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위약벌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상대방이 제시한 계약서에서 이런 조항을 보고 불안했던 적 있으신가요.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름은 비슷해도 법적 효과가 전혀 다르고, 두 개를 한 계약서에 동시에 두는 조항의 효력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위약벌은 정말 감액이 안 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약벌과 손해배상 별도 청구 조항이 왜 만들어지는지, 그 효력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한계가 있는지를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까지 반영해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 — 왜 구별해야 할까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을 넣을 때 그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 법적 효과는 크게 갈립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은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위약금 약정을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 손해의 발생 사실과 손해액을 별도로 증명하지 않고도 미리 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예정액 외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위약벌은 손해배상과는 별개로, 채무의 이행을 강제로 확보하기 위해 정하는 일종의 사적 제재금입니다. 위약벌 약정에 해당한다면 채권자는 위약벌을 받은 것과 별도로 채무불이행으로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계약서 문구 하나로 채무자가 부담할 총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계약 체결 전 이 구별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 — 예정액이 곧 배상 상한, 추가 청구 원칙적으로 불가,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부당히 과다하면 직권으로 감액 가능
위약벌 — 채무 이행을 강제하는 제재금 성격, 실손해와 별도로 병존 청구 가능, 원칙적으로 법원의 감액 대상이 아님
구별 기준 — 명칭이 아니라 계약 체결 경위·목적·문언을 종합해 판단
위약금 약정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벌로 인정받으려면 계약서 문언과 체결 경위로 이를 뒤집어야 합니다.
"위약벌과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 조항 — 왜 넣고, 효력은 있을까
도급계약·용역계약·프랜차이즈 가맹계약이나 연예인 전속계약 등에서는 "본 계약 위반 시 위약벌을 지급하며, 이와 별도로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식의 조항을 자주 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계약 위반을 강하게 억제하면서도, 실제 손해가 위약벌보다 클 경우 그 초과분까지 확보하려는 목적입니다. 이런 조항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봅니다 — 당사자가 위약금의 성격과 효과를 스스로 정하는 것이므로 법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합니다.
다만 이 조항이 유효하려면 문언상 해당 위약금이 위약벌이라는 점이 비교적 분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위약금"이라고만 쓰고 별도 청구 가능 문구가 없다면 민법 제398조 제4항의 추정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취급되어 초과 손해를 별도로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사도급계약에서 "지체 시 위약벌로 계약금액의 10%를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발주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시공사는 위약벌 10%를 지급하고도 실제 손해가 그보다 크다는 것을 증명하면 초과분을 추가로 배상해야 합니다.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 예정인지, 법원은 무엇을 보나 — 판단 기준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성격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018다248862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입니다. 이 판결은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교섭 과정, 위약금 약정의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 시 위약금 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명시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위약벌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위약금"이라는 표현을 썼더라도 별도 손해배상 청구 조항이 함께 있고 그 취지가 채무이행 강제에 있다면 위약벌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가맹계약서에 "가맹점이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하면 위약금 3천만 원을 지급하고, 가맹본부는 이와 별도로 실제 손해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했다면, 이 조항의 목적이 경업금지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데 있다는 사정이 인정되어 위약벌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약벌은 감액할 수 없다 — 그러나 공서양속 위반이면 무효
위약벌로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법원이 그 액수를 감액할 수 없습니다. 위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당사자가 스스로 정한 위약벌이 과다하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계약 내용에 개입해 감액하는 것은 사적 자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원칙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채무 이행으로 채권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약정된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경우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이래 확립된 법리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금액이 5천만 원인 용역계약에서 사소한 지연에도 3천만 원의 위약벌을 물리는 조항처럼 채무 위반의 경중과 채권자의 이익에 현저히 어긋나는 액수라면, 감액이 아니라 그 조항 자체의 전부 또는 일부 무효를 다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위약벌은 감액이 아니라 공서양속 위반 여부로 다투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손해배상 예정과 위약벌 성격을 겸유하는 위약금 — 전체 금액 기준 직권감액
실무에서는 위약금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위반 시 위약금 5천만 원을 지급한다"고만 정하고 별도 손해배상 청구 가능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그 위약금이 손해전보 기능과 이행강제 기능을 동시에 갖는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018다248862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렇게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시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위약벌"이라는 표현을 썼더라도 그 조항이 손해전보 성격도 겸유한다고 인정되면, 순수 위약벌과 달리 감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약금 조항의 성격을 겸유형으로 볼지, 순수 위약벌로 볼지는 소송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이 되고, 계약 체결 경위·교섭 과정·별도 손해배상 청구 문구의 유무가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실제 계약서 조항 적용 예시 — 도급·용역·전속계약
도급계약에서는 "수급인이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지체상금 외에 위약벌로 계약금액의 5%를 지급하고, 도급인은 이와 별도로 실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성격이 강하고, 위약벌은 이행강제 목적이 뚜렷하다면 별도 청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지체상금과 위약벌을 이중으로 물리는 것이 채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되면 위약벌 부분이 공서양속 위반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연예인 전속계약이나 프랜차이즈 경업금지 조항에서는 통상 계약금 또는 연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위약벌 액수를 정하고 이와 별도로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조항이 유효하려면 위약벌 액수가 채권자가 계약 이행으로 얻는 이익, 즉 경업금지나 전속의무 이행으로 보호받는 영업상 이익에 비추어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균형을 크게 벗어난 액수는 무효 주장의 대상이 되고, 채무자로서는 감액이 아니라 무효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방어논리를 짜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계약서 작성·분쟁 대응 시 실무 유의점
계약서를 작성하는 입장이라면 위약금 조항에 "위약벌"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조항의 목적이 채무 이행 강제에 있다는 점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를 함께 명시해야 나중에 위약벌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제시한 계약서에 이런 조항이 있다면, 위약벌 액수가 채권자의 이익 대비 과도하지 않은지, 지체상금 등 다른 손해배상 조항과 중복되어 이중부담이 되지 않는지를 계약 체결 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분쟁이 발생했다면 상대방이 청구하는 위약금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두 성격을 겸유하는지에 따라 대응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순수 위약벌로 판단될 경우 감액을 주장하기보다 민법 제103조 공서양속 위반에 따른 일부·전부 무효를 다투는 것이 실효적이고, 겸유형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직권감액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계약 체결 경위와 문언을 정리해 주장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을 한 계약서에 같이 정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위약벌 조항과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을 별도로 두거나, 위약벌과 별도로 실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성격이 애매하면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벌로 인정받으려면 문언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Q. 위약벌은 아무리 많아도 감액이 안 되나요?
A. 원칙적으로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는 없지만, 채무 위반의 경중과 채권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과도하게 무거운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 공서양속 위반으로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이 이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Q. 위약벌 조항이 있으면 실제 손해액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나요?
A. 위약벌 자체는 실제 손해를 증명하지 않아도 약정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약벌과 별도로 실손해 배상까지 청구하려면 그 초과 손해의 발생 사실과 금액은 채권자가 별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Q.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만 쓰여 있으면 항상 위약벌로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018다248862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명칭이 아니라 계약 체결 경위, 약정 목적,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명칭과 실질이 다르면 법원은 실질에 따라 재해석합니다.
Q. 위약금이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 성격을 함께 갖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하나의 위약금 조항이 손해를 전보하는 기능과 채무 이행을 강제하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해석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당사자 주장이 없어도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직권감액할 수 있습니다.
Q. 위약벌 조항이 있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A. 위약벌 액수가 채권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균형이 맞는지, 지체상금 등 다른 손해배상 조항과 중복되어 이중부담이 되지 않는지, 별도 손해배상 청구 가능 문구가 명확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불균형이 크다면 협상 단계에서 액수 조정을 요구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맺음말
위약벌과 손해배상 별도 청구 조항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그 효력의 범위는 조항의 문언과 체결 경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약벌로 인정되면 감액은 어렵지만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를 다툴 여지가 있고,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 성격을 겸유한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전체 금액을 기준 삼아 감액할 수 있다는 점이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018다248862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리되었습니다.
계약서에 위약벌과 손해배상 별도 청구 조항을 넣거나 이미 이런 조항이 있는 계약을 두고 분쟁이 생겼다면, 그 위약금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금액과 방어 전략이 크게 달라집니다. 계약서 문언 하나, 협상 과정에서 오간 기록 하나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만큼 전문가와 함께 계약 체결 단계부터 점검해두는 것이 이후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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