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오진으로 치료 시기 놓쳤을 때 — 병원 손해배상 책임과 입증
암 오진으로 치료 시기 놓쳤을 때 — 병원 손해배상 책임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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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오진으로 치료 시기 놓쳤을 때 — 병원 손해배상 책임과 입증 

강대현 변호사

건강검진이나 초진에서 "이상 없다"는 말을 믿고 지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그때 제대로 봤더라면 더 일찍 치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억울함과 함께,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나 오진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병원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가 과실인지, 그 과실과 악화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하나씩 따져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암 지연 진단에서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기준과, 특히 환자 측이 무엇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오진이 있었다고 곧바로 과실은 아니다 — 책임의 출발점

많은 분이 "결과적으로 암을 놓쳤으니 당연히 병원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원은 결과가 아니라 진료 과정을 봅니다.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만큼 완치나 정확한 진단이라는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점에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책임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진이라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통상의 의료인이라면 발견하고 조치했을 것을 하지 않았는지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수준은 그 의사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규범적 수준을 뜻합니다. 대법원도 오래전부터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 수준을 기준으로 주의의무 위반을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469 판결). 즉 "이 병원이 원래 이 정도밖에 못 본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고, 같은 조건의 평균적 의료인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초기 영상에 병변이 아주 희미하게만 보여 통상적인 판독으로는 발견이 어려웠던 경우라면 과실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상이나 수치에 암을 강하게 의심할 소견이 있었는데도 추가 검사 없이 "정상"으로 판독했거나, 재검·추적관찰을 권고하지 않았다면 과실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쟁점은 "암을 놓쳤는가"가 아니라 "당시 의료수준에서 발견·조치가 가능했는데도 하지 않았는가"입니다.

법원이 과실로 보는 전형적 유형

암 지연 진단 사건에서 과실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가늠해 두면 이후 어떤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 판독 과실: 영상이나 조직검사에 나타난 소견을 놓치거나 잘못 해석한 경우입니다.

  • 추가검사 미시행: 의심 소견이 있는데도 조직검사, 정밀 영상 등 확진에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 추적관찰 소홀: 경계성 소견에 대해 재검사 시점을 안내하지 않거나 결과 통보를 누락한 경우입니다.

  • 설명의무 위반: 이상 소견과 추가 검사의 필요성을 환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빼앗은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 조직검사에서 이형성 소견이 나왔는데도 담당의가 재검사 일정을 안내하지 않아 환자가 1년 넘게 방치되었다면, 추적관찰 소홀과 설명의무 위반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검진 당시에는 정상 범위였고 이후 급격히 진행하는 유형의 암이었다면, 과실 자체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암을 늦게 발견한 사건"이라도 어떤 유형인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지연 진단으로 배상받는 손해의 범위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배상받는 범위는 그 과실이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기에 진단했다면 완치가 가능했을 상황에서 지연으로 인해 전이가 진행되고 사망에 이르렀다면, 사망이나 후유장해로 인한 일실수입, 치료비, 위자료 전반이 손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했더라도 진행 속도나 병기의 특성상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면, 사망이나 악화라는 결과 전체를 지연 진단 탓으로 돌리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제때 진단받아 치료를 시도하거나 남은 삶을 준비할 기회를 잃은 점, 이른바 치료 기회의 상실에 대한 위자료를 중심으로 배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상액이 기대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가 이런 사안입니다.

가령 조기 진단 시 5년 생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초기 암이라면 결과와의 인과관계가 강해 배상 범위가 넓어지지만, 진단이 늦어지지 않았어도 예후가 나빴을 진행성 암이라면 위자료 위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보다 "지연이 결과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가"를 의무기록과 의학적 근거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과관계 입증, 2023년 대법원이 문턱을 낮췄다

의료소송에서 환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입니다. 비전문가인 환자가 의학적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 부담을 완화한 것이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의 의료수준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진료상 과실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까지 증명하면,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인과관계가 추정되면, 이번에는 병원 측이 "환자의 손해가 그 과실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증명해 추정을 뒤집어야 합니다.

다만 이 완화가 자동 승소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개연성은 자연과학적으로 의심이 없을 정도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의학적 원리에 부합하지 않거나 손해를 일으킬 막연한 가능성에 그치는 정도라면 증명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즉 과실과 지연 악화 사이의 연결을 의학적으로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설명해야 추정의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과실과, 그 과실이 손해를 일으킬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는 추정되고, 이를 뒤집을 책임은 병원 측으로 넘어갑니다.

입증의 핵심 — 진료기록 확보와 감정

의료소송의 승패는 대부분 자료에서 갈립니다. 환자 본인과 유족은 진료기록 사본과 영상 자료를 발급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분쟁이 예상되면 가능한 한 빨리 검사 영상까지 원본 형태로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에 손을 댈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확보한 기록만으로 과실과 개연성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진료기록 감정과 신체감정을 활용합니다. 법원 감정 외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은 "당시 소견이 어떠했고 통상의 의료인이라면 어떤 조치를 했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개연성이 있는지"를 짚어 주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 기록 신속 확보: 진료기록, 영상, 판독소견서를 초기에 사본으로 받아 둡니다.

  • 감정 신청: 진료기록 감정과 신체감정으로 과실과 개연성을 뒷받침합니다.

  • 변조 대응: 사후 가필이나 삭제가 확인되면 입증방해로 다툽니다.

특히 진료기록이 사후에 변조·가필된 정황이 드러나면, 법원은 이를 입증방해로 보아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병원이 기록으로 진실을 가렸다는 사정 자체가 환자에게 유리한 정황이 되는 것입니다.

소송 전 선택지 — 조정·중재와 형사 병행

의료 분쟁을 반드시 소송으로만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중재 절차를 이용하면, 기관의 감정을 바탕으로 비교적 신속하고 낮은 비용으로 해결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어 별도 소송 없이 마무리되고, 성립하지 않으면 그때 소송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형사 고소, 즉 담당의를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문제 삼는 방법도 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 사건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므로, 민사보다 과실과 인과관계 입증의 문턱이 더 높습니다. 형사에서 무혐의가 나오면 오히려 민사에서 심리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민사 배상을 중심에 두고 전략을 짜는 편이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우선 진료기록을 확보한 뒤, 감정 결과의 방향을 보고 조정과 소송 중 무엇으로 갈지 정하는 순서를 밟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에서 과실 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조정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놓치면 안 되는 소멸시효

아무리 과실이 명백해도 시효가 지나면 청구할 수 없으므로 기간 관리가 중요합니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한편 진료계약 위반(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하면 소멸시효는 10년입니다.

여기서 "손해를 안 날"은 단순히 몸이 아팠던 날이 아니라, 손해의 발생과 위법한 가해행위, 그리고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때를 의미합니다. 암 지연 진단 사건에서는 다른 병원에서 확진을 받거나 감정 결과로 앞선 진료의 문제를 알게 된 시점이 3년의 기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진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3년의 기산점은 오진 시점이 아니라 그 과실과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인식한 때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건강검진에서 정상이라고 했는데 몇 달 뒤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무조건 병원 책임인가요?

A. 아닙니다. 검진 당시 영상이나 수치에 암을 의심할 소견이 있었는데도 통상의 의료인이라면 발견하고 조치했을 것을 놓쳤는지가 관건입니다. 소견 자체가 판독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면 과실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Q. 조기에 발견했어도 어차피 치료가 어려운 암이었다면 배상은 못 받나요?

A. 결과 자체를 되돌릴 인과관계가 약하면 사망이나 악화에 대한 전체 배상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때 진단받아 치료를 시도하거나 대비할 기회를 잃은 점(치료 기회의 상실)에 대해 위자료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환자가 의학적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나요?

A. 대법원 2022다219427 판결 이후에는 진료상 과실과, 그 과실이 손해를 일으킬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자연과학적으로 의심 없는 정도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 진료기록을 병원이 순순히 줄까요? 고쳐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A. 환자 본인과 유족은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영상까지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후 변조나 가필이 확인되면 법원이 입증방해로 보아 환자에게 유리하게 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Q. 소송 말고 더 빠른 방법은 없나요?

A.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중재를 이용하면 기관 감정을 바탕으로 비교적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해결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 갈 수 있습니다.

Q.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A.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사고일로부터 10년입니다. 진료계약 위반으로 구성하면 10년입니다. 다른 병원 진단으로 오진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3년의 기산점이 그때부터일 수 있으니 인식 시점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암 지연 진단 사건의 출발점은 "오진이 곧 과실은 아니다"라는 원칙입니다. 당시의 의료수준에서 발견하고 조치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는지를 따지고, 그 과실이 악화된 결과를 일으킬 개연성이 있는지를 의학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2023년 대법원 판결로 인과관계 입증의 부담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진료기록과 감정으로 과실과 개연성을 짜임새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진료기록과 영상을 초기에 확보하고, 소멸시효를 놓치지 않도록 인식 시점을 관리하는 것이 실질적인 승패를 좌우합니다. 사안마다 병기, 진행 속도, 과실의 유형이 달라 결론이 크게 갈리므로, 기록을 확보한 단계에서 한 번쯤 방향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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