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우승 박신영 변호사입니다.
형사사건 수행을 하다보면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기나 보이스피싱처럼 피해자가 많은 사건에서도 재판이 늦어지면서 피해 회복 역시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6년 6월 2일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시행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달라진 불출석 재판 제도의 핵심 내용을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왜 법이 개정되었을까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출석은 원칙입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재판에 출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피고인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출석하지 않았고, 기존 제도는 공시송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불출석 재판까지 수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최근 사기죄와 보이스피싱 범죄의 법정형이 상향되면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민생범죄에서도 불출석 재판을 활용하기 어려워졌고, 피해 회복 역시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 이번 개정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이번 개정은 단순히 피고인 없이 재판을 쉽게 진행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을 회피하는 피고인 때문에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반면 질병이나 사고 등 정당한 사유로 출석하지 못한 경우까지 불이익을 주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무엇이 달라졌나요?
가. 공판기일에 출석했던 피고인이 다시 출석하지 않는 경우
공판기일에 한 차례 이상 출석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지정된 기일 또는 그 이후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공시송달 절차를 반복하지 않고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
변론이 모두 끝난 뒤 선고기일을 고지받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피고인 없이 바로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즉,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는 선고기일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판결이 연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 항소심과는 다릅니다
이번 개정은 제1심 공판절차에 관한 것입니다. 항소심에서의 불출석 재판은 별도 규정에 따라 적용됩니다.
4. 적용 대상 범죄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원칙적으로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을 초과하는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기존과 같이 불출석 재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이번 개정으로 다음 범죄는 예외적으로 적용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사기죄
법원조직법상 예외적 단독재판부 관할 범죄(보이스피싱 등)
위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조직죄
이는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는 민생범죄의 신속한 재판을 위한 조치입니다.
5. 피고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
이번 개정 이후에는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다음 사항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소 변경 시 즉시 신고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것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하여 불출석하면 피고인 없이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
출석이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즉시 법원에 소명자료를 제출할 것
법원은 송달의 적법성, 불출석 사유, 재판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불출석 재판을 진행합니다.
실무적으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른바 '쌍집행유예'를 기대하며 재판 진행 속도를 조절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개정으로 단순한 불출석을 통한 재판 지연은 앞으로 실효성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6. 피해자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번 개정으로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사기나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소재를 감추면서 재판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판결 선고와 피해 회복 역시 상당 기간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피고인 없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재판 지연을 줄이고 보다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모든 사건에서 곧바로 불출석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적법하게 소환이 이루어졌는지,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등을 충분히 심리한 후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불출석 재판을 진행합니다.
7. 언제부터 적용될까요?
개정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2026년 6월 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었습니다.
또한 시행 당시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되므로, 현재 제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이번 개정 내용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8. 마치며
이번 소송촉진법 개정은 단순히 피고인 없이 재판을 쉽게 진행하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재판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는 피고인 때문에 국가의 형벌권 행사와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은 정당한 사유와 구제절차를 통해 함께 보호하려는 균형 있는 제도 개선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불출석을 통해 재판이나 선고를 지연시키는 방식은 이전보다 활용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개정은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재판을 고의적으로 회피하여 절차를 지연시키는 행위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출석 여부 하나만으로도 재판의 진행 방식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라면 변경된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피해자라면 이번 개정이 자신의 사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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