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을 진지하게 만났고, 상대의 장래 계획까지 함께 그렸는데, 어느 날 그 사람에게 곧 결혼할 여자친구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도 최근에 생긴 일이 아니라, 나를 만나던 내내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게 됩니다. 이런 일을 겪은 분들이 상담에서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대개 비슷합니다. "우리는 부부도 아니고 그냥 사귄 사이인데, 이 사람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사귀다 헤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대가 배우자나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나를 속여 성적 관계를 이어간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는 혼인관계가 아니었더라도, 기망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해볼 수 있습니다.
1. 왜 보통의 연애는 위자료가 안 되고, 이 경우는 다른가
법이 위자료라는 형태로 강하게 보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혼인관계입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제3자가 부정한 관계를 맺어 그 혼인을 깨뜨린 경우, 배신당한 배우자가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서로 자유롭게 만나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는, 감정이 상하고 상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돈을 물어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연애의 시작과 끝은 개인의 자유이고, 법이 그 결과까지 배상으로 강제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헤어졌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상대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입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 그 사실을 숨긴 채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교제를 유도했다면, 상대는 자유로운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관계를 맺은 것이 됩니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 성적 관계가 있었다면, 이 지점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로 이어집니다. 사람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성적으로 관계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데, 그 결정은 상대에 대한 올바른 정보 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대에게 곧 결혼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런 관계를 맺지 않았을 텐데, 상대가 그 사실을 숨김으로써 나는 제대로 된 정보 위에서 판단할 기회를 빼앗긴 채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것입니다. 결국 상대의 기망이 나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고, 이것이 이 유형에서 위자료가 인정되는 핵심 근거입니다.
2.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가
이 유형의 위자료는 "속았다"는 점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상대에게 다른 이성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가 그 사실을 알면서 적극적으로 숨겼다는 점, 그리고 나는 그것을 몰랐고 알았다면 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정황, 그 사실을 숨기려 한 언행, 나에게 장래를 약속하거나 진지한 관계임을 표시한 대화 같은 것들이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상대가 언제부터 결혼 계획이 있었는지, 나를 만나는 동안 그것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었는지가 기망의 정도를 보여주는 핵심입니다. 반대로 상대 쪽에서는 "나에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대도 알고 있었다"거나 "결혼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는 식으로 다투게 됩니다. 결국 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는지가 사건의 승패를 가릅니다.
3. 위자료 금액은 왜 이렇게 편차가 큰가
막상 청구를 결심하면 가장 궁금한 것이 액수입니다. 그런데 이 유형은 인정 금액의 폭이 유독 넓습니다. 적은 경우는 300만 원 안팎에 그치지만, 사정이 무거우면 3,000만 원 가까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같은 "속은 관계"처럼 보여도 결과가 열 배 가까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위자료에는 정해진 산정표가 없고 법원이 사안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재량으로 정하기 때문인데, 그 편차를 만드는 요소를 알면 자기 사안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금액이 낮게 인정되는 쪽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관계가 짧았거나, 상대의 기망 정도가 크지 않았거나, 만나던 도중에 상대에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관계를 이어간 경우입니다. 특히 진실을 알게 된 이후의 기간은 더 이상 "속은 기간"이 아니므로, 그만큼 위자료가 줄어드는 요인이 됩니다. 큰 후속 피해 없이 비교적 짧게 정리된 경우도 낮은 쪽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금액이 높게 인정되는 쪽은, 상대가 결혼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면서도 그 사실을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숨긴 경우, 관계가 길고 진지했으며 결혼이나 장래를 기대하게 만든 경우, 그리고 그로 인해 상대가 다른 혼처를 놓치거나 임신처럼 구체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입니다. 발각된 뒤에도 반성 없이 관계를 끌었다면 그 태도 역시 금액을 높이는 사정으로 반영됩니다.
정확한 액수는 이런 사정들을 사실관계에 비추어 따져봐야 알 수 있습니다. 대화 기록과 관계의 경위를 함께 검토하면, 자신의 사안이 어느 구간에 가까운지, 무엇을 부각해야 금액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보입니다.
4.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이런 사안은 "위자료가 되는가"보다 "내 경우가 어느 정도로 인정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남겨두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속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대화와 정황이 흩어지기 전에 정리해두는 것이 특히 그렇습니다.
사건의 경위와 남아 있는 자료를 함께 검토하면, 청구가 가능한지, 어느 정도의 다툼이 예상되는지, 상대가 도리어 압박해올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고 계시다면, 기록을 함께 살펴보고 가장 효과적인 방향을 찾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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