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수사관들이 사무실로 들이닥쳐 회계장부와 컴퓨터, 서버를 압수해 간다면 대표나 임원은 머릿속이 하얘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걸린 압수수색은 취득한 이득액이 얼마로 잡히느냐에 따라 형량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건의 출발점이라, 첫 대응이 이후 수사와 재판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이 글은 압수수색이 시작된 바로 그 순간부터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영장 확인과 참여권 행사, 전자정보 압수의 한계, 그리고 이득액을 둘러싼 방어의 핵심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특경법 배임 압수수색 —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배임 사건에서 회계장부, 전표, 법인 계좌 거래내역, 이사회 의사록, 계약서와 이메일은 사실상 사건의 뼈대를 이루는 증거입니다. 수사기관이 이런 자료를 확보하려고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내사와 검토를 거쳐 특정 거래를 임무위배 행위로 의심하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압수수색은 수사의 시작이 아니라 이미 혐의가 어느 정도 특정된 국면에서 벌어지는 절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의 대응은 단순히 자료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실랑이가 아니라, 앞으로 검찰이 이득액을 얼마로 산정할지, 배임의 고의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좌우하는 첫 분수령이 됩니다. 특히 특경법상 배임죄는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라는 점 자체가 범죄구성요건이어서, 압수된 회계자료가 이후 이득액 계산의 근거가 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해 자료를 숨기거나 삭제하려 하면 증거인멸로 별건 입건되거나 구속 사유가 되므로, 절대 피해야 합니다.
압수수색은 혐의가 이미 특정된 국면에서 이뤄집니다. 이 순간의 대응이 이득액 산정과 고의 인정의 첫 단추가 됩니다.
가장 먼저 영장을 확인하라 — 제시·사본교부·압수 범위
수사관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장을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18조는 압수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고, 처분을 받는 자가 피의자인 경우에는 그 사본을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2022년 2월 3일 개정으로 사본 교부 의무가 명문화된 부분으로, 사본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영장을 볼 때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꼼꼼히 봐야 합니다. 영장에 적힌 혐의사실(죄명)과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지금 수사관이 가져가려는 자료가 그 범위 안에 있는지 대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계열사에 대한 자금대여 배임 혐의로 발부된 영장으로 전혀 무관한 다른 사업부의 전체 회계자료를 무차별로 가져가려 한다면, 이는 영장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압수일 수 있습니다.
혐의사실과 죄명 — 어떤 거래를 배임으로 보는지, 특경법인지 형법 배임인지 확인합니다.
압수 대상 물건 — 영장에 특정된 물건과 실제로 가져가는 자료가 일치하는지 봅니다.
수색 장소·유효기간 — 집행 장소와 날짜가 영장 기재와 맞는지 확인합니다.
사본 확보 — 영장 사본을 받아 두어야 나중에 범위 일탈을 다툴 수 있습니다.
영장은 제시받을 권리이자 피의자라면 사본을 교부받을 권리입니다.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는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참여권은 양보할 수 없는 권리다 — 현장에서 지켜야 할 것
많은 분들이 압수수색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절차라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는 피압수자 본인과 변호인에게 압수수색 집행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관에게 변호인에게 연락할 시간을 요청하고, 변호사가 도착할 때까지 본격적인 선별·복제 작업을 기다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요청 사실과 거부 여부는 반드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참여권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대법원이 이를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적법절차의 핵심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은 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 복제를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그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참여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확보된 자료는 나중에 증거능력이 부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현장에서는 수사관의 성명과 소속을 확인하고, 압수 과정 전반을 침착하게 관찰하되 물리적으로 저지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저지는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떤 자료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컴퓨터에서 반출되는지를 눈여겨보고 메모해 두는 것이 이후 방어에 훨씬 유용합니다.
참여권은 편의가 아니라 적법절차입니다. 참여 기회 없이 확보된 자료는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전자정보 압수의 특칙 — 회계프로그램·PC·이메일은 다르다
요즘 배임 수사의 실질적 표적은 종이 장부가 아니라 회계 ERP 서버, 임직원 PC, 이메일 계정에 담긴 전자정보입니다. 이 영역에는 종이 문서와 다른 엄격한 규칙이 적용됩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때 원칙적으로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혐의와 관련 있는 자료만 선별해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고, 저장매체 자체를 통째로 반출하는 것은 그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따라서 회사 서버 전체를 이미징하거나 임직원 PC를 통째로 가져가려 할 때는, 그 선별·복제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혐의와 무관한 인사·급여·거래처 정보까지 무차별로 복제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나중에 무관 정보가 별건 수사의 단서로 쓰이는 상황도 견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시점의 자금대여 배임 혐의인데 수년치 전체 이메일을 통째로 가져간다면, 관련성을 벗어난 부분은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선별 압수 원칙 — 혐의 관련 정보만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전체 반출은 예외 — 서버·PC 통째 반출은 예외적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됩니다.
선별 과정 참여 — 복제·탐색·선별 단계마다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입회를 요청합니다.
무관 정보 견제 — 혐의와 무관한 자료의 임의 복제를 그 자리에서 이의 제기합니다.
압수목록을 받고 사후에 다투는 법 — 준항고
집행이 끝나면 무엇을 가져갔는지 반드시 서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29조는 압수를 한 경우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등에게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압수목록은 이후 사건의 지도와 같습니다. 어떤 자료가 넘어갔는지 알아야 방어 전략을 세우고, 반환이 필요한 원본이나 영업에 지장을 주는 자료를 특정해 가환부(반환)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 참여권 미보장, 무관 정보의 무차별 복제 같은 위법이 있었다면 그대로 넘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라 압수처분에 불복해 그 취소나 변경을 구하는 준항고를 법원에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2022. 7. 14.자 2019모2584 결정은 압수 절차의 적법성이 문제 된 사안에서 위법한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인용해, 절차 위반이 있으면 사후에 바로잡을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의 근거로 쓸 수 없으므로, 이 다툼은 본안 재판의 승패에도 직접 영향을 줍니다.
압수목록은 방어의 지도입니다. 절차 위반이 있었다면 준항고로 압수처분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초기 조사와 진술 — 이득액과 고의가 굳어지는 지점
압수수색 직후에는 곧바로 참고인 또는 피의자 조사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배임죄는 임무위배 행위, 그로 인한 본인의 재산상 손해, 그리고 행위자나 제3자의 재산상 이익이라는 요건으로 구성되는데, 이 요건들은 상당 부분 관련자의 진술로 채워집니다. 무심코 회사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 그 한마디가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PF대출 담보제공, 계열사 자금대여, 자기주식 취득처럼 경영상 판단과 배임의 경계가 모호한 사안에서는, 같은 사실도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정당한 경영행위로도, 임무위배로도 읽힙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억에 의존해 단정적으로 답하기보다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활용해 자료를 확인한 뒤 신중하게 진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는 수사에 비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확한 진술로 사건을 스스로 키우지 않기 위한 정당한 방어입니다.
이득액이 사건의 크기를 정한다 — 특경법 5억·50억의 경계
배임 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인 숫자는 이득액입니다. 일반 형법 제355조 제2항 배임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형법 제356조 업무상배임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런데 이득액이 커지면 특경법이 적용되어 형이 급격히 무거워집니다.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하고,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방어의 핵심 전선입니다. 이득액이 곧 형량의 하한을 결정하므로, 검찰이 산정한 이득액이 과연 정확한지를 다투는 것이 사건의 규모 자체를 줄이는 길입니다. 대법원은 이득액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인 만큼 이를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재산상 이익이 있더라도 그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하는 특경법 제3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 경우에는 특경법이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 범위가 좁혀집니다.
형법 배임(제355조 제2항) —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 벌금.
형법 업무상배임(제356조) —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특경법(5억 이상 50억 미만)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벌금 병과 가능.
특경법(50억 이상)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벌금 병과 가능.
이득액은 곧 형량의 하한입니다. 산정 근거를 다퉈 이득액을 낮추거나 특정 불가를 입증하면 사건의 크기 자체가 줄어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압수수색 영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물건부터 가져가도 되나요?
A.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118조는 영장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하고, 피의자에게는 사본까지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시나 사본 교부 없이 이뤄진 압수는 위법 소지가 있으므로, 그 사실을 기록해 두고 이후 준항고나 증거능력 다툼에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Q. 변호사가 도착할 때까지 압수를 미뤄 달라고 할 수 있나요?
A. 참여권 보장 차원에서 변호인 연락과 참여를 요청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반드시 대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집행이 그대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요청한 사실과 거부 여부, 집행 경위를 기록해 두면 이후 참여권 침해를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Q. 회사 서버를 통째로 가져갔는데 괜찮은가요?
A. 전자정보는 혐의 관련 범위만 선별해 출력·복제하는 것이 원칙이고(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 저장매체 전체 반출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됩니다. 선별 과정에 참여를 요구하고 무관한 정보의 복제에 이의를 제기했는지가 중요하며, 관련성을 벗어난 부분은 사후에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압수수색을 당하면 곧바로 구속되나요?
A. 압수수색과 구속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구속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별도의 영장으로 이뤄집니다. 오히려 자료를 삭제하거나 관련자와 말을 맞추려는 시도가 증거인멸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그런 행동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Q.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무조건 특경법인가요?
A.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으로 인정되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득액을 엄격하게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면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득액 산정 근거를 다투는 것이 중요한 방어 전략이 됩니다.
Q. 위법하게 압수된 자료는 재판에서 뺄 수 있나요?
A. 적법절차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참여권 미보장, 영장 범위 일탈, 무관 정보의 무차별 복제 같은 위법이 있었다면 준항고(형사소송법 제417조)나 본안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퉈 배제를 구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특경법 배임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놀라운 사건이지만, 침착하게 절차를 지켜보고 권리를 행사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장을 확인해 사본을 받고, 참여권을 행사하며, 전자정보 선별 과정을 지켜보고, 압수목록을 확보하는 것 — 이 네 가지가 첫날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초기 조사에서 이득액과 고의에 관한 진술을 신중히 하는 것이 사건의 크기를 좌우합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판단은 짧은 시간 안에, 그것도 큰 압박 속에서 내려야 합니다. 그렇기에 압수수색이 예상되거나 이미 시작된 상황이라면 가능한 한 이른 단계에서 형사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기업 형사사건을 다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압수수색 초기 대응부터 이득액 다툼까지 사건의 전체 흐름을 함께 설계해 드릴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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