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도급계약이나 부동산 매매계약을 맺을 때 지체상금이나 위약금 등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으로 실제 손해가 예정해둔 금액보다 훨씬 크게 발생하면, 초과분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는 예정액을 초과하는 손해를 추가로 청구할 수 없지만, 계약서 문구와 위약금의 성격에 따라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398조가 정한 손해배상액 예정의 효력, 초과손해 청구가 제한되는 이유, 그리고 예외적으로 초과분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까지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 민법 제398조의 취지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배상액을 정해둘 수 있습니다.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 하며, 민법 제398조 제1항은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사도급계약의 지체상금 조항,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위약하면 계약금을 몰취하고 매도인이 위약하면 그 배액을 상환하기로 하는 약정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조항을 두는 이유는 나중에 실제로 손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그 손해가 채무불이행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하나하나 증명하는 것이 매우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면 채권자는 손해 발생 사실과 손해액을 별도로 증명할 필요 없이 곧바로 예정액을 청구할 수 있어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채무자에게는 "이행하지 않으면 이만큼을 물어줘야 한다"는 심리적 경고 효과가 있어 채무 이행을 확보하는 기능도 합니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0382 판결도 매수인이 위약하면 계약금을 무효로 하고 매도인이 위약하면 그 배액을 상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손해배상액 예정의 성격을 갖는다고 본 바 있습니다. 이처럼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계약 실무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위험 배분 장치입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은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것을 허용하며, 이는 손해액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 — 위약벌과의 구별
민법 제398조 제4항은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위약금을 약정한 때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서에 "위약금"이라는 표현만 있고 그 성격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면, 일단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취급됩니다. 이와 달리 위약벌은 채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순수한 제재금으로, 손해배상과는 별개로 지급되는 돈입니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 계약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해 개별 사건마다 판단해야 하는 의사해석의 문제입니다.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법적 효과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약벌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성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액 예정의 과다 감액을 정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감액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위약벌이 의무 이행으로 채권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과도하게 무거우면,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위약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실제로 어느 쪽으로 판단되느냐에 따라 감액 가능 여부와 초과손해 청구 가능 여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계약서 문언에 "위약벌"이라는 표현이 명시되어 있는지 — 문언이 뚜렷할수록 위약벌로 인정되기 쉽습니다.
손해배상 예정 조항과 별도로 제재 조항을 두어 이중배상 문제가 생기는지 — 별도 조항이면 위약벌로 볼 여지가 큽니다.
위약금 액수가 예상 손해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 제재적 성격이 강한지 — 손해전보 목적을 넘어서면 위약벌 쪽으로 기웁니다.
계약 체결 경위상 채무 이행을 강제하려는 목적이 뚜렷한지 — 이행 확보가 주된 동기였다면 위약벌 판단에 힘을 싣습니다.
예정액 초과 손해 — 원칙적으로 추가 청구는 불가
가장 핵심적인 대법원 법리는 이렇습니다.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은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도 예정액에 포함되고,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 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실제 손해액과 무관하게 상한이자 하한으로 작동합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실제 손해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지만, 반대로 실제 손해가 예정액보다 훨씬 크더라도 그 차액을 별도로 받아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공사도급계약에서 지체상금을 계약금액의 1일당 0.1%로 정해두었는데, 공사 지연으로 발주자가 대체 시공업체를 구하는 비용, 임시 이전 비용, 영업 손실 등을 모두 합산한 실제 손해가 지체상금 총액보다 훨씬 크게 나온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에도 계약서에 초과손해 청구를 허용하는 별도 특약이 없다면, 발주자는 원칙적으로 지체상금 범위 내에서만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정액이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고정된 상한으로 작동하도록 한 이유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애초에 당사자들이 사전에 합의한 위험 배분이기 때문입니다. 사후에 실제 손해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예정의 구속력을 깨뜨리면 분쟁 예방이라는 제도 취지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 채권자의 실제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하더라도, 다른 특약이 없는 한 그 초과 부분을 별도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초과분을 청구할 수 있는 예외 — 특약과 위약벌
다만 이 원칙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첫째, 계약서에 "예정액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채권자는 그 초과분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특약을 명시적으로 두었다면, 예정액과 무관하게 실손해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지체상금 조항을 두면서 "본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의 최저한도로 하며, 이를 초과하는 손해가 있으면 발주자는 그 초과분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를 함께 넣는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이렇게 최저배상액 조항을 두면 예정액은 손해 증명 없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그 이상의 손해는 별도로 증명해 추가로 받아낼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둘째, 위약금이 손해배상액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로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위약벌은 손해배상과 성격이 다른 제재금이므로, 채권자는 위약벌을 지급받은 뒤에도 별도로 실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중배상이 아니라, 애초에 두 금전의 법적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면 실손해 배상과 함께 이중배상이 되어버리는 특별한 사정, 예컨대 계약서에 손해배상 예정 조항과 별개의 위약금 조항이 나란히 존재하는 경우라면,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해석해야 이중배상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초과손해 배상청구를 허용하는 명시적 특약(최저배상액 조항 등)이 있는 경우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로 해석되는 경우
손해배상 예정 조항과 별도의 제재 조항을 두어 이중배상 회피 취지가 뚜렷한 경우
반대로 예정액이 너무 크다면 — 법원의 직권 감액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초과손해 청구를 막는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예정액이 지나치게 클 때 채무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합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판단 기준으로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 관행과 경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예정액 지급이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살핍니다.
이 감액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감액 여부와 그 폭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계약 체결 당시가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이며, 그 사이에 발생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다만 법원이 무제한으로 감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은 원심이 손해배상 예정액의 약 75%를 감액해 투자금만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 조치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아 파기한 사례로, 감액 역시 합리적 근거와 한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이를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의 실무 유의점
이처럼 손해배상액을 예정해두는 순간 초과손해 청구와 과다 감액이라는 두 갈래의 결과가 동시에 걸려 있으므로,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조항을 신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손해가 예정액을 넘어설 위험이 큰 계약이라면, 지체상금이나 위약금 조항을 두면서 이를 최저 배상액으로 규정하고 초과손해에 대한 별도 청구 가능성을 명시해두는 것이 채권자 입장에서는 유리합니다. 반대로 채무자 입장에서는 예정액의 산정 근거(예상 손해 규모, 거래 관행 등)를 계약서나 협상 기록에 남겨두면, 나중에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는 항변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 몰취·배액상환 약정을 둔 경우에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됩니다.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시세가 급등해 매도인이 대체 물건을 구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었다 해도, 별도 특약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계약금 상당액을 넘는 손해를 추가로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계약금이 매매대금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하게 책정되어 있다면, 상대방은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을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조항은 "누구에게 유리하게 위험을 배분할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는 조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문구를 다듬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손해배상액을 예정해두면 실제 손해와 상관없이 무조건 그 금액만 받을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면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 예정액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실제 손해가 얼마든 예정액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다만 계약서에 초과손해배상 특약이 있거나 위약금이 위약벌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초과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그냥 "위약금"이라고만 써놓으면 손해배상액 예정인가요, 위약벌인가요?
A.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은 일단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위약벌로 인정받으려면 계약서 문언, 체결 경위, 위약금을 정한 주된 목적 등을 통해 채무 이행을 강제하려는 제재적 성격이 뚜렷하다는 점이 별도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Q. 실제 손해가 예정액보다 훨씬 적으면 상대방이 예정액을 다 받아갈 수 있나요?
A. 네, 손해배상액 예정의 취지가 손해액 증명 곤란을 덜어주는 데 있으므로, 실제 손해가 예정액보다 적더라도 원칙적으로 예정액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예정액 자체가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Q. 초과손해도 배상받고 싶다면 계약서에 어떻게 써야 하나요?
A. "본 조항의 손해배상 예정액은 최저 배상액으로 하며, 예정액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채권자는 그 초과분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특약을 명시하는 것이 실무상 안전합니다. 이러한 문구가 없으면 초과분 청구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위약벌로 인정되면 실손해를 별도로 얼마든지 청구할 수 있나요?
A. 위약벌은 손해배상액 예정과 성격이 달라 이를 지급받은 뒤에도 별도로 실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약벌 액수 자체가 의무 이행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하면 공서양속 위반으로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Q.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는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 얼마나 감액할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그때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가 아니라 재판이 진행되는 시점까지의 사정 변화도 함께 반영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맺음말
손해배상액을 예정해두면 원칙적으로 그 금액이 상한이자 하한으로 작동해, 실제 손해가 이를 초과하더라도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추가 청구가 제한됩니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반대로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면 법원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직권으로 감액할 수도 있어, 예정 조항은 양쪽 모두에게 위험이자 기회로 작용합니다.
결국 초과손해까지 폭넓게 보호받으려면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최저 배상액 문구나 위약벌 조항을 명확하게 설계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의 표현 한 줄 차이로 나중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공사도급·부동산 계약 분쟁을 다루다 보면 이 조항 하나를 놓쳐 손해를 다 회복하지 못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됩니다. 계약서 문구 해석이나 소송 진행 여부는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분쟁이 발생했다면 조항 문언과 계약 체결 경위를 함께 검토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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