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마치고 준공까지 끝냈는데 건축주가 "하자가 있다"며 잔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건축주 입장에서는 마감 불량이나 누수 같은 하자를 발견하고도 수급인이 공사대금부터 달라고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동시이행항변과 상계 항변인데, 두 개념은 법적 성질이 다르고 인정 요건도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하자를 이유로 공사대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범위, 상계 항변이 성립하는 요건, 그리고 담보책임의 존속기간까지 민법 제492조·제667조·제670조·제671조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공사대금과 하자보수 — 왜 자주 충돌할까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은 일을 완성할 의무를, 도급인(건축주)은 그 대가로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문제는 목적물이 완성되어 인도된 뒤에도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667조 제1항은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 도급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하자보수에 갈음하거나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하자가 중요하지 않고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보수 청구 자체가 제한됩니다.
실무에서 갈등이 커지는 지점은 준공 후 잔금 정산 단계입니다. 건축주는 마감 불량·누수·균열 등을 이유로 "하자 보수가 끝날 때까지 대금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수급인은 "약정한 공정을 다 마쳤으니 대금을 먼저 지급하라"고 맞섭니다. 이 대립을 법적으로 정리하는 두 축이 바로 동시이행항변권과 상계이며, 둘은 요건과 효과가 전혀 다르므로 구분해서 접근해야 실익 있는 대응이 가능합니다.
동시이행항변 — 대금 지급을 일단 미루는 방법
민법 제667조 제3항은 하자보수 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를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의 하자보수·손해배상채권과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은 동시이행관계에 놓입니다. 이 관계에 있으면 도급인은 "하자를 고쳐주기 전까지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동시이행항변은 채무 자체를 소멸시키지 않고 이행을 일시적으로 거부하는 효과만 있습니다. 또한 판례상 확립된 형평의 원칙에 따라, 미지급 공사대금에 비해 하자보수비가 현저히 적은 경우에는 도급인이 동시이행항변을 할 수 있는 범위가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 전체를 무기한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자보수·손해배상채권은 민법 제667조 제3항, 제536조에 따라 공사대금채권과 원칙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지만, 그 거절 범위는 하자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상계 항변 — 채무 자체를 소멸시키는 방법
동시이행항변이 '지급을 미루는' 방어라면, 상계는 도급인이 가진 손해배상채권으로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을 대등액만큼 소멸시키는 적극적 방어입니다. 민법 제492조 제1항은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부담하고 그 이행기가 모두 도래한 경우,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과 공사대금채권은 모두 금전채권이므로 이 요건은 대체로 충족됩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동시이행항변권이 붙어 있는 채권을 자동채권(상계를 거는 쪽 채권)으로 삼아 상대방 채권을 소멸시키는 상계는, 상대방의 항변권 행사 기회를 일방적으로 빼앗는 결과가 되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동시이행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수동채권(상계를 당하는 쪽 채권)으로 삼는 상계는 허용됩니다. 도급인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동시이행항변권이 붙은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상계하는 것은 이 요건에 부합하여 실무상 인정되는 구도입니다.
상계 요건 ① — 쌍방이 같은 종류(금전)의 채무를 서로 부담할 것
상계 요건 ② — 양쪽 채무의 이행기가 모두 도래했을 것(자동채권 기준)
상계 요건 ③ — 채무의 성질상 상계가 금지되지 않을 것
실무 포인트 —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구성해야 상계가 유효하다는 점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산정하나 — 입증책임의 무게
상계로 소멸시킬 금액을 정하려면 결국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액이 얼마인지부터 확정해야 합니다. 이 금액은 통상 하자를 보수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건축주가 직접 견적을 받거나 필요시 법원에 감정을 신청해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방수 하자로 누수가 발생해 보수 비용이 800만 원으로 산정됐다면, 건축주는 그 800만 원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미지급 공사대금 중 같은 금액을 상계로 소멸시키겠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하자 여부와 그 보수비용에 대한 입증책임이 하자를 주장하는 도급인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마감이 마음에 안 든다"는 주장만으로는 상계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시공 당시 도면·시방서와 실제 시공 상태의 차이, 하자로 인한 기능 저하나 미관 손상 정도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소송으로 가면 건축 감정인의 감정 결과가 손해배상액 산정의 핵심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보책임 존속기간 — 언제까지 주장할 수 있나
민법 제670조는 하자보수·손해배상 청구 및 계약해제를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 내에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민법 제671조는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에 대한 특칙을 두어, 목적물 또는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해서는 인도 후 5년간, 석조·석회조·연와조·금속 등 견고한 재료로 조성된 경우에는 10년간 담보책임을 인정합니다. 즉 건물 신축·리모델링 공사라면 준공 후 1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하자 주장이 곧바로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기간은 제척기간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기간 내에 재판상 청구뿐 아니라 최소한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의사표시(내용증명 등)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준공 후 3년이 지나 누수가 발견된 다세대주택이라면 제671조의 5년 기간 안에 있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그 시점을 넘기면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 전액 거부는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
도급인이 하자를 이유로 공사대금 지급 자체를 전면 거부하는 사례가 많지만, 이는 하자보수비 규모와 균형이 맞지 않으면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미지급 공사대금이 1억 원인데 하자보수비가 200만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금 전액을 무기한 거절한다면, 그 거절이 정당화되는 범위는 하자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급인 입장에서는 이런 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급인이 주장하는 하자 내역과 보수비 산정 근거를 요구하고, 그 금액이 과다하거나 근거가 부족하다면 초과분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청구를 별도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는 하자 규모에 다툼이 있는 경우가 많아, 감정을 통해 객관적인 보수비를 확정하는 절차가 분쟁 해결의 핵심이 됩니다.
하자보수비가 소액인데 공사대금 전액을 무기한 거절하면 권리남용·신의칙 위반으로 평가되어 거절 범위가 하자 상당액으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담보책임 면제 특약 —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다
계약서에 "인도 후 하자에 대해서는 수급인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담보책임 면제 특약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특약이 있다고 해서 도급인이 항상 하자보수나 상계 항변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급인이 하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도급인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담보책임 면제 특약의 효력이 부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시공 과정에서 이미 발견된 문제를 숨긴 채 준공 처리를 했다면, 계약서상 면책 조항만으로는 방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실무 대응에서는 특약 문구 자체보다 수급인이 하자를 인식한 시점과 고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급인 쪽에서는 준공검사 당시 지적 사항이나 하자보수 요청 이력을 정리해두는 것이, 수급인 쪽에서는 시공 과정의 검측·자재 확인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유리한 증거가 됩니다.
실무 대응 순서 — 상계 항변을 다투는 절차
공사대금 분쟁에서 상계 항변이 제기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대응이 진행됩니다.
1단계 — 도급인이 주장하는 하자 목록과 보수비 근거자료(견적서 등)를 서면으로 요구
2단계 — 하자 존재 여부와 정도에 대해 다툼이 있으면 사설 감정 또는 소송상 감정 신청
3단계 — 감정 결과를 토대로 정당한 상계 금액과 초과 거절액을 구분
4단계 — 초과 거절분에 대해서는 공사대금 청구소송 또는 지급명령으로 회수 절차 진행
5단계 — 상계의 의사표시 시점과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명확히 정리(상계 의사표시 다음 날부터 지체책임 발생이 일반적)
이 절차에서 핵심은 결국 객관적 자료입니다. 하자 사진·시공 도면·현장 소통 기록·감정보고서 등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상계 항변이 받아들여지는 범위, 나아가 최종적으로 지급받거나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 규모가 크게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준공검사에서 통과했는데도 나중에 하자를 주장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준공검사는 행정적·형식적 확인 절차인 경우가 많아 그 통과 자체가 민사상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671조에 따른 존속기간(5년 또는 10년) 내라면 준공검사 통과 이후에 발견된 하자에 대해서도 보수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Q. 공사대금 전부를 하자보수비만큼 상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바로 효력이 생기나요?
A.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효력이 발생하므로 통보 자체는 유효한 상계 의사표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산정한 손해배상액이 실제 하자 규모보다 과다하다면 수급인이 그 금액의 타당성을 다툴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감정이나 재판을 통해 정당한 상계액이 다시 정해질 수 있습니다.
Q. 하자보수를 요구했는데 수급인이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민법 제667조 제1항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보수를 최고했음에도 응하지 않으면, 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직접 다른 업체를 통해 보수한 뒤 그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보수 비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Q. 하자가 경미한데도 공사대금 지급을 계속 미루면 지연손해금을 물게 되나요?
A. 정당한 상계·동시이행 범위를 넘어서 대금 지급을 지체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자에 상응하는 금액을 넘는 부분까지 무기한 거절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계약서에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이 있으면 상계 항변 자체가 불가능한가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급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면제 특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이므로, 특약 문구만으로 방어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하자 인식 시점과 고지 여부가 실질적인 쟁점이 됩니다.
맺음말
공사대금과 하자보수를 둘러싼 다툼은 동시이행항변과 상계라는 서로 다른 법리가 얽혀 있어 어느 쪽이든 논리를 잘못 짜면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도급인은 하자 규모에 맞는 정당한 범위 내에서만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상계할 수 있고, 수급인은 그 범위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하자의 존부와 보수비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입니다. 감정 절차를 활용하고 시공 과정의 기록을 미리 정리해두면 협상이든 소송이든 유리한 위치에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계 금액이나 대응 시점을 정하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자료를 검토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수원·광교 등 신축·리모델링 공사가 활발한 지역에서는 이런 공사대금·하자 분쟁이 특히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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