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강제추행 기억 안 난다는 블랙아웃 주장, 형사처벌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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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술자리 강제추행 기억 안 난다는 블랙아웃 주장, 형사처벌 피할 수 있을까 

강대현 변호사

회식이나 술자리 도중 벌어진 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입니다. 본인도 만취해 기억이 끊긴 상태에서 갑자기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기억이 없으니 책임도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기억이 없다는 사정은 무죄를 뜻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접근 방식을 잘못 잡으면 오히려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술자리 강제추행 사건에서 "블랙아웃" 주장이 실제로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지, 법원이 무엇을 근거로 유무죄와 형량을 판단하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술자리 강제추행, 왜 "기억 안 남"이 유무죄를 좌우하지 않을까

회식·모임 자리는 술이 곁들여지고 신체 접촉의 경계가 흐려지기 쉬운 환경이어서, 강제추행 사건이 유독 자주 발생하는 장소로 꼽힙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폭행 또는 협박"이 반드시 눈에 띄는 물리력이나 명백한 위협일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고,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하며 40년 가까이 유지되던 종전의 엄격한 기준(최협의설)을 변경했습니다. 즉 술자리에서 순간적으로 스친 접촉이라도 정황에 따라 폭행으로 평가될 여지가 넓어진 것이며, 이 때문에 가해자·피해자 모두 "기억이 안 난다"는 사정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부정하거나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필요가 없다고 판시해, 술자리의 경미한 신체 접촉도 강제추행으로 평가될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기억 안 남" — 심신미약 주장이 통할까

형법 제10조는 제1항에서 심신상실 상태의 행위는 벌하지 않고, 제2항에서 심신미약 상태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2018년 개정으로 필요적 감경에서 법원 재량의 임의적 감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해, 스스로 원해서 만취한 경우까지 감경 혜택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를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법리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더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실제로 만취해 기억이 끊긴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법원이 재량으로 심신미약 감경 자체를 배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검찰청 양형기준 역시 범행을 예견하거나 면책 수단으로 삼기 위해 자의로 만취한 경우에는 오히려 이를 일반가중인자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어, "취해서 기억이 없다"는 주장은 방어 수단이 되기는커녕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위험이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0조에 따라 법원은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였더라도 형법상 감경 규정 적용을 재량으로 배제할 수 있어,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감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의 "기억 안 남" — 준강제추행 성립의 핵심 쟁점

반대로 피해자 쪽에서 "그날 기억이 끊겼다"고 진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문제 되는 죄명은 형법 제299조(준강제추행)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추행한 자를 제298조의 예에 따라(즉 강제추행과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고,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외의 사유로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 지점에서 실무상 매우 중요한 기준이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알코올로 인한 "블랙아웃"(의식은 있었지만 기억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과 "패싱아웃"(의식 자체를 잃은 상태)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까지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 하나만으로 준강제추행이 성립하거나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 음주량과 음주 속도, 사건 경과 시간 — 짧은 시간에 급격히 마셨는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뒤 문제 된 행위가 있었는지

  • 평소 주량과 음주 후 기억장애 경험 여부 — 평소에도 자주 필름이 끊기는 체질인지

  • CCTV·목격자를 통해 확인되는 당시 상태와 언동 — 걸음걸이, 발화 내용, 스스로 움직였는지 여부

  •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경위와 장소·방식, 그 계기

  • 사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 각각의 반응 — 문자메시지, 사과 여부, 즉시 신고 여부

대법원 2018도9781 판결은 알코올 블랙아웃(기억형성 실패)과 패싱아웃(의식상실)을 구분해, 블랙아웃만으로는 심신상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것 — 진술이 아니라 정황증거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 모두 기억이 온전치 않은 사건에서는, 재판의 향방이 "누가 무엇을 기억하는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무엇이 확인되는가"로 좁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CCTV 영상, 동석자의 목격 진술, 사건 직후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대화, 술자리 참석자들의 좌석 배치와 이동 동선 같은 정황증거가 실제 재판에서는 당사자의 기억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예를 들어 회식 후 2차 자리로 이동해 좁은 공간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온 사안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만 진술하면, 수사기관은 그 진술 자체보다 동석자의 진술, 이동 당시 CCTV, 사건 직후 피해자와 나눈 문자 내용(사과 문자, 해명 문자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심코 보낸 사과 문자가 사실상 자백처럼 해석되는 사례도 적지 않으므로, 사건 직후의 언행 하나하나가 이후 절차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기억이 안 난다"고만 반복하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는 이유

조사 과정에서 다툴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리하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만 반복하면 수사기관이 이를 회피적 태도로 보고 진술 신빙성을 낮게 평가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CCTV나 목격자 진술처럼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관계까지 부인하면,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폭행·협박의 정도, 항거불능 상태 여부 등)만 선별해 다투는 전략이 실무적으로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 판단은 사건 초기 단계에서 변호인과 함께 확보 가능한 증거를 먼저 점검한 뒤에 이뤄지는 것이 안전합니다. 섣불리 단정적인 진술서를 작성하거나, 반대로 사실관계 전부를 부인하는 진술을 조사 초기에 고정해 버리면 이후 증거가 새로 드러났을 때 진술을 번복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초기 대응 전략 — 조사를 앞두고 반드시 점검할 것들

술자리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사항을 순서대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기억이 불완전한 사건일수록 초기에 확보해 두는 객관적 자료의 양이 이후 절차의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 사건 직후 대화 기록 보존 — 문자·메신저·통화 내역을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남겨 둘 것(사과 표현이 있었다면 그 의미와 맥락을 변호인과 함께 정리)

  • 진술 전 변호인 조력 — 조사 초기 진술은 이후 재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변호인과 사전에 정리한 뒤 조사에 응할 것

  • 목격자·CCTV 확보 요청 — 술자리 동석자, 업소 CCTV 등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는 증거는 최대한 신속히 확보해 둘 것

  • 음주 경위 정리 — 언제부터, 얼마나, 왜 마셨는지를 객관적으로(영수증, 결제 내역 등) 정리해 두면 만취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됨

  •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행위 자제 — 직접 해명이나 사과를 시도하다 2차 가해로 평가되면 오히려 가중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연락은 변호인을 통해서만 진행할 것

기소유예·집행유예 가능성 — 양형에서 무엇이 유리하고 불리한가

초범 여부, 범행 경위, 피해 정도, 진지한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검찰과 법원이 처분 수위를 정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요소입니다. 합의가 이뤄지고 피해 회복이 확인되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판단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될 수 있고,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공탁 제도를 활용해 반성의 정황을 남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범행을 예견하거나 면책을 위해 자의로 만취했다고 판단되는 정황, 피해자에 대한 반복적 연락이나 2차 가해 정황이 확인되면 합의가 있더라도 처분이 무겁게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기억이 없다"는 사정 자체보다, 사건 이후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최종 처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강제추행이냐 강제추행이냐 — 죄명에 따라 달라지는 방어 포인트

검찰이 어느 죄명으로 기소하느냐에 따라 방어의 초점도 달라집니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으로 구성되면 폭행·협박의 정도, 즉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한 "유형력 행사"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 고지"에 해당하는지를 다투게 되고, 형법 제299조 준강제추행으로 구성되면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그리고 가해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처럼 같은 술자리 사건이라도 적용 법조와 쟁점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어느 방향의 방어 논리를 준비할지 가늠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효율을 높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도 취해서 그날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심신미약으로 형이 줄어들 수 있나요?

A. 스스로 원해서 만취한 경우에는 형법 제10조 제3항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법리와 성폭력처벌법 제20조의 특례에 따라 법원이 심신미약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범행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만취했다고 판단되면 양형에서 가중 요소로 반영될 수 있어, 단순히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감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Q. 상대방이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면 그것만으로 준강제추행이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알코올로 인한 단순 기억상실(블랙아웃)과 의식 자체를 잃은 상태(패싱아웃)를 구분해, 기억이 끊겼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음주량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CCTV나 목격자를 통해 확인되는 행동 양상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은 법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A. 블랙아웃은 의식은 있었지만 기억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말하고, 패싱아웃은 실제로 의식 자체를 잃은 상태를 말합니다. 판례상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순 블랙아웃만으로는 인지·의식 기능의 장애까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Q.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만 반복하면 불리해지나요?

A. 무리하게 회피성 진술만 반복하면 수사기관이 진술 신빙성을 낮게 평가하거나 방어적 태도로 볼 위험이 있습니다.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다툴 부분은 증거에 기반해 구체적으로 다투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 과정은 변호인과 상의해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초범이고 합의를 하면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초범 여부, 범행 경위, 피해 정도, 합의 여부 등을 종합해 검찰이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하며, 진지한 반성과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는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의도적 만취 정황이나 2차 피해 우려가 확인되면 합의가 있어도 기소유예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CCTV나 목격자가 전혀 없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면 유죄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사건 직후의 정황(문자메시지, 지인에게 한 진술 등)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된 사례가 있어 증거 부족이 곧 무혐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맺음말

술자리 강제추행 사건에서 "기억이 안 난다"는 사정은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쟁점이지만, 그 자체로 무죄나 감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음주가 원인에서 자유로운 행위로 평가되면 심신미약 감경은 기대하기 어렵고, 상대방의 기억상실 역시 블랙아웃인지 패싱아웃인지에 따라 준강제추행 성립 여부가 갈립니다.

결국 수사와 재판의 향방은 기억의 유무가 아니라 CCTV, 목격자, 사건 전후의 정황 같은 객관적 자료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섣불리 진술하기보다 변호인과 함께 사실관계와 증거를 먼저 점검하고, 합의나 형사공탁 등 대응 시점을 전략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관련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지역 수사 관행에 밝은 변호사와 함께 초기 대응 방향부터 점검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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