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범죄수익은 어차피 다 써버렸으니 국가가 가져갈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은 이미 소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라도 그 가액을 다시 국가로 되찾아 오는 추징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검사가 미리 재산을 묶어두는 추징보전까지 가능해, 계좌와 부동산이 갑자기 동결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몰수와 추징이 어떻게 다른지, 이미 써버린 돈까지 왜 추징되는지, 그리고 판결 전 재산 동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실제 조문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몰수와 추징 — 주형에 덧붙는 '이익 박탈'
범죄로 얻은 이익을 국가로 되돌리는 장치는 크게 몰수와 추징 두 가지입니다. 형법 제48조 제1항은 범죄행위로 생겼거나 이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그리고 그 대가로 취득한 물건 등을 몰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몰수는 그 물건 자체를 국가가 가져가는 처분이므로, 몰수하려면 대상 물건이 특정된 채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범죄수익이 현금처럼 써버리면 사라지는 형태일 때입니다. 이때를 대비해 형법 제48조 제2항은 대상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價額)을 추징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추징은 몰수가 불가능해진 경우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대신 징수하는 것으로, 범죄로 얻은 이익을 결국 남기지 않겠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몰수와 추징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판이 아니라 징역이나 벌금 같은 주형에 덧붙는 부가형입니다. 부가형이라는 성격에서 두 가지 실무적 결론이 나옵니다. 하나는 주된 범죄가 무죄로 판단되면 추징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추징 여부와 금액은 형량 못지않게 방어의 대상이 된다는 점입니다.
추징은 몰수가 불가능할 때 그 가액을 대신 징수하는 제도로, 범죄로 얻은 이익을 그대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미 써버린 돈도 추징되나 — 가액 추징의 원리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소비한 범죄수익도 추징 대상입니다. 돈을 생활비나 유흥, 투자로 모두 써버려 지금 수중에 남은 것이 없더라도, 그 가액만큼은 추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근거는 앞서 본 형법 제48조 제2항과, 재산범죄 전반을 규율하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10조입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몰수는 대상이 특정된 채로 남아 있어야 가능한데, 현금은 다른 돈과 섞이거나 소비되면 더 이상 특정할 수 없습니다. 그 순간 몰수는 불가능해지고, 법은 이를 곧바로 가액 추징으로 전환합니다. 예를 들어 사기로 5,000만 원을 받아 전부 써버렸다면, 그 5,000만 원 상당액이 추징 대상이 됩니다. "지금 돈이 없다"는 사정은 추징을 선고할지 여부가 아니라, 선고 이후 어떻게 징수할지의 문제일 뿐입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비용 공제입니다.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지출한 수수료나 경비가 있더라도, 그런 지출은 범죄수익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추징액에서 공제하지 않습니다. 즉 "들인 돈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주장만으로 추징을 피하기는 어렵고, 다투어야 할 지점은 오히려 추징 대상 자체의 범위와 산정 방식입니다.
범죄수익을 이미 소비했더라도 몰수가 불가능해질 뿐, 그 가액에 대한 추징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추징 — 형법보다 넓게 훑는다
형법의 몰수 규정은 '물건'을 중심으로 짜여 있어, 계좌 사이를 오간 돈이나 재산상 이익을 끝까지 박탈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입니다. 이 법은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저지른 죄 가운데 별표에 열거된 중대범죄에 대해 몰수·추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구조를 보면 제8조는 범죄수익등을 몰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10조는 그 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때 그 가액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조문은 "할 수 있다"는 형태의 임의적 규정이지만, 실무에서는 범죄수익이 확인되면 폭넓게 추징이 구형되고 선고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중대범죄로 포섭되는 재산범죄의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아래와 같은 유형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몰수·추징이 문제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사기·횡령·배임 — 편취금, 횡령금, 배임으로 얻은 이익이 추징 대상이 됩니다.
보이스피싱 가담 — 인출·수거·송금 과정에서 취득하거나 수수한 금액이 추징 범위에 들어갑니다.
도박공간개설·전자금융거래법 위반 — 운영 수익이나 대가로 받은 금원이 문제됩니다.
불법 재산상 이익 일반 — 재산상 부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한 별표 범죄가 폭넓게 포함됩니다.
공범이 여럿이면 — 각자 얻은 만큼만 개별 추징
여러 명이 함께 범행에 가담한 사건에서 가장 오해가 잦은 부분이 추징의 분담 방식입니다. 원칙은 개별 추징입니다. 즉 공동으로 범죄수익을 얻었더라도, 각자가 실제로 취득한 이익의 가액을 개별적으로 나누어 추징하는 것이 책임주의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세 사람이 함께 9,000만 원을 얻어 3,000만 원씩 나눠 가졌다면, 원칙적으로 각자 3,000만 원씩 추징 책임을 집니다. 전체 금액을 연대해 한 사람에게 몰아 추징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다만 누가 얼마를 가져갔는지 분배 내역이 불분명하면, 균등하게 나눈 것으로 산정하는 등 다른 방법이 동원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범 사건에서 방어의 핵심은 자신이 실제로 분배받아 취득한 몫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입니다. 단순 심부름 역할이었는지, 실제 이익을 얼마나 가져갔는지에 따라 추징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공모했더라도 자신이 실제로 분배받아 취득한 금액만큼만 추징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추징보전 — 판결 나기 전에 재산을 묶는 제도
추징은 유죄 판결로 확정되지만, 그 사이 피의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숨겨버리면 나중에 집행할 것이 남지 않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판결 전 단계에서 재산을 잠정적으로 동결하는 것이 추징보전입니다. 성격은 민사소송의 가압류·가처분과 유사합니다.
비슷한 제도로 몰수보전이 있는데, 몰수보전은 몰수 대상인 특정 재산 그 자체의 처분을 금지하는 것이고, 추징보전은 장차 선고될 추징금 상당액을 확보하기 위해 재산의 처분을 막는 것이라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추징보전이 내려지면 예금 계좌가 지급 정지되거나 부동산의 처분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근거 규정은 다소 복잡한 준용 구조를 취합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12조가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52조 이하의 몰수보전·추징보전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중대범죄 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의 보전 처분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처분이 기소 전에도 검사의 청구로 내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패재산몰수법 등에서는 일정 요건 아래 범인 외의 자 명의로 넘어간 재산도 보전 대상이 될 수 있어, 가족 명의로 돌려둔 재산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추징보전은 어떤 요건에서 되고, 어떻게 다투나
추징보전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준용되는 규정에 따르면, 범죄수익을 추징하여야 할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나아가 추징 재판을 집행할 수 없게 되거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해질 염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내려집니다. 따라서 이 두 축을 무너뜨리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실무에서 다툴 수 있는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전 금액의 과다 — 동결된 금액이 실제 예상되는 추징액을 넘어선다면 감액을 구할 수 있습니다.
대상 재산의 무관성 — 범죄수익과 무관하게 형성된 재산까지 묶였다면 그 부분의 취소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추징 사유 자체의 부존재 — 본안에서 무죄나 추징 대상 아님이 인정되면 보전의 전제가 사라집니다.
생계·사업 유지 필요 — 과도한 동결로 생계나 정상적 사업이 마비된다면 범위 조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추징보전은 사건 초기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결정이 내려진 뒤 신속하게 감액·취소를 다투는 것이 재산 피해를 줄이는 열쇠가 됩니다.
추징금을 못 내면 — 노역장에 가나
많은 분이 "추징금을 못 내면 벌금처럼 노역장에 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그러나 벌금과 추징금은 집행 방식이 다릅니다. 형법 제69조는 노역장 유치, 즉 환형처분의 대상을 벌금과 과료로 한정하고 있어, 추징금은 미납하더라도 그 자체로 노역장에 유치되지 않습니다.
대신 국가는 강제집행으로 추징금을 징수합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명령으로 민사집행·국세징수 절차를 준용해 재산을 압류하고 환가하는 방식입니다. 재산을 은닉하거나 명의를 돌려도 추적의 대상이 되므로, "돈이 없으면 그만"이라고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추징은 신체 구금으로 강제되지는 않지만, 드러나는 재산이 있는 한 끝까지 집행이 이어질 수 있는 재산에 대한 부담입니다. 그래서 추징 단계에서는 금액 산정과 대상 범위를 정확히 다투어 두는 것이 이후의 부담을 줄이는 길입니다.
추징금은 미납해도 노역장에 유치되지 않지만, 국가는 재산을 찾아내 강제집행으로 끝까지 징수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범죄수익을 이미 다 써버렸는데도 추징이 되나요?
A. 네. 현금처럼 특정할 수 없게 된 이익은 몰수가 불가능해질 뿐, 그 가액을 추징합니다(형법 제48조 제2항,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10조). 지금 돈이 남아 있는지는 추징을 선고할지가 아니라 선고 이후 집행 단계의 문제입니다.
Q. 범죄수익을 얻으려고 쓴 비용은 추징액에서 빼주나요?
A. 원칙적으로 공제되지 않습니다.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지출한 비용도 범죄수익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추징 대상의 범위나 산정 방식을 다툴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Q. 공범과 함께 얻었는데 전액을 저 혼자 추징당하나요?
A. 원칙은 각자 실제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개별적으로 추징하는 것입니다. 여럿이 나눠 가졌다면 자신이 분배받은 몫만큼만 책임집니다. 다만 분배 내역이 불분명하면 산정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취득액을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아직 재판도 안 끝났는데 계좌가 묶였습니다. 왜 그런가요?
A. 추징보전 때문일 수 있습니다. 판결 전이라도 향후 추징 집행이 곤란해질 염려가 있으면 검사의 청구로 재산을 미리 동결할 수 있습니다(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12조가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의 보전 규정을 준용). 금액이 과도하거나 무관한 재산이라면 감액·취소를 다툴 수 있습니다.
Q. 가족 명의로 돌려둔 재산은 안전한가요?
A.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범인 외의 자에게 넘어간 재산이라도 일정 요건에서는 몰수나 추징보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재산을 빼돌린 정황으로 평가되어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Q. 추징금을 끝내 못 내면 노역장에 가나요?
A. 벌금과 달리 추징금은 노역장 유치 대상이 아닙니다(형법 제69조는 벌금·과료만 규정). 다만 국가가 재산을 추적해 강제집행으로 징수하므로, 재산이 드러나면 계속 집행 대상이 됩니다.
맺음말
추징은 징역이나 벌금과 별개로 재산에 직접 타격을 주는 처분입니다. 이미 써버린 돈이라도 그 가액이 추징되고, 형법을 넘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중대범죄의 이익을 넓게 훑으며, 공범이라면 각자 얻은 만큼 개별로 추징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판결 전 재산을 묶는 추징보전까지 더해지면, 사건 초기부터 계좌와 부동산이 동결되어 생활과 방어 모두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징은 "어차피 돈이 없으니 상관없다"고 방치할 문제가 아니라, 범죄수익의 범위와 산정, 그리고 자신이 실제로 취득한 몫을 정밀하게 다투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추징보전이 내려졌다면 감액·취소를 신속히 검토하고, 본안에서는 추징 사유 자체를 함께 방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수원·경기남부에서 재산 추징과 추징보전이 얽힌 형사사건을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 초기 단계부터 재산 피해를 줄이는 방어 전략을 함께 설계해 드리겠습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른 시점에 검토를 받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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