금형 선택 가능성이 다르고, 폭행·협박이 함께 문제 되는지에 따라 합의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정당한 직무 수행이었다는 취지로 다투려면, 그 지시가 어떤 근거와 목적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반대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경우라면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초기에 진행하는 편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징계절차에서는 진술권과 서면 제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는 통지를 받으면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사실관계와 정상관계를 정리한 서면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징계처분에 불복하는 별도의 절차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통지서를 받은 즉시 기한부터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형사절차에서 유리한 결론을 받았더라도 징계 대응을 소홀히 하면 강등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가 남을 수 있습니다.
시간순 사실관계 정리 — 일시·장소·발언 내용·목격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기록합니다.
객관적 자료 확보 — 근무일지, 훈련 일정, 상황일지, 메신저 기록 등 시점을 고정해 주는 자료를 먼저 모읍니다.
적용 조항 확인 — 제62조 제1항인지 제2항인지, 폭행·협박이 병합되어 있는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집니다.
피해 회복 검토 — 합의가 공소제기를 막지 못하는 사건에서도 양형과 기소 재량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징계 기한 관리 — 진술·서면 제출과 불복 절차의 기한을 통지 즉시 확인하고 일정을 관리합니다.
형사와 징계는 별개의 트랙입니다. 어느 한쪽만 대응해서는 결과 전체를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후임병에게 폭언만 했는데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군형법 제62조는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라고만 정하고 있어 신체적 유형력 행사에 한정되지 않으며, 정신적 고통이나 수치심을 주는 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6조가 구타와 폭언을 나란히 금지 대상으로 열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모든 거친 언사가 처벌되는 것은 아니고, 정당한 직무 수행이나 훈육의 범위를 벗어났는지가 관건입니다. 표현의 수위, 반복성, 시간과 장소, 목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Q. 피해 후임병과 합의하면 사건이 종결되나요?
A.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군형법 제62조의 학대·가혹행위죄에는 반의사불벌 규정 자체가 없어,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공소제기가 막히지 않습니다. 폭행·협박이 문제 되는 경우에도 군형법 제60조의6에 따라 군사기지·군사시설·군용항공기 등에서 벌어진 군인 간 폭행·협박에는 형법 제260조 제3항과 제283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과 합의는 기소 여부의 재량 판단과 양형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선임병과 간부는 적용되는 조항이 다른가요?
A. 실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군형법 제62조 제1항은 직권을 남용한 경우로 5년 이하의 징역이며 벌금형이 없고, 제2항은 위력을 행사한 경우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간부가 그 권한을 빌미로 한 행위는 제1항이, 직권이 없는 선임병이 계급과 분위기를 이용한 행위는 제2항이 검토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병이라도 분대장처럼 지휘·통솔 권한이 부여된 지위라면 직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계급 자체가 아니라 행위 당시 사용한 권한의 성격이 기준입니다.
Q.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면 징계도 없나요?
A. 아닙니다. 형사절차와 징계절차는 목적과 요건이 다른 별개의 트랙이므로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았더라도 복무기본법 제26조 위반이라는 복무의무 위반을 이유로 강등·군기교육 등 징계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 대응과 별도로 징계위원회 진술과 서면 제출을 준비해야 합니다. 통지서를 받으면 진술·불복 절차의 기한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폭언이 모욕죄가 되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요?
A.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므로 공연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욕죄는 형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고,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단둘이 있는 자리의 폭언은 모욕죄로 의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반복된 폭언은 군형법 제62조의 가혹행위로 별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전역한 뒤에 신고를 당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징계와 형사책임을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징계는 군인 신분을 전제로 하는 처분이므로 전역 후에는 징계처분을 하기 어렵고, 군인사법 제60조의3 제1항에 따라 폭언·가혹행위 같은 일반적 징계사유에는 원칙적으로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됩니다. 반면 형사절차는 신분과 무관하게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전역했다는 사정만으로 군형법 제62조의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조사 통보를 받으면 초기부터 신중하게 대응하는 편이 좋습니다.
맺음말
후임병에 대한 폭언과 가혹행위는 “내무 갈등”이나 “훈육의 일환”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6조가 구타·폭언·가혹행위·집단 따돌림을 사적 제재로 규정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군형법 제62조는 직권을 남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위력을 행사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책임을 예정해 두고 있습니다. 특히 제1항에 벌금형이 없다는 점은 사건의 무게를 가늠하는 데 반드시 기억해 둘 대목입니다.
합의에 대한 기대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형법 제60조의6은 군사기지·군사시설·군용항공기 등에서의 군인 간 폭행·협박에 형법의 반의사불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927 판결은 그 장소 요건을 실질에 따라 판단했습니다. 학대·가혹행위죄에는 애초에 반의사불벌 규정이 없습니다. 여기에 형사절차와 별개로 강등·군기교육 등 징계가 진행되고, 폭언·가혹행위의 징계시효는 원칙적으로 3년입니다. 두 갈래를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한쪽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도 다른 쪽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처분이 남습니다.
수사기관과 징계위원회의 첫 판단은 초기에 확보한 기록과 진술의 정합성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통보나 징계위원회 회부 통지를 받았다면, 혹은 피해 사실을 신고할지 고민 중이라면,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리한 상태에서 수원을 비롯한 경기 남부 지역에서 군 사건을 다루어 온 변호사와 절차의 순서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조항으로 다투어질 사안인지 확인하는 일만으로도 대응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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